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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평김한량 Apr 28. 2016

귀촌 후 달라진 생활 몇 가지.

불편해도 괜찮아.

전원생활에서 다시 시작한 신혼생활


 아내와 전원주택을 짓는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양평에 내려왔습니다. 숙소는 단기 임대로 월세를 구했습니다. 서울보다는 비싸지 않지만. 반대로 단기 임대는 구하기 힘듭니다. 만약 2년 정도 임대를 한다면 구할 수 있는 곳의 선택의 폭이 넓었을 텐데. 지금 온 곳은 집을 짓는 곳과 약간 떨어져 있습니다.


아내는 귀촌을 하기 전에 은행의 정규직이었습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입사를 꿈꾸는 곳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아내의 선택은 퇴직이었습니다. 저 또한 귀촌을 하기 전까지는 MBA과정을 마친후. 사업을 통해 수입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벌면 벌 수록 신기하게 돈은 부족하기만 했습니다. 욕심만 늘어갔습니다.


그러던 둘이 결혼을 하면서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결국 도시의 삶에 대한 회의감을 느껴 귀촌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현재 양평에서 살면서 만족하는 점도 있고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넓은 곳을 함께 바라보며 걷는 이곳. 조용하고 시원했다.


불편해도 괜찮아. 우린 함께니까.


귀촌을 결심하지 못하는 분들은 먼저 '불편해서 못 산다'라고 생각하십니다. 그 말엔 저도 100% 동감합니다. 양평 이곳에서는 읍내에 산다고 하더라도 수도권보다 불편한 점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꼭 엄청나게 큰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집을 짓는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임시 숙소로 지내는 곳이지만. 양평의 삶은 여유롭습니다. 아내 역시 은행에서 잡무에 시달리며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소화가 잘 안되기도 하고 매일 반복되는 생활을 생각하며 우울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는 표정이 더욱 밝아졌습니다.


저는 불편한 만큼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서 좋습니다. 사람은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하기도 벅찬데 도시에서는 너무 많은 것을 해야 할 것 같은 착각을 느끼며 삽니다. 그리고 매일 새벽에 잠이 듭니다. 잠이 부족하니 다음날도 우울합니다. 저에겐 수면부족은 매일 달고 사는 일상이었습니다.

산이 둘러싸고 있는 지형. 스위스에 비견해도 결코 우리나라의 풍경은 뒤떨어지지 않는다. 실제 스위스 마테호른에 가서 느낀 것은 한국의 풍경이 얼마나 멋진지 였다.


버스는 단 하루 여섯대.


한적한 마을을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서울보다 다채롭습니다. 일단 차를 피하려고 애쓸 염려도 없고. 그냥 우리 둘의 걸음의 속도에 맞춰 살아가면 됩니다. 요즘에는 읍내 카페를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는 하루에 여섯, 일곱 대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만약에 버스 한 대를 놓친다면. 무려 3-4시간을 기다려 다음 버스를 타야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늦잠을 자서 버스 한 대를 놓치고 4시간 뒤에 버스를 타고 나간 적도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2-3분에 한대씩 오는 전철에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이곳에서는 혹여 놓칠세라 10분 정도 미리 나와서 정거장에 앉아 있습니다. 역시 앉아서 아내와 또 이야기를 나눕니다.


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어느샌가 동네 어르신 한 분이 나오십니다. 인사를 나눕니다. 처음에 뵈었을 때는 멋쩍게 인사만 나누셨습니다. 이젠 구면이 되고 나서부터는 제가 이곳에 내려온 이유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십니다. 사람이 적으니 반대로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동네입니다.

소박한 우리 살림. 부족하게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소박한 삶. 그 안에서 누리는 행복.


이사를 할 때 매우 소박한 짐을 갖고 왔습니다. 신혼살림을 하기 위해 구입한 아파트는 처분했습니다. 땅의 허가를 기다리며 계속 임시 숙소에서 지냈지만. 이제 양평이 어떤 동네인지 미리 살펴보고 있습니다. 주변에 계신 이웃분들 역시 얼굴이 낯이 익을 때까지 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아파트에서 나오니 이웃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옆집 아랫집 윗집, 대각선 집. 아무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아파트에 이사를 와서 떡도 돌리고 과일도 나누었지만. 모두가 바쁘시니 오히려 부담을 드리는 것 같아서 죄송했습니다.


버스도 몇 대 없고. 주변에는 슈퍼도 없습니다. 만약 도시의 삶과 비교하면 이곳은 평가받을 수 없는 점수를 받을지 모르겠습니다. 대신 버스를 탈 때마다 익숙한 얼굴들을 보며 인사를 나누는 모습엔 사람의 정이 느껴집니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정' 이건 과연 도시의 편리함과 비교하면 어떤 가치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땅 매입, 설계도면 완성, 허가,  한국 목조건축협회 파이브 스타 제도, 시공사 선정까지 모두 마쳤습니다. 이제 최적의 날에 땅을 파는 일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약 3개월 동안 저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경험을 하게 될 예정입니다.


저는 단순히 집을 짓는 것을 '건축물'에 제한 두고 싶지 않습니다. 멋진 건축물은 어디에 세워도 멋지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희 집을 지어주시는 양수복 현장소장님은 직접 목조주택을 짓고 살고 계신 분입니다. 본인 스스로 10년 동안 목조주택에 살면서 느낀 점을 충분히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삶을 산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십니다.


우리나라 서울과 수도권은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큰 도시입니다. 그곳에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살 수도 있고. 교육, 병원, 서비스를 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물질의 가치보다 큰 것이 바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소비에만 집중하다 보니 부족한 돈을 채우기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 제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이 양평이라는 곳에서 아내와 가족. 그리고 제 자신을 충분히 되돌아볼 수 있는 삶을 살아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가족의 미래는 이곳에서 펼쳐지게 됩니다.

양평 김한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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