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귀촌, 귀어 성공과 실패 사이.
귀촌은 도시에서 촌락으로 되돌아 온다는 의미.
저는 귀촌을 약 2년 반 정도 준비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어느 곳이 우리가 살기에 좋은 곳인가 고민했습니다. 귀촌이 확정되기 전에는 이민도 생각했습니다. 어릴 적 이민을 떠난 친구들을 생각하며 몇몇 국가를 보았습니다. 캐나다, 호주,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는 이민이 과거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민을 가서 되돌아 오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라는 통계도 확인했습니다.
저는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랐습니다. 귀촌에 대한 로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결국 어딜 가던 먹고사는 문제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귀촌이라고 해서 생활비가 안 드는 것도 아닙니다. 벌이 문제는 살아가는 동안 평생의 고민이 될 것입니다.
인생 3 모작 시작.
최근 일본에서는 인생 3 모작 이론이 나왔다고 합니다. 우리에겐 생소한 인생 3모 작은 3040세대에서 인생을 탈바꿈하고 그다음에 6070세대에 또 인생을 탈바꿈합니다. 이런 방식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일본의 현실적 문제를 담고 있어 보였습니다. 우리 역시 3040세대가 귀촌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인 인생 3 모작 시대입니다.
귀농과 귀촌의 성공 역시 쉽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양평 부동산에 가보면 귀촌에 실패하여 집을 내놓은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하지만 전원주택의 경우 아파트처럼 매매가 활발하진 않습니다. 서울의 부동산을 생각해서 집을 짓게 될 경우 차후 매매가 되지 않아 전재산이 묶여 버리는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귀촌과 귀농을 했다가 도시로 되돌아 갈까요?
저는 2년 동안 양평에서 절반 정도 시간을 보냈습니다. 출퇴근하다시피 양평에 방문해서 제가 살아갈 길을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양평의 겨울도 만만치 않다는 것도 보았습니다. 결국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을 배우게 됩니다. 추운 겨울은 비싼 난방비로 직결이 됩니다. 만약 도시가스가 들어가는 지역에 집을 짓는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땅은 일단 비쌉니다. 그래서 LPG 혹은 등유 보일러를 선택하게 됩니다.
집을 지을 때 단열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난방비 폭탄을 맞게 됩니다. 난로를 설치해서 보완을 한다고 하지만 땔감을 넣어야 하는 화목 난로의 경우 유지비와 관리로 인해서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소에 사용했던 것이 아니라면 습관이 맞지 않아 사용하지 않고 관상용으로 쓰기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단열을 올리고 난로를 포기했습니다.
눈이 내리고 나면 빙판길 역시 도시처럼 바로바로 제설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봄까지 눈이 녹지 않은 곳을 찾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SUV 차량을 구입하라고 주변에서 추천해주십니다.
이곳에 와서 장을 한 번 보면. 도시처럼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특가상품이 적은 편입니다. 결국 특가상품이 없다는 것은 공산품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아직 양평에는 대형 할인마트가 없습니다. 앞으로 들어올지 모르겠지만 장을 볼 때 정말 필요한 것을 구입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읍내에 나가면 치킨은 물론이고 다양한 외식문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도시와 같이 생활비를 지출할 수도 있습니다. 도시에서 익숙해진 습관은 이곳에 와서도 버리기 힘듭니다. 그러나 만들어 먹으면 생활비가 줄어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저도 요리를 하고 아내도 요리를 하는 투톱 시스템을 만들까 합니다.
스마트폰 요금, 전기요금은 모두 많이 듭니다. 그래서 아내와 저는 알뜰폰으로 바꿨습니다. 전기요금은 누진세가 붙지 않게 늘 주의를 해야 합니다. 이런 고정지출이 쌓이고 쌓이게 되면 부담이 되는 것은 어딜 가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전기기기의 편리함을 버리고 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단지 약간의 절제를 할 뿐입니다.
저는 양평에 있지만. 도시 지역에서 살다 오신 분이 많은 곳으로 갑니다. 그런데 귀촌이나 귀농을 할 때 마을로 들어가는 분들도 계십니다. 도시에서 살던 사람이 시골에서 적응을 100%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문화 차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죠. 어쩌면 이민을 가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에서만 살던 사람이 시골에서 오래 산 사람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고. 반대로 시골에서만 살던 사람이 도시에서만 살던 사람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있을 것입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완전히 다른 세계인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제가 살게 된 곳이 마을과 2분 ~3분 정도 떨어진 곳이지만. 길 하나 사이에 두고 앞으로 함께 관계를 맺어야 할 소중한 분들인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일단 인사부터 잘하자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살던 곳과 다른 문화라고 해서 너무 스트레스 받기보다는 조금씩 적응하기로 생각했습니다. 이웃과의 관계는 소득과 지출만큼이나마 귀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난방, 생활비 등을 생각하면 일정한 수입은 중요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에 일정한 수입에 대한 고민은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일정한 지출은 반드시 생기기 때문이죠. 물론 텃밭을 일궈내면 반찬거리는 나올 수 있겠지만. 보험료와 각종 유지비는 나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그래서 약 7년 동안 거래하던 곳을 추리고 추렸습니다. 그리고 사업을 축소시켜 프리랜서 선언을 했습니다. 지금은 새로 영업을 하지 않아도 약간의 수입은 나올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만약 귀촌을 준비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장기간 준비를 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일정한 수입에 대한 고민은 직업의 변신이 필요합니다. 귀농을 하던 귀촌을 하던 도시에서 일하던 만큼 일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리고 인생 3 모작에 의하면 이전에 하던 일과 다른 일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에 따른 수입의 차이는 분명 발생합니다.
귀촌 - 얻는 만큼 포기하는 것도 생기는 삶.
오늘은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했습니다. 귀촌은 언젠가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저에겐 이미 현실이 되었습니다. 2년 동안 답사하고 7년 동안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일은 늘 발생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예전에 잘 나가던 시절을 생각하며 한탄하기엔 현실의 문제는 지금 당장 해결책을 요구합니다.
많은 분들이 귀촌에 대한 환상을 갖고 오셨다가 돌아가게 됩니다. 저 역시 귀촌을 통해서 배우고 있지만. 수입과 지출에 대한 관리가 허술해지면 모아놓은 자금이 금방 증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귀촌을 하는 이유는 온전히 제 삶을 누리고 가족과의 더 많은 대화를 위해서 입니다.
귀촌을 하는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3040세대가 귀촌에 진입한지 아직 몇 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당한 시행착오가 예상됩니다. 그러나 적응에 성공한 분들의 표정을 보면 정말 밝습니다. 그리고 크게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삶에 만족하십니다.
어떤 일이든 성공과 실패는 함께 따라옵니다. 만약 귀농을 통해 억대 수입을 누리는 TV 속 이야기를 생각하신다면 분명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어르신들은 농사를 짓는 것에 대해 신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오히려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 왜 내려오시는지 반문하십니다.
'귀촌하면 뭐 먹고 살지?'라는 질문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
양평 김한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귀촌과 전원주택에 대한 이야기. '아파트를 버리고 전원주택을 짓다'는 현재 브런치에서 독점 연재 중입니다. 매거진을 구독하시면 무료로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