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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평김한량 May 19. 2019

자신에게 주는 선물.

열심히 공부했다.

열심히 일을 했다.

열심히 살아왔다.


그렇게 마음 편할 날 없이 공부하고 일하고 살아왔다. 꿈꾸는 일들이 이뤄지기도 하고. 반대로 소중한 것을 잃기도 했다.


나는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까 고민했다. 여행을 선물해줄까.


사막이 걷고 싶어 두바이를 갔다. 오래된 주택을 보기 위해 여러 도시를 다녔다.


드래곤볼을 너무 좋아해서 드래곤볼 만화책을 판쇄별로 모았다.


맛집이 유행할 때 혀를 자극하는 호사를 누렸다. 달콤한 자극들.


그 모든 것들은 나에게 주는 상일뿐. 일상은 아니었다.


여행만 찾다 보면 나는 어딘가 방황하며 안정되지 않았다. 이국적인 야외 카페에서 외국인들의 거리도 언젠가는 질리고 공허해져 버렸다.


만화책도 맛집도 일상이 되기엔 한계는 분명했다. 상은 그런 것이었다.


자신에게 주는 선물 중 최고는 단연 삶 그 자체 일 것이다. 삶은 확실히 고된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모든 답이 다 있었다.


이전까지 상은 물질이었고. 자극이었다. 그것을 가지면 나는 행복한 줄 알고 상을 받기 위해 경쟁하고 싸웠다.


여전히 어딘가에서는 계속해서 그 상을 광고한다.


아이폰

갤럭시

자동차

여행


등. 우리는 일상 자체가 아닌 여러 도구 혹은 일탈에 집중되게 된다. 어딜 가나 그걸 가지면 내가 행복할 것처럼 멋진 모델들이 보인다. 눈을 감지 않는 이상 그 유혹은 피할 수 없다.


특별한 선물이 아닌.


나 자신에서. 내 삶에서. 내 가족에게서 그것을 찾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덜 바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덜 아이에게 신경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덜 고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나의 마음은 무겁기 때문에 덜어내는 것 자체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러려면 더 갖기 위해 오래 일하지 않고 아이를 내 마음대로 하지 않기 위해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고민을 줄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일을 더 이상 늘려서는 안 된다. 이 모든 것이 날 번아웃하게 만들었다.


그 누구도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진 않았다. 더 잘생겨지길. 더 멋져지길. 더 완벽해지길 요구했다. 그게 어른이고. 그게 사람으로 가르쳤다.


덜어내는 것이 선물이 될 수 없다고. 그건 뺏기는 거라고 대부분 말하겠지만.


편안한 마음처럼 최고의 선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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