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렇게 될지 몰랐다.
서울을 떠난 지 이제 곧 10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서울의 습관을 버리는데 오래 걸렸고. 지금도 버리는 중입니다.
그런데 저희 집 두 아이는 양평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울보다는 양평이 익숙합니다. 1년에 몇 명 태어나지 않는 이곳에서 우리 아이들은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치열한 삶보다는 느긋하게 살아갑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저는 책을 필사합니다. 게임하던 습관을 버리니 이제 심심하니 필사를 합니다. 집에 TV도 없어서 거실에는 책과 그림도구 밖에 없습니다. 모두가 일어나면 글자 쓰기 연습을 하다 밥을 먹고 유치원으로 어린이집으로 갑니다. 차에서 5분 정도 티니 핑을 보여주는데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아이들이 가면 일을 합니다. 부부가 함께 하다 보니 일정은 유동적입니다. 쉬고 싶으면 쉬고 일하고 싶으면 일합니다. 이전에 비해 계약 사항이 많아서 덜 놀지만 어쨌든 일을 합니다.
아이들이 끝날 시간 3시에 맞춰서 일정을 종료합니다. 그리고 동네 초등학교에서 한두 시간 놀고 와서 저녁 먹고 씻고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보다 잠에 듭니다. 겨울이라 5시면 해가 지는 이곳은 인공 조명도 없습니다. 왠지 안 자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재우고 부부는 각자의 시간을 한두 시간 갖습니다. 저는 다음에 촬영할 유튜브 내용과 계약과 관련된 상담내용을 메일로 보냅니다.
이렇게 몇 년을 반복하다 보니 누군가와 비교할 시간이 없습니다. 우리 집만의 룰 속에서 아이들과 부부가 살아갑니다. 서울에서는 술도 마셨는데 여기서는 술은 아예 안 마셔보니 나름대로 더 건강해진 것 같습니다. 감정의 기복도 줄었습니다.
행복은 아이들에게 배웠습니다. 심심하면 가족과 해결 방안을 찾고 우리들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일상은 소중하고 그 안에 행복이 있음을 아이들도 아는 것 같습니다.
도망치듯 양평으로 왔지만. 이제 제 삶이 이곳에 익숙해져서 서울의 속도는 너무 빠르게만 느껴집니다.
물론 치열한 부분은 있습니다. 유튜버라는 직업은 만만치 않고 수시로 매력적인 사람들의 방송이 방영됩니다. 우리만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안에 발전도 필요합니다.
삶과 일 그 안의 균형을 유지하며 사니 소소한 행복이 자극적인 쾌락이 없어도 살아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