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세다 대학에서 먹어본 학식 투어.
저희는 일본에 주택을 보기 위해 왔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발견한 와세다 대학을 보고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일본 대학생들은 어떤 밥을 먹으며 공부하는지 말이죠. 제가 다녔던 학교는 1800원짜리 학식과 2300원짜리 학식으로 구분되어 제공되었습니다. 몇 년 동안 먹으니 요일별 메뉴를 다 외울 정도였는데. 이곳 학생들의 학식을 아내와 함께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도쿄에 와서 저희 숙소가 있는 신오쿠보역과 와세다대학교가 크게 멀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도를 보면서 걸어가는 풍경은 생각보다 공사장이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일본의 경기가 아베노믹스로 인해서 나아진다고 했는데. 실제로 재건축이 여기저기서 일어나던 시기였습니다.
와세다 대학교는 사립 명문학교로 도쿄대와는 달리 비싼 등록금을 자랑합니다. 우리나라 사립대에 비해서 3배 정도 비싸다고 하는데. 저에겐 매우 많이 부담되는 비용이었습니다. ㅠㅠ 캠퍼스 크기는 우리나라 서울에 있는 대학들에 비해서 작았습니다.
사립대학 중에서 유명한 곳이라고 하길래 어느 정도 규모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조금 작은 규모는 지가가 비싼 도쿄라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찍기 좋은 곳이 곳곳에 있었으며. 스탬프를 찍으며 재밌게 학교 여기저기를 가볼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와세다 대학은 1882년 오쿠마 시게노부가 설립한 대학입니다. 당시 법학과, 정치경제학과 영문학과, 물리학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학생수는 2008년 기준으로 학부 4만 5192명, 대학원 8609명입니다. 일본 총리를 5명이나 배출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졸업한 곳입니다. 한국인 졸업생 중에는 이병철, 이건희, 박태준, 신격호 등 기업인이 많았습니다. 또 소설가 채만식도 다녔었다는군요.
와세다 대학은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곳이라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가보니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일본 대학 투어는 원래 없었는데. 단지 학식이 궁금해서 방문한 케이스였습니다.
와세다 대학의 마스코트는 곰입니다. 그래서 곳곳에 귀요미 마스코트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기념품점에 가면 곰 모양의 기념품을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념품샵 규모가 큰 편은 아니기 때문에 저는 찾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었습니다.
제가 다녔던 학교의 학식은 1800원 ~ 2300원으로 전국에서도 저렴하기로 유명한 학교였습니다. 심지어 옆에 있는 학교 학생들도 와서 먹고 갈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와세다 대학은 그것보다는 비쌌습니다. 300엔 - 400엔대로 이어지는 가격은 내가 먹고 싶은 것은 직접 한 그릇씩 꺼내서 먹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이전에 한국에서도 다른 학교에서는 이렇게 판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습니다. 먹고 싶은 것을 몇 개씩 올리다 보면 만원은 쉽게 넘을 것 같았지만. 일단 야채는 물론이고 식사, 디저트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균형 잡힌 식사를 하기엔 좋아 보였습니다.
물론 다른 곳에 비해서 저렴한 편이라고 모두가 여러 그릇을 올리진 않았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카레를 선택했습니다. 달달한 일본 음식에 조금은 물리던 상황인데. 칼칼한 카레를 보자 입맛이 당겼습니다.
일본에 있으면서 많이 먹게 되는 것이 튀김류와 국수류 였습니다. 생각보다 밥보다는 다른 것을 많이 먹게 되는데요. 찌 밥을 좋아해서 한국식당을 찾고 싶던 마음이 굴뚝같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일본 카레를 보니 어릴 적 먹던 급식이 생각나는군요.
와세다 대학의 학생식당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그런데 식사를 마치고 나니 모두 빠져나가 한산한 느낌이었습니다. 일본인들은 기본적으로 식사를 천천히 한다고 하는데. 공부로 바쁜 학생들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먼저 학생식당이 밝아서 먹는 내내 기분은 좋았습니다. 역시 창이 크면 채광이 잘되는군요.
아내와 저는 와세다 대학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의 대학의 추억도 새록새록 느꼈고 와세다 대학에서 제공해주는 역사 프로그램도 재밌었습니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 역시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서 사립대학을 선택하기란 부담스러운 일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학생 시절에 대학 등록금으로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요즘에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학자금으로 매달 쌓이는 빚과 함께 몇 년 동안 공부해서 받은 졸업장은 취업을 보장하는 수표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공부를 위해서 가는 곳이지만. 쌓이고 쌓이는 빚은 현실적인 부담입니다.
학식을 먹어본 것도 그 식사가 제게 4년 동안 주식이었기 때문입니다. 1800원짜리와 2300원짜리 식권을 매달 20장씩 구입해서 점심, 저녁을 모두 해결했기 때문에 중요한 식사 통로였습니다. 학교 앞 식당들도 먹고 싶었지만. 4천 원 - 6천 원씩 하는 식사는 부담스러웠습니다. 매점에서 파는 350원짜리 호도 마루 하나가 제겐 포상과도 같았던 시기였습니다.
학생식당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바쁘게 살아가는 학생들의 열정을 다시 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혼자 먹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취업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게 되는 시기에 멋진 캠퍼스 낭만을 누리기란 어려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여러분들 모두 파이팅하시길 바랍니다.
노력하는 당신은 진정 멋진 사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