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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태의 인사이트 Oct 28. 2016

귀촌의 추억

뜨거웠던 여름.

 이제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귀촌 후 계속되었던 폭염 속에서 만났던 친구들을 추억해봅니다. 삶이 고단하고 왠지 모를 우울감이 몰려올 때. 도심에서는 매일이 심각했습니다. 도시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스트레스를 주거니 받거니 했던 것 같습니다. 


귀촌의 삶은 단조롭습니다. 그러나 바쁘기도 합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며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대비가 필요합니다. 여름철 장마가 온다면 집 주변에 배수로가 막힌 곳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겨울이 오기 시작하면 동파가 되지 않도록 잘 살펴야 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아파트에서는 관리사무소와 경비 아저씨들께서 해주시는 일종의 보너스였다는 것은 귀촌 후에 알았습니다. 

집 앞의 깻잎밭에서 만난 당랑권의 고수. 사마귀. 귀촌 후에는 하루에 스무번도 넘게 만났다.

자연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제가 살았던 서울은 녹지공간이 부족합니다. 면적 대비로도 적은 편이지만. 인구당 누릴 수 있는 면적도 적습니다. 사람들이 워낙 많이 모여 살다 보니 자연을 누리기보다는 어디를 가던 수많은 사람을 보게 됩니다. 사람과 사람의 영역이 좁다 보니 충돌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귀촌을 하게 되면 개인에게 허락되는 자연이 광범위 해집니다. 대신 너무 넓다 보니 체감해야 하는 자연 자체가 크게 다가옵니다. 더위, 추위.. 그렇다고 그런 자연스러운 것들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자연이 바뀌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해줍니다. 도시에서는 가로수들이 자연을 보여주었다면. 귀촌을 한 양평에서는 하늘과 땅. 그리고 곤충, 식물, 동물들이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어찌나 열정적으로 알려주는지. 사람들은 그 자연의 변화를 모를 수 없게 됩니다. 

멀리서 보니 커다란 파리. 가까이서 보니 힘 좀 깨나 쓸 것 같은 사슴벌레.

잠시 머물렀다 가는 자연. 


 자연의 변화는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늘 보았던 하늘이 내일 다시 오라는 법이 없습니다. 메뚜기 한 마리가 뛰며 지나간다고 해서 내일 다시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멈춰 서서 그들을 주목해보게 됩니다. 


잠시 머문다는 표현. 이것은 인연이 됩니다. 잠시 동안 서로를 바라보다가 개구리는 어디론가 폴짝 뛰어가고 메뚜기는 파드닥 날아갑니다. 나비는 꽃을 찾아 팔랑거리는데. 박물관에서 보는 것보다 생명이 있는 그대로가 훨씬 아름답습니다. 이름 모를 다양한 곤충, 식물들을 보면 지금 이 순간 누리지 못하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습니다. 물론 같은 품종의 다른 누군가는 볼 수 있겠지요. 


자연 앞에서 사람은 한 없이 작아집니다.

그리고 고민도 작아집니다. 
사이 좋아 보이는..

도시의 삶. 


 도시는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입니다. 사람을 압도합니다. 건축물의 조형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왠지 모르게 사람의 기를 누릅니다. 쭉쭉 뻗은 직선 속에서 사람은 갈 길을 잃습니다. 효율적이긴 하지만. 정작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지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기만 합니다. 멈추면 안 될 것 같이 흘러만 갑니다. 쉴 틈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자연에 순응해서 느리게 갈 것이냐. 혹은 도시의 삶 대로 빠르게 흘러갈 것인가는 개인의 선택 문제입니다. 도시에서 얻을 수 있는 문화에 자연은 없습니다. 7일 중에서 이틀을 누린다고 하더라도 결국 5일 동안은 자연 없이 살아야 합니다. 그 안에 생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팔랑 팔랑 우아한 나비의 날개짓. 따듯한 햇살 만큼이나 기분을 좋게 해준 친구들. 

사람의 심장은 뜁니다. 


쿵쾅쿵쾅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살아 있는 생명과 함께 해야 합니다. 생명은 생명을 볼 때.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자연은 커다랗지만 사람의 에너지를 빼앗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받아줍니다. 우리가 살아 있음을 다시 확인시켜 줍니다. 


불편이 곧 행복. 


 이곳 생활은 불편합니다. 먹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도시처럼 배달음식을 먹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외식은 말 그대로 이벤트입니다. 오일에 한 번씩 열리는 장날에야 사람 구경을 할 수 있습니다. 그때는 읍내 전체가 마을 잔치 분위기입니다. 바글 바글한 사람들 속에서 익숙한 얼굴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습니다. 


우리는 빨리빨리,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가 빨리빨리 고갈됩니다. 해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것을 다 끝내지도 못한 채 스트레스를 받으며 잠에 듭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먹어야 할지. 더 많은 할 것으로 인해서 피로를 느낍니다. 서서히 결정에 의해서 지치기만 합니다. 


불편한 삶이 꼭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할 수 없는 것이 없다는 것은 개인 스스로가 해야 할 것이 오히려 경감됩니다. 빠르게 일처리를 하지 않고 오히려 천천히 하다 보니 하나의 일에 더 정성을 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잠시 앉아서 쉬기도 합니다. 물론 이렇게 살아서야 강남에 아파트 하나 얻을 수는 없겠지만. 그런 것은 이미 자연에 맡긴 지 오래입니다. 

메뚜기가 왔으니 이제 남은 것은 추수. 그리고 겨울.. 

이제 다가온 가을, 겨울. 


가을이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벌써 겨울이 오는 것 같습니다. 올해 여름에 대한 추억도 정리하지 못했는데 말이죠. 청명했던 가을 하늘을 하루 종일 멍하니 바라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에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하늘을 보면서 사는 삶이 이렇게 값지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겨울이 오면 기름값이 얼마나 들지 살짝은 걱정입니다. 집을 아무리 튼튼하게 지었다고 하지만 첫겨울에 대한 긴장감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삶은 현실입니다. 귀촌을 했다고 해서 누군가가 기름값까지 내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여름은 풀과의 전쟁이었다면. 겨울은 양평 산 밑에 있는 동장군과의 전쟁입니다. 아마 한겨울 내내 보내다 보면 멋진 설경이 펼쳐진다는 주민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아아.. 앞마당 눈을 쓸어야 하겠지만. 그것도 자연의 일부니 받아들여야겠죠. 


하하하. 


양평 김한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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