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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평김한량 Feb 01. 2017

전원주택 짓기 가구공사 마무리 단계

서서히 완성을 보이는 양평 김한량의 집짓기.

전원주택 짓기도 이제 가구공사 마무리 단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집을 지으면서 어떤 과정을 거쳤고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브런치에 모두 공개를 했습니다. 저는 보이지 않는 곳에 많은 돈을 투자했습니다. 인테리어적인 면에서는 실속이 있는 콘셉트로 아내와 생각을 함께했습니다.


물론 인테리어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100년 주택을 짓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 과정으로 골조와 여러 자재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이제부터는 아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인테리어의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목조주택 안에 나무가 보이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였습니다.


가구용 원목은 자재값이 비교적 비쌉니다. 골조용으로 사용하는 나무에 비해서 결이 곱고 옹이도 적으며. 나무의 품종도 다릅니다. 물론 나무를 사용하는 범위에 따라 부담이 크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예산 범위 안에서 인테리어를 마감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감공사에 돈을 투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에 고민하는 만큼 만족스러운 집이 완성됩니다.

이전에 살았던 집들의 장점을 합쳐 설계한 집. 어릴 때 살았던 2층집의 추억이 재현된다.

가구공사를 하면서 가장 돈을 많이 썼던 것은 원목 책장입니다. 1층과 2층을 오가는 계단에서 책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전까지 합판 책장만 구입했었기 때문에 순수 원목 책장의 가격이 이렇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마음속으로 견적서에 넣었다 빼었다를 수 없이 반복했지만... 결국 설치하자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


실내를 마감하기 시작하면. 이전에 골조를 만들어주셨던 목수팀과는 다른 분들께서 오시게 됩니다. 마감팀과 골조팀이 두 팀으로 나뉘게 되니 신기했습니다. 물론 각 분야마다 알려주시는 조언이 다르므로 공부를 하는데 역시 도움이 되었습니다. 집을 지을 때.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얻고자 한다면. 수많은 집을 지어본 목수님들의 조언은 필수입니다.

원목으로 만들어지는 책장.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만들어서 아래에는 서랍장 식으로 변경했다. 수납공간은 여러군데일 수록 좋다.
바닥을 보면 깨진 곳을 볼 수 없다. 바닥 엑셀을 깔면서 함께 시공한 에코온돌매트의 장점이기도 하다.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마루를 설치할 때 하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목수팀의 아이디어가 중요한 이유.


 목수팀은 우리 집 하나만을 짓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인테리어 마감팀이 투입되면서 실생활에서 필요한 선반의 위치나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합니다. 그때 건축주가 현장에 있으면 빠른 피드백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현장에 없을 경우 설계도면대로 마감을 하고 끝내게 됩니다. 설계 도면과 다른 집을 짓게 되면 건축주의 원망 어린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저는 목수팀에서 제안하는 아이디어는 거의 100% 수용하며 진행을 했습니다. 설계도면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현장에서는 보이기도 하고. 목수팀과 대화를 많이 하다 보면 이렇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 저렇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 알아서 챙겨주시는 부분이 많습니다.


선반의 위치는 물론이고 천장의 서까래가 노출되는 것 같은 아이디어 역시 시공을 하면서 만들어주셨습니다. 설계를 할 때 일부 적용을 하기는 했지만. 방 2개에 추가로 적용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집안의 분위기는 포근하게 바뀔 수 있었습니다.

천장에 노출되어 보이는 서까래는 컨셉이기도 하지만 디자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이것 역시 현장소장님의 아이디어로 추가금액 없이 진행이 되었다.
계단의 각도를 조절하는 일은 난관이다. 계단을 가파르게 하면 공간은 줄어들게 되지만. 반대로 완만하게 되면 공간을 많이 차지하므로 합의점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찾아야 한다.
볕이 잘들어 올 수 있도록 집을 설계 했다.

전문가의 이야기. 그리고 건축주의 생각.


집이 막 올라가기 시작하면 사실 저는 '멍~' 해질 때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초짜 건축주의 결정은 나중에 잘된 선택보다는 후회로 돌아오기 쉽기 때문입니다. 무리한 요구는 반대로 하자로 되돌아 올 가능성도 높습니다. 한 번 했다가 바꾸게 되면. 아무리 간단한 작업이라도 수백만 원이 넘어가는 것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럴 때는 작업자의 조언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건축주는 사전에 설계를 할 때 아이디어를 쏟아붓고. 현장에서는 현장 사람들과 충분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물론 자재를 디그레이드 하는 등의 문제는 절대 변경하지 않습니다.


집을 지을 때. 시공하는 사람 역시 건축주에 못지않게 애정을 가지며 짓습니다. 물론 믿지 못하면 일을 맡길 수 없습니다. 제가 시공하는 분들을 이번에 존경하며 마칠 수 있었던 것 역시 그분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그분들에 대한 신뢰가 어중간했었다면 아예 계약을 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일을 진행하다 보면 의심이 의심을 낳고 작은 일에도 쉽게 틀어질 수 있습니다.


집을 짓고난 후에 그분들을 다시 만나게 되면 우리 집을 보며 눈 빛이 반짝임을 느낍니다. 오랜 지기를 만난 것처럼 감회에 빠지기도 하십니다. 집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에 집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신나는 일입니다. 건축주의 생각은 변화무쌍합니다. 그럴 때 현장소장과 목수팀에서 마음을 단단히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현장과 시행사가 분리되지 않은 직영공사의 장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일을 하는 사람들과 직접 소통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집을 짓는 과정에서 100% 피드백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간혹 의견을 주고받다가 건축주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항이나 작업팀의 의견을 현장소장님을 통해 중재가 되기도 합니다.

이제 집의 마감이 이뤄지고 있다. 텅 빈공간을 채우기 시작할 날이 멀지 않았다.
1층 거실은 넓다. 벽을 설치해서 공간을 막을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 추후 마음껏 뛰어놀길 바라면서 1층 거실은 모두 터놓았다. 통풍도 잘되고 개방감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살게 될까.


아직 마감공사가 모두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마감이 되지 않은 곳에서는 사람이 살기엔 부족한 부분이 보입니다. 처음에 기초를 위해 땅을 파고. 여러 가지 변수를 거치면서 내 집이 완성되는 느낌은 겪어본 사람만이 누릴 수 있습니다.


아파트가 올라가는 2년과 개인이 짓는 전원주택의 3개월은 다릅니다. 아파트가 패스트푸드라면 전원주택을 짓는 과정은 오히려 슬로 푸드 같습니다. 짓는 과정을 투명하게 모두 볼 수 있고. 건축주의 견해에 따라 잘못돼 부분을 잡아가면서 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배웠습니다. 사람을 믿었으면 끝까지 믿어야 한다는 점과 애매한 신용을 갖고 있다면 아예 맡기지 않는 편이 서로에게 이롭다는 점입니다. 나와 아내. 그리고 미래에 아이들이 태어날 이 공간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집을 지었다는 것은 힘들기도 하지만 즐거운 과정입니다.


저희 집 가구공사는 비교적 간단했습니다. 이제 마감이 더 되기 시작하면 드레스룸도 들어오고 싱크대도 들어올 것입니다. 원목으로 만들어진 책장 하나였지만. 제가 좋아하는 책을 마음대로 꽂을 수 있고. 더 이상 공간 때문에 책을 구입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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