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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평김한량 Sep 15. 2016

오늘 하루가 고단했던 당신께.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오늘은 조금 특별했던 날이었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추석을 보내게 된 것입니다. 양평에서 살면서 반대로 부모님을 뵙기 위해서 서울로 상경한 날입니다. 저는 현재 임시 숙소가 양평의 끝쪽에 있기 때문에 서울을 오가는 것이 꼭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전에는 서울에서 살면서 서울에 사는 부모님을 뵈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야 추석의 이동을 조금 배우게 되었습니다. 


제목을 '오늘 하루고 고단했던 당신께'로 정한 것은 단지 추석이 고단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단지 제가 조금 더 고향을 찾아가는 분들의 마음을 이해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족과 가족이 모여 대가족을 이루는 추석. 


 이렇게 모여서 보니. 우리 가족들도 정말 자신의 삶을 위해서 열심히 달린 세월을 느끼게 됩니다. 저희 형들과 놀았던 80년, 90년대를 생각해보면 형들의 얼굴에 주름이 잡히기 시작한 것은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또한 저희 부모님은 아직도 40대 같지만 막상 연세를 보면 이제 환갑을 뛰어넘어 진갑까지 바라보시는 나이가 되셨습니다. 아마 거울을 본다면 저 역시 세월이 묻어나는 얼굴로 변해가고 있겠지요. 


 글을 쓰면서 모순된 현실에 대해서 많은 비판을 쏟아붓게 됩니다. 하지만 부모님 세대에서. 그리고 형들의 세대에서 노력했던 세월을 생각하면 막상 글을 쓰다가도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저 역시 그 당시의 시대를 살았다면 과연 그분들과 다른 선택을 할 정도로 용기가 있었을지. 그리고 세상을 바꿀만한 위치와 힘은 있었는지도 떠올려 봅니다. 


아마 바꾸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역시 제가 무언가를 비판한다고 해서 이 세상이 변화될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불경기. 


저는 불경기라는 말을 92년부터 들었습니다. 아마 건축을 하는 아버지께서 일본 쪽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셔서 그런지 저는 24년이 지난 지금도 불경기란 말만 듣고 산 것 같습니다. 실제로 IMF 이후로는 불경기 수준이 아니라 가정경제의 직격탄을 체험했기 때문에 불경기란 말이 얼마나 무서운 단어인지도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과 장소를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힘겨운 시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나이로 무언가를 나눈다는 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태어난 시대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가치관과 환경을 보면 어느 정도 공통분모도 보입니다. 저희 부모님 세대의 불경기는 오일쇼크와 IMF 였습니다. 저희 형들의 불경기는 IMF와 미국 금융위기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세대에서는 삼포세대와 함께 1인 가구 증가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힘든 시간을 살아왔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경제적 어려움과 아이를 키우기 힘든 과정에서 얼마나 모두 애를 쓰며 살았는지 깨닫게 됩니다. 저 역시 학생일 때와 결혼 후 가장이 되고 난 후에 체감하는 경제상황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부모님께서 방어해주신 울타리의 힘이 얼마나 든든한 힘이었는지도 알겠습니다. 


 현재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 역시 치열한 경쟁을 뚫으며 살아가는 모습.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원서를 쓰고 쓰다가 결국 자신이 원하는 길과는 다른 방향을 선택하는 취업준비생. 어렵게 취업을 했지만 적성이 맞지 않아 퇴사를 준비하는 퇴사 준비생. 그리고 전업을 위해서 기존 직업을 버리고 새 직업을 선택했지만 여러 가지 난관을 뚫어야 하는 자영업자들 등등..


저는 우리가 잘못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게 생각처럼 다 잘되지 않을 뿐이라는 점이 힘들 뿐인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 만연한 불신을 생각하면 믿을 사람 하나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힘들 때 온라인을 통해서 응원하는 사람들. 명절에 모여 함께 떡과 음식을 나누며 나누는 가족들의 대화. 끊임없이 독려해주는 아내. 오랜만에 안부를 묻는 친구들까지. 모두 소중한 존재이기에 감사합니다. 


남아 있는 시간들. 


 우리가 고민하는 일들은 태산처럼 커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을 이룬다고 믿습니다. 저는 귀촌을 통해서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좋은 점도 있고. 힘든 점도 있지만 이 생활이 만족스러우리라 확신하지 못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새로운 일을 하니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지난 3년 동안 세웠던 계획은 많은 부분이 변경되었습니다. 그리고 계획을 다시 세울 겨를 없이 빠르게 변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새로운 계획을 짜고 큰 그림을 그려볼 생각입니다. 3년간 냉정하게 생각하면 밀리고 잘리고 포기하게 된 계획들이 대부분이지만 용기를 내보려고 합니다. 


친구와 주고받았던 덕담 엽서의 한 구절을 마지막으로 포스팅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처음 해보는 일들이 많아 힘들지?
하지만 새로운 일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삶은 풍요로워질 거야. 힘내.



이상 양평 김한량이었습니다. 추석 잘 보내시고 다시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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