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말들..
나 역시 직장생활에 대한 환상이 컸다. 어른들 모두 직장생활을 하면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된다고 했다. 그리고 가장 강력하게 권한 것은 바로 대기업이었다. 그렇게 치열한 경쟁은 시작되었다. 먼저 학과 선택이 중요했다. 대학 입학을 위해서는 간판뿐만 아니라 전공을 선택하는 내내 나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예비번호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내 앞자리에서 끝나버렸다. 내가 꿈꾸던 곳은 아니지만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대학을 나오게 되었다.
그렇게 대학을 마치고 취업 역시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 모두가 쟁쟁해 보였고 나보다 다 똑똑해 보였다. 나는 분명히 취업 준비가 부족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말을 잘하는 것도 외모가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합격하게 되었다. 처음 취업에 성공했을 때는 이제 나는 고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고민의 시작이었다.
그 고민을 친구에게 말한 적도 있다.
나 : 나 취업을 하고 나서 이렇게 허무할 줄은 몰랐어. 난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그런데 그냥 하래. 일을 하면서 그것도 못하냐는 말을 듣는 게 수시로 들려와.
오한진 : 야 그래도 넌 대기업에 취직해서 어디냐. 내가 다니는 곳에서는 따로 수당이 나오는 것도 없어 그런데 초과근무는 당연한 일이야. 법대로 한다면 내 말이 맞지만 현실은 그렇지도 않아.
나 : 물론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행복해 보이는 것은 맞지만 그래도 현실은 그렇지도 않아.
오한진 :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너야 말로 현실을 몰라서 그래.
이렇게 대화는 서먹하게만 흘러갔다. 꿈 많던 학창 시절을 보냈던 친구들 역시 이제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서서히 달라져 버린 것이다. 사람들과의 대화 역시 진실되지 못한 대화가 이어지고. 어디서든 나는 정해진 답을 그들에게 들려주는 사람이 되었다. 나의 생각보다는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을 귀신같이 맞췄고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렸다. 어느 것이 나의 생각인지 이제는 헷갈리기도 한다.
그러던 중에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당신의 인생은 결코 지루한 것이 아닙니다.
100일간의 특별한 인생을 살아보세요.
무심코 누른 SNS 메시지에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나 역시 인생을 지루하게 살 생각은 없다. 100일간 여행이다 생각하고 삶을 변화시켜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을 추천해주는 곳일까?
아니면 퇴사 방법을 알려주는 학원?
재밌는 취미 동아리 일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자료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그 자료에 대해서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용후기의 주제가 모두 달랐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안에서 행복을 찾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갑작스럽게 퇴사를 하더니 자신의 꿈을 이룬다며 세상에 맞서는 모습. 어떤 사람은 가족과의 불화로 인해서 힘들어하다가 이곳을 통해서 회복되었다고 한다.
심리상담일까?
먼저 그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왕이면 빨리 변화된 삶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에 그에게 급하게 이메일을 전송했다. 그는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리지 않았다. 단지 사무실 지역만 남겨 놓았을 뿐이다.
양평
특이한 케이스다. 사람들이 모이는 강남에 사무실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울에서 떨어진 곳에 사무실을 만들었다고 자랑처럼 이야기했다. 오히려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지역에 있는 것이 어찌 자랑할만한 이야기가 될까?
새로 만난 여자 친구에게 이야기를 했다.
나 : 이거 좀 봐줄래? (메신저를 보냄)
김은지 : 뭔데?
나 : 응. 한번 방문해 보려고 이전에 이야기했던 고민들에 대한 답을 찾고 있어
김은지 : 좀 이상한데? 그런데 사람들은 왜 인생이 변했다고 말하는 거지?
나 : 모르겠어 그런데 한번 만나봐서 나쁠 건 없잖아?
김은지 : 뭐 자기가 그렇다면 한번 가서 그냥 보고 와봐. 시골이니까 머리도 식힐 겸..
하지만 이렇게 가볍게 생각했던 것은 오히려 나의 착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이야기가 잘되는 것 같다가도 시간이 흐르면서 무언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틀어지는 듯했다.
급기야 이김연구소의 소장이라는 사람은 나를 내보내기에 이른다. 이유는 단지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자신의 삶은 70일 밖에 남겨지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과대망상이 아닌가 할 정도였다. 내 시간이 그 사람의 시간에 비해서 중요하지 않다는 건가? 자존심이 상했다. 그리고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일상에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내 삶은 불만족할만한 요소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간은 막연히 흘러가기 시작했다. 다시 나는 직장동료, 친구, 가족들에게 정해진 답을 이야기하는 기계가 되어가고 있었다. 누군가와 마찰은 최소화로 했다. 마찰이 없다는 것은 공통된 생각을 하는 듯 하지만. 결코 누구도 진심처럼 대한 사람은 없었다.
다시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이 생활을 벗어날 궁리만 맨날 머릿속이 빙빙 돌았다. 일을 할 때에도 나는 생각했다.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 진짜 내 인생을 살고 싶다.
이전부터 누군가에게 말하면 철없다는 소리이지만. 나는 분명 이 생각을 매일매일 하면서 살고 있다. 다른 누군가에게 처음에는 말하고 다녔지만. 가면 갈수록 나는 환상 속에서만 가둬놓고 살았던 생각이다. 누군가에게 상담을 해도 효과가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 책을 읽어도 그때뿐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다.
그러다가 다시 그 사람이 생각났다. 며칠 내내 다시 그 문을 두드려야 하나 고민했다. 내 자존심이 그것을 용납하지 못했다. 그렇게 또 나날이 지나가면서 답답함에 도저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다. 기여코 나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이메일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뜻밖에도 답장은 1분이 되지 않아서 날아왔다. 내용은 이랬다.
당장 휴가를 내고 이김연구소에 와주세요.
이민훈's 스토리 끝.
이어서 양평 이김연구소 이야기를 이어서..
5장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