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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평김한량 Mar 27. 2016

오늘 장사는 끝났다. 놀자.

재밌는 아저씨를 만나다.

필리피노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재방문한 막탄섬. 제이미, 라프, 마조리에를 만난 후에 또 재밌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특이한 장사방법으로 인해서 인상 깊었던 한 분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필리핀은 GDP가 총 3,080억 달러로 인구 1억 778만 명을 나누면. 1인당 약 3000달러 정도 됩니다. 평균으로 나누고 빈부격차가 크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그 이하인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약 1/9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가치를 환산해서 생각하는 동안. 그들은 우리가 누리지 못하는 '미소'를 누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난 사이.


해변을 거닐고 있던 도중에 한 아이와 눈을 맞고 서로 다가서게 됩니다. 필리핀 사람들이 영어를 다 잘한다고 하지만. 막상 만나보면. 따갈어를 주로 사용하고 영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두개의 언어를 모두 다 잘한다기 보다는 주 언어가 현지어인 따갈어를 쓰고. 영어는 부차적으로 생활언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짤막한 영어를 한다고 하더라도 따갈어로 상대가 말하기 시작한다면.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은 힘이 듭니다. 그럼에도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하는 그들을 보면. 일단 커뮤니케이션에는 큰 문제가 없기도 합니다.


위에 있는 두 친구들은 정말 바다에서 눈이 맞아서 한참 동안 놀았던 친구들입니다. 그러다가 한 분이 저에게로 다가옵니다.


핸드메이드 명품이라규.

원래 필요 없는 물건은 잘 구입하지 않는 편입니다. 이 사람은 저에게 여러 가지 목걸이를 보여주었습니다. 해외여행을 가게 되면. 액세서리를 파는 사람들로 인해서 거절하는 것도 일입니다. 자신이 판매하는 물건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가격.


1개에 3달러.
2개에 5달러.


신기하게도 제가 갖고 싶을 만한 물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목에 하나 걸고 아내에게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하나 고르라고 해서 구입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거래는 이뤄졌습니다. 그러고 나서 행동이 제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오늘 장사는 끝났다. 놀자.
2개 판매에 성공한 우리 아저씨. 나도 기분이 좋았다.

손에 들고 있었던 물건을 바다 위에 있는 맹그로브 나무 어딘가에 걸어놓고 나서 저와 동네 아이들을 모아서 함께 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분명 따갈어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저는 잘 알아듣기는 힘든 부분이 많았습니다.


아이들과 천진난만하게 노는 그는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습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하루에 매출 신기록을 위해서 계속 판매를 하거나 했겠지만. 그는 한낮에 장사를 접었습니다.

놀자. 놀자. 다같이 놀자.

위에 사진에서는 그는 물건을 들고 있었지만. 아래 사진에서는 그는 맨몸으로 해가 기울 때까지 놀았습니다. 흠..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요? 게을러서 그럴까요? 아니면 오늘 팔았던 2개의 목걸이는 그에게 매우 큰 가치를 지니고 있었던 것일까요?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그 아저씨는 자신의 친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물속에서 그 상인이 빌려준 물안경을 쓰고 소라게와 물고기를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가이드가 이런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호핑투어라고 해서 몇만 원을 받았겠지만. 목걸이를 두개 팔아준 것으로 동네 아이들은 물론이고 장사를 접은 아저씨와 놀 수 있었습니다.


모르는 사람과 재밌게 논다는 것. 즐거운 일 아닐까요? 그러나 길에 가던 행인 혹은 내가 물건을 판 사람과 논다는 것은 우리에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마 그는 제가 생각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며 살기 때문에 기준이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500원이면 완벽한 커트를 선사해준다. 길을 지나가는데 머리가 길다며 저를 가게로 인도하더니 커트 시작. 이것도 특이한 경험이었다.


흥이 있게 일하는 사람들


우리나라에서는 일을 하게 되면 '갑질 논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상호 간에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은 어렵습니다. 필리핀에서는 시간 개념이 그렇게 철저하게 지켜지지는 않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시간에 쫓기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양을 오버해서 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즐거움', '만족' 등의 기준에 적합하지 않으면 돈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크리스마스를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크리스마스는 TV에서 항상 디데이를 표시해놓고. 100일 이전부터 온동네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한껏 들떠 있습니다. (아내는 옆에서 100일 정도가 아니라 1년 내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크리스마스 때. 대단한 파티를 하는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역시 가족들과 함께 모인다고 합니다.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모이는 일부도 있겠지만. 대부분 집에 가족들이 모여서 한 끼 먹으며 신나게 이야기하거나 노래를 부른다고 합니다.


우리가 꿈꾸는 1인당 GDP 3만 달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족들보다 소중한지 모르겠습니다. 신문과 뉴스에서는 3만 달러가 되지 않으면 난리가 나는 것처럼 연일 보도합니다. 우리의 삶의 질보다 단지 숫자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지금도 바쁘고 힘든데. 더 열심히 살라고 암묵적으로 수치를 보여줍니다. 결과를 만들라고 합니다.


그러니 일을 수십 년 동안 해도 흥이 없고 지칩니다.


트라이시클을 처음타고 속도감에 놀라다. 값은 1,000원 전후.


필리핀도 불경기라고 합니다. 수십 년 동안 GDP가 정체되어 있고. 부의 대부분은 정치가와 기업가에게 쏠린다고 합니다. 실제로 세부 시티로 나가게 되면 대형몰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대형몰을 보면 우리나라 코엑스를 방불케 합니다. 그곳에서 우아하게 식사를 하는 사람도 있고 외제 수입차를 타는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막상 그곳에 가면 도시의 삶이라 그런지 표정이 정말 밝지는 않습니다.


다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무리 미니언처럼 밝은 필리핀 사람들도 생활비가 비싼 (섬이라 더 비싼!!) 도시에서 생활을 하다 보면. 그 눈빛을 잃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시점에서 고민을 하게 됩니다. 도시에서 살면 화려한 반면. 그 생활비 충당을 위해서 일을 더 많이 하게 되고. 그렇게 되었을 때 지치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공통된 점일 수 도 있겠다.


도시의 삶은 필리피노도 피곤케 한다.


세부 시티는 막탄섬에 있는 아이들에겐 환상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그 도시로 들어가고 싶어 합니다. 저에게도 함께 놀러 가자고 자주 이야기합니다.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서도 이야기하면서 그곳에 맛있는 것과 놀거리들에 대해 소개해 주며 함께 가자고 꿈에 부풀어 말했습니다.


 그 아이들은 심심하지만 행복하다는 것과 도시의 화려하지만 피곤한 삶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졸업하게 되면 그 아이들은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형 얼프와 동생 조쉬.
여자아이의 부모와 허락을 받고 촬영한 사진. 해맑은 미소엔 순수함이 긷들여져 있다.

저는 우리가 필리피노와 같이 살자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도시를 떠나게 된 계기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저 위의 여자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짓고 싶어서 흉내를 내보았습니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왠지 모르게 저도 그냥 실실 웃게 됩니다.


위에서 방문한 곳은 얼프네 집입니다. 얼프 역시 2번째 필리핀 방문에서 저와 만나기로 했지만. 쑥스럽다고 해서 나오지 않은 친구입니다. 저를 실망시켰지만. 그의 어머니가 끌고 나와서 저희와 만났습니다. 특이한 케이스였지만. 그것도 신기했습니다.


얼프의 어머니는 영어를 매우 잘했습니다. 듣기는 물론이고 말하기까지 제가 만난 필리핀 사람들 중에서 가장 수준급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살 정도로 해외 경험이 많은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허락을 받아 얼프네 놀러 간 것입니다.


실제 필리피노 집에 들어가자 아내와 저를 위해서 시원한 물을 밖에서 사 오셨습니다. 흠..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지만. 시원한 정말 차디찬 얼음물을 조쉬가 사 왔습니다. 그 두 잔을 받아서 마시면서 아주머니께서 하는 사업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도 듣고. 그 집 앞에 있는 게임기를 통해서 동네 아이들이 오락을 하는 것도 구경을 했습니다.


흔들려도 괜찮아.

2번째 필리핀 방문은 아이들이 '심심하지만  행복하다'는 대답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어느 정도 그 해답을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누군가 전원주택으로 떠나게 되면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하냐고 이야기합니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


이라고 하는 것이 제 대답입니다. 그 공부라는 게 무엇인지 원하는 대학원에서 원하는 공부를 했지만. 결국 얻은 것은 의문 투성이인 상태입니다. 저는 미래에 태어나게 될 제 자녀들에게 똑같은 길을 가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교육을 단지 책에 갇혀서 시키고 싶지도 않습니다.


심심하지만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할 수 있을까요? 전원생활에서 따분함은 과연 문제만 가득한 일일까요? 할 수 있는 만큼 일을 하는 것은 게으른 것일까요? 도시의 비싼 생활비로 인해서 가족들과 만나기 힘든 현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우리나라도 고성장 시대를 마치고 이제 저성장으로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어떠한 방법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이전처럼 5%-7% 대의 성장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미 중국에서도 성장률은 서서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합니다.


행복의 기준은 각자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대비하는 것도 각자의 몫인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고속성장 시대를 다시 하고 싶어 하지만. 국민들은 40년간의 희상으로 인해서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방법이 필요합니다. 정부에서 제시하지 못한다면. 우리 스스로가 모여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필리핀에서 제 의문은 모두 해결되었을까요?


아니요.


그래서 다시 재방문을 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70년 동안 전쟁 같은 인생을 살아오신 아버지를 모시고 방문합니다.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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