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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태의 인사이트 Oct 28. 2016

구스다운으로 집을 만들면 어떨까?

가등급 단열재 에코필 사용 후기.

 이제 파이브스타 3차 실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목조건축 협회의 파이브 스타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총 3번의 실사가 필요합니다. 이제 마지막 관문을 눈 앞에 두고 있는 것입니다. 100년 주택을 짓기를 원하는 우리 부부에게는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집짓기에서 난감한 일이 생겼습니다. 바로 올여름의 폭염이었습니다. 


폭염으로 인해서 공사는 며칠 동안 중단되었습니다. 현장의 온도가 38도까지 올라가는 상황에서 안전을 책임질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휴식기간에 들어갔습니다. 저희 부부는 둘째 형의 집으로 떠났습니다. 조카들과 시간을 보내며. 집 짓기의 피로를 씻고 있었습니다. 

공사 현장 앞에 쌓여 있는 에코필. 기존 인슐레이션의 단점을 보완 했으며. 가등급 단열재로 셀룰로우즈 보다 우수한 성능을 갖고 있다. 

그리고 다시 시작. 


이전에 어느 시공현장을 갔었습니다. 제가 목격했던 그 특이한 현장에서는 집의 벽 안에 무언가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냥 보기엔 솜뭉치 같았고. 날아다니는 것을 보니 마치 구스다운 같기도 했었습니다. 현장에 물어보니 에코필이라는 단열재였습니다. 무려 가등급이라는 이야기도 들렸습니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 외벽에 가등급 단열재를 사용한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나 등급 이하의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열관류율에 따라서 분류되는 등급에서 가등급을 받은 제품은 우리나라에 몇 개 없습니다. 그리고 시공 현장에서 가등급을 시공하는 것은 드문 사례입니다. 

이제 단열재 시공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 

구스다운으로 집을 만들자. 


 저는 그래서 아내를 이해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총견적은 약 300만 원 정도 추가되었습니다. 집 전체를 단열하는데 300만 원의 자재값이 추가된다는 것은 직영공사에서도 흔한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하얗게 쏘아 올리면서 채우는 것이 믿음직스러웠습니다. 


물론 롤로 되어 있는 인슐레이션으로 보통 집을 짓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공사례에 따라서 단열 값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그것보다는 좀 더 안정적인 단열성능을 원했습니다. 겨울에 따뜻하게 보낼 생각에 바닥에는 아이소핑크, 에코 온돌마루 (동판 효과), 외벽에는 에코필을 분사하기로 한 것입니다. 


새로운 건축자재를 사용하는 것은 좋기도 하고 아닌 점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생소한 시공법으로 인해 작업을 하는 작업자의 피로도가 크기 때문입니다. 인슐레이션이 대부분으로 이뤄지는 현장이 많다 보니 에코필을 시공하는 사례 역시 아직 많지는 않습니다. 현장소장님 또한 처음 보는 자재이지만 한번 해보자고 찬성해주셨습니다. 

이렇게 뭉쳐 있어 단단해 보이지만. 흩뿌려 지기 시작하면 구스다운 처럼 가볍게 날아다닌다. 

단열재의 종류. 


에코필 외에 단열재 중에 우수한 성능을 가진 것은 1. 수성연질 폼, 2. 아이 소버 에너지 세이버, 3. 셀룰로스 등이 있습니다. 위에 나와 있는 자재들이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가격' 때문입니다. 실제로 수십 개의 현장을 가보았지만. 아직 80% 정도는 인슐레이션이 사용되었고. 20% 미만이 더 좋은 단열재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살면서 보일러 기름값 걱정 없이 살길 원하는 분이 계시다면. 꼭 단열재에 투자하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단순히 기름값이 문제가 아니라 춥지 않은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열재 선택이 중요합니다. 단열재는 한번 시공되면 바꾸기 가장 어려운 자재 중에 하나입니다. 

먼저 벽면에 서 있는 스터드와 스터드 사이에 부직포를 붙여준다. 
그리고 분사를 시작. 
단단한 에코필이 분사되기 시작하려면 이곳에 들어가 갈아져야 한다. 소리는 진공청소기와 비슷하다. 

 뿌려지는 단열재. 

그러나 시공 자체가 처음부터 100%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닙니다. 시공을 하는 입장에서는 충분해 보이고. 건축주 입장에서는 부족해 보이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재시공을 요청했습니다. 단열재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도 문제겠지만. 부족해 보일 경우 나중에 처짐 현상으로 인해서 단열재의 빈 공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서 외기의 침입이 시작될 경우 겨울에 집은 얼음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에코필이 일반적인 에코 베드(인슐레이션) 보다 앞서는 점은 좀 더 꼼꼼하게 꽉 채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라서 결괏값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은 어느 현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단열재를 채울 때는 건축주도 함께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이 보기에는 너무 깐깐하다고 이야기하실 수도 있지만. 전 재산이 투입되는 집이 혹여라도 춥게 만들어진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부담스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열재 작업에 있어서는 건축주가 좀 더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집 외벽이 충진되어 있는 모습. 왠지 보기만 해도 따듯해 보인다. 

좀 더 보강에 찬성해주신 현장소장님


보통 시공 현장에서 건축주의 의견이 100% 반영되기란 어렵습니다. 비전문가이기도 하고 또 시공을 하는 분들의 번거로움이 그 이유이기도 합니다. 너무 고난도의 작업을 요구하기엔 현장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집을 지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으라면 이 단열재 작업이 해당됩니다. 그리고 다시 재작업을 통해서 부족해 보였던 충진을 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도 크게 문제 될 곳은 몇몇 곳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꼼꼼하게 진행한 것은 머지않아 파이브 스타 3차 실사가 나오게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충진이 부족한 사례 발견!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생길 수도 있다. 재작업을 요청했다. (부족한 부분은 툭툭 치게 되면 쉽게 무너진다.)
기준에 비해서 부족한 부분은 이렇게 센티로 잰 후. 재작업을 요청했다. 10인치 두께를 충진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25cm 이상 나와야 하는 상황.

만약 충진 부족으로 판명이 나게 될 경우 어차피 재작업을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적사항이 나오기 전에 좀 더 보완하는 차원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꼼꼼히 모두 살펴본 후에 완성한 집이기 때문에 겨울에 얼마나 따듯할지 궁금했습니다. 


브런치를 통해서 양수복 소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번거로운 작업임에도 싫은 내색 없이 모두 다 소화해주셨기 때문에 단열에 대해 만족할 수 있는 집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재작업은 번거롭고 힘들다. 찾는데 시간이 걸리고 다시 하는데 또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건축주와 시공사 측의 조율이 필요하다. 꼭 해야할 것은 넘어가서는 안된다. 

재밌는 상상. 집짓기. 


 집을 모두 덮는데 약 600만 원의 단열 비용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입고 다니는 대장급 구스다운 10벌 값에 집 전체를 훌륭히 뿌릴 수 있었습니다. 열전도율에 대해 우수한 효과가 있기 때문에 최고등급의 단열성능을 자랑했습니다. 그리고 구스다운처럼 나무와 나무 사이에 포켓을 형성하고 있으므로 벽을 통해 한기가 들어오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뿌리는 단열재가 우리나라에 선보인지는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건축주들의 요구사항이 까다로워지면서 벽난로가 없는 따듯한 전원주택을 원했습니다. 그리고 해외의 우수한 단열재들이 우리나라 시장에 노크를 했습니다. 보급되는데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래도 투자 대비 만족도가 높은 것이 이 단열재라고 합니다. 


구스다운이라는 비유를 처음 들었을 때. 무릎을 탁 쳤던 기억이 납니다. 그 현장에 방문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아마도 일반적인 인슐레이션을 사용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완벽 시공이 된다면 좋겠지만 현장 여건상 완벽히 시공하기란 어려운 일로 보이기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라리 하자가 적은 방향으로 자재를 선택했습니다. 


이다음으로는 파이브 스타 3차 실사가 남았습니다. 집 짓기의 여정은 계속됩니다. 


이상 양평 김한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귀촌과 전원주택에 대한 이야기. '아파트를 버리고 전원주택을 짓다'는 현재 브런치에서 연재 중입니다.


1) 싸고 좋은땅 고르는 입지선정 방법.

2) 좋은 설계로 시공비 낮추는 법.

3) 올바른 시공사 선정하기.

4) 에너지를 아끼는 저렴한 세미 패시브 하우스

5) 귀촌 생활과 결혼 이야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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