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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평김한량 Apr 14. 2017

부자의 예언서 1편 - 밸런스의 붕괴

퇴사의 추억.

 어떤 청년이 있었다. 그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취직했다.  오직 이것을 위해서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교를 앞만 보고 달렸다. 경쟁률 100 대 1이라는 상황은 기적의 숫자였지만. 결국 그는 자신의 꿈을 성취했다. 


그런 꿈같은 시간은 머지않아 불안한 현실이 되었다. 장기 불황으로 인해서 회사의 인원 감축이 실시되었고 실적이 중위권 인원들 중에서도 실직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으며. 집을 구입하기 위해 30년 상환을 목표로 대출까지 받아놓은 상황이었다. 그것도 원금상환은 아직도 시작되지 않았고 이자만 내고 있었다.


그는 불안했다. 이젠 해고를 앞두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몇 달 뒤 걱정했던 일이 벌어졌다. 실직 앞에서는 명문대 졸업장도 필요 없었다. 그렇게 인생은 실패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것만 같았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경제, 취업, 프랜차이즈 창업, 주식, 돈에 대한 강의를 수 없이 들으러 다녔다. 그러나 이전까지 들어왔던 내용들과 비슷비슷한 내용이 많았다. 막상 큰자본이 없는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였다. 강의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니 오히려 투자를 잘못해서 크게 손실을 본 사람들도 적지 않아 보였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곳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이전부터 가고 싶었던 미국으로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미국 그 장소는 그 마음이 이끄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비행기표를 구입해 공항으로 갔다. 답답한 한국을 떠나 새로운 해답을 찾기 위해 무작정 떠난 것이다. 


공항


공항에 도착한 그의 복장은 정장 차림이었다. 회사생활을 오랫동안 했었던 그에겐 정장 차림이 오히려 편했기 때문이다. 흐트러진 옷을 입으면 마음도 흐트러질 수 있다는 회사의 방침에 의한 것이지만. 그것은 오히려 그에게 큰 행운을 불러주게 된다.


비행기 티켓을 끊을 때 간혹 예약좌석의 혼선으로 인해서 일반석 티켓이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될 수도 있다. 그런 찬스를 그가 잡은 것이다.


뜻밖의 행운을 안내받은 그는 천천히 공항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불경기 침체에도 북적이는 사람들은 공항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주말도 아니었고 여름휴가 시즌도 아니었다. 휴가시즌만 며칠 즐길 수 있었던 그에겐 새로운 광경이었다.


면세점


면세점을 둘러보던 그가 시계 판매하는 곳에 멈췄다. 그곳에서 누군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참 멋진 시계죠?


자신에게 말을 거는 줄 몰랐던 그는 계속해서 시계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자 옆에서 다시 이야기했다.


저도 그 시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보니 편한 인상의 외국인 한 명이 서있었다. 그러나 그는 한국말을 익숙하게 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한류열풍이 정말 외국인이 한국사람 처럼 말할 수 있게 한 것일까.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저도 시계를 좋아하는데 이렇게 시계를 뚫어져라
보고 계신 분이 있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본 경험이 많지 않은 그는 당황했으나 이내 침착하게 인사를 했다.


아닙니다.
저 역시 이렇게 비싼 시계를 누가 구입하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가치를 지녔기에 이렇게 비싼지 생각해보고 있었습니다.


그와 그 외국인은 잠깐 동안 시계를 보며 함께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이제 게이트 오픈 시간으로 인해서 헤어지기 위해 인사를 했다.


아, 그럼 즐거운 시간 되세요.
네 오늘 반가웠습니다.


그는 면세점을 빠져나와 걷기 시작했다. 지나가다 카페에서 작은 빵과 음료가 눈에 띄어 간단히 먹기로 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달달한 빵과 음료를 먹던 것 역시 그의 평소 습관이었다.


단것을 먹고 나니 한층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길을 걸으면서 아무런 계획이 없던 여행에 대한 생각들이 떠올랐다. 게이트에 도착해 그는 탑승구로 들어갔다. 


비즈니스석


그는 비즈니스석에 처음 앉았다. 이전에 앉아왔던 일반석과는 좌석 크기부터가 달랐다. 비행기에 앉으려고 좌석에 보니 낯익은 청년이 있었다. 그리고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방금전 시계를 함께 보셨던 분이군요.
어쩐지 우리는 보통 인연이 아닐 거라 믿었습니다.


 아까 보았던 면세점 명품샵의 청년이 내 좌석 옆에 앉아 있었다. 비즈니스석을 타고 가는 그의 모습은 매우 가벼운 차림이었다. 왠지 모르게 자연스러운 모습에 그의 마음도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 중에서도 첫인상만으로 상대의 마음을 녹이는 그런 사람이 바로 그 청년이었던 것이다. 


네, 오늘은 정말 인연이 따르는 날이군요. 


그는 웃으며 외국인 청년을 자연스럽게 대했다. 인사를 하고 좌석에 앉았다. 10시간 동안 걸리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았다. 읽으려고 가져온 책을 꺼내 들었다. 그는 늘 책과 함께하는 인생이었다. 학교를 다닐 때는 시험을 위해서 책을 들었다. 시험과 상관없는 삶을 살게 된 현재 그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퇴사의 추억


 그의 손에는 '퇴사의 추억'이라는 책이 들려져 있었다. 앞만 보고 달려온 그에게 퇴사라는 것은 정말 날벼락같은 이야기였다. 단지 20대 때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 취업하면 될 줄 알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그에게는 아무런 희망도 남아있지 않았다. 


요즘 한국에서는 퇴사가 유행이라면서요? 


낯선 외국인은 책에 관심이 있는 듯 책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 외국인은 여유 있게 말을 건넸겠지만.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는 그가 은근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지금 복잡한 생각을 정리해야 하는데. 그 외국인은 속도 없이 말을 걸고 있다. 어떻게든 끊어야 했다. 무심한 듯 퉁명스러운 대답을 했다. 


그렇죠. 한국은 경기가 좋지 않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이제 그 외국인은 조용해졌을까? 아니, 이제는 그에게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저도 한국의 경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세바스찬입니다.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을 잡으며 그 역시 자신의 이름을 소개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귀찮은 외국인과 악수를 하고 나니 좀 더 분위기는 부드러웠다. 평소에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그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런데 저는 단순히 퇴사가 경기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바스찬은 그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외국의 문화는 토론문화가 발달해서 자신의 생각을 곧잘 이야기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 하는 생각을 짧은 순간에 했다. 세바스찬은 그리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퇴사를 하는 당사자나 퇴사를 시키는 회사나 결국 부조화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일단 무엇이든 밸런스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현재 한국은 밸런스가 붕괴되고 있습니다. 


그는 세바스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서히 반감이 들었다. 자신의 속을 얼마나 알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세바스찬은 전혀 모른다는 생각에서 조금 언성을 높여서 답했다. 


한국은 한국만의 시스템이 있습니다. 외국인인 당신은 잘 모르겠지만...


 얼굴이 조금 달아오른 그의 모습을 보며 세바스찬은 웃으며 사과를 했다. 이렇게 목소리까지 커질지는 몰랐을 것이다. 이야기를 조금 나누던 찰나 비행기는 이륙 신호와 함께 안내방송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안전벨트 표시등은 들어왔고 서서히 속력을 높였다. 


 그는 비행기 속도가 올라감에 따라서 생각이 하나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콰가 가카카~ 


굉음을 내며 이륙하는 비행기에서 사람들은 단 하나의 생각을 한다. 안전한 비행으로 목적지까지 가야 한다는 생존에서 울리는 소리. 인간의 몸으로 느낄 수 있은 중압감은 바로 비행기 착륙과 이륙에서 느끼게 된다. 


띵~~ 띵~~ 


안전벨트 표지등이 꺼졌다. 그리고 그와 세바스찬은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먼저 세바스찬에게 한국에 대해서 이해를 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한국에서 퇴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는 경기가 좋지 않아서 퇴사를 하는 것과 둘째는 회사와 자신이 맞지 않아서 스스로 나가는 경우죠. 


세바스찬은 진지하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한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아까의 부드러움보다는 무언가 집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자 그는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도 경기가 좋지 않아서 퇴사를 하게 된 경우입니다. 그리고 이제 미국에 가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서 이 비행기를 탄 것이고요. 하지만 어떤 경우든 퇴사를 한다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세바스찬에게 그는 자신이 퇴사를 했다는 것과 현재의 상태를 이야기했다. 물론 자신이 퇴사를 한 것은 SNS에도 올리지 않은 비밀과도 같은 이야기이다. 그러나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어쩌면 세바스찬이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기에 일어난 사건일 수도 있다. 그만큼 우리는 처음 만난 사람을 경계한다. 


과연 잘됐군요. 저 역시 관심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비행기가 도착하려면 10시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괜찮다면 조금 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 그리고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은 제게 인생의 변화를 주었던 상황과 유사합니다. 


그는 이렇게 세바스찬이 관심을 보이는 것이 이상했다. 그리고 '퇴사의 추억'이라는 책을 덮고 세바스찬과 조금 더 이야기를 해봐야겠다는 스스로의 마음의 울림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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