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일대 계약은 과정이 어려워도 괜찮다. <전원주택 직영공사>
저희 부부는 건축예산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방법을 1년 동안 연구했습니다. 어떻게 집을 짓는 것이 우리에게 옳은 방법인가.. 인터넷에서 여기저기 광고를 하는 대형업체는 저희 예산으로는 시도할 수 없었습니다. 직접 집을 짓는 것은 1년이 걸릴지 그 이상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를 초빙해서 직영공사를 진행하기로 합니다. 직영공사는 건축주가 건축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자금을 투입하여 각각의 전문업체에 직접 일을 넘기는 것입니다. 하도급이 아니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은 돈을 바로 받아서 좋고. 건축주는 중간에 커미션 과정이 없기 때문에 좋습니다. 예산을 수 천만 원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저희에게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계약서에 지장을 찍는 과정까지 공개를 해야 할지 의문이었지만. 과감하게 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왜냐하면 저희도 인터넷엔 건축주가 작성한 포스팅이 너무 적어서 정보를 얻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저희처럼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 알아본다면 어떨까요? 저희가 공부한 1년이 무의미하게 증발되는 것과도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개를 하면 누군가는 1년의 노하우를 얻고 더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게 되겠죠? 이게 바로 세상을 사는 선순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부부는 현장소장님과 7개월가량 미팅을 했습니다. 건축주와 시공계약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7개월이나 기다려 주는 분은 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지은 집을 몇 번이나 방문해서 질문에 질문을 이었습니다. 들어간 자재를 필기해서 집으로 돌아와 공부하고 또 공부했습니다. 그래도 모르는 것은 아침이고 저녁이고 전화를 드려 질문했습니다. 지금 되돌이켜 생각하면 죄송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렇기 때문에 제가 마음 놓고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안전에 안전을 더해 집을 짓다.
저희가 진행하는 직영공사는 3단계로 감리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먼저 직영공사의 특성상 함께 일하게 될 분들과 직접 연관이 되게 됩니다. 바로바로 대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꼼꼼하게 모두 체크를 해야만 합니다. 1차적으로 양수복 소장님이 감리를 맡게 됩니다.
그리고 집이 설계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 우현배 소장님이 2차 감리를 맡게 됩니다. 설계팀과 시공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짓기 편한 대로 짓는다고 짓게 되면 처음 생각한 집은 안드로메다로 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3차 감리는 한국 목조건축 협회의 파이브 스타 인증을 받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3차까지 감리를 진행하는 것은 이전에 집을 지으신 이웃의 충고 덕분입니다. 감리는 꼭 두라는 이야기를 강조하셨습니다. <with 도훈 파파님> 추가 비용이 듭니다. 그 비용이면 어쩌면 제가 원하는 지붕재로 바꿀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돈이 남는군요.. 그 돈이면 인덕션도 하나 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감하게 감리에 더 투자를 했습니다.
직영공사의 단점을 보완하는 계약서.
직영 계약의 문제가 있습니다. 처음 집을 짓는 저와 같은 건축주는 결정할 때 어리바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아무리 공부를 했다고 하지만 시방서를 겨우 읽고 설계도면 살펴보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차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 짓고 나서 하자가 발생하면 더더욱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 걱정을 하시고 양 소장님은 이런 조항을 넣어두셨습니다. '(김준태)는 하자 발생 시 (양 소장님)에게 AS를 요청할 수 있다. 이에 (이전 작업자)에게 AS를 (양소장님)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만약 (양소장님)이 불성실하게 이행할 경우. 외부 업체에서 AS를 받고 그 비용을 (양소장님)에게 청구할 수 있다.
이말은 결국 이렇게 됩니다. 어차피 집을 짓게 되면 누군가는 짓습니다. 그러나 집을 짓는 과정에서 처음부터 잘못 시공했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작업자의 책임입니다. 그리고 현장소장님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결국 저는 현장소장님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고. 현장소장님은 책임지고 작업자에게 AS를 성실히 이행하도록 요구하게 됩니다. 만약 작업자와 현장소장님 모두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불성실이 보일 경우 저는 아예 외부 업체에서 AS를 받고 그 비용을 현장소장님에게 청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직영공사에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하자 문제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도록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작업자는 처음부터 AS가 없도록 꼼꼼하게 시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 와서 일을 해야 할 바엔 차라리 처음부터 꼼꼼하게 해주는 것이 낫기 때문입니다.
건축비 7%의 가성비.
현장소장 비는 건축비의 7%로 산정됩니다. 하지만 제가 그동안 절약한 금액은 그 금액을 이미 상회합니다. 집을 짓는 데엔 효율이 가장 중요합니다. 만약 제가 현장소장이 되어 진두지휘 한다면 분명 작업 속도는 느릴 것입니다. 작업자들과의 충돌이 일어날 경우 공사는 중단될 위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견적을 맞출 때 업체 가격으로 맞추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건축자재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차후 하자에 대해 염두하고 고르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20년 동안 집을 지어온 전문가의 경우 경험을 통해서 모든 것을 습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양 소장님은 캐나다에서 유학을 하셨기 때문에 기본적인 목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십니다.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해답을 내놓는 연륜이 느껴집니다.
계약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
견적은 맞추고 맞춰도 계속해서 변경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둘러서 계약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장 좋은 견적과 계약은 완성되었을 때 변동사항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7개월 동안 꾸준히 견적을 맞추고 또 맞췄습니다. 어렵게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삭제를 하거나 변경했습니다.
보통 계약을 위한 견적 검토는 1개월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나 7개월 동안 검토를 하면서 견적서에 쓰여있는 대부분을 이해합니다. 옆에 있는 아내 역시 견적서를 넘기면서 모두 읽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소장님과 통화하면서 외장재와 창호에 대해서 상의를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만약 저희가 7개월 전에 계약서에 싸인을 바로 했었다면. 충분히 견적서를 검토할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계약이 이렇게 이뤄진다면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건 1억이 넘는 계약서입니다. 100만 원짜리 TV 하나를 사도 고민하는 우리가 1억짜리를 쉽게 계약할 수는 없었습니다.
A. 저희는 집의 내구성을 위해서 외벽을 1등급 목재를 사용할 예정입니다.
B. 지붕재로 사용될 컬러강판의 경우 가장 두껍고 품질이 우수한 0.7T 제품을 사용합니다.
C. 창호는 패시브 하우스에 사용하는 독일산 프레임을 사용하는 캐멀 링 시스템 창호 88mm에 46mm 로이 3중 유리를 채택했습니다. 20개 창호 모두 동일한 1등급 스펙입니다.
D.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단열이 우수한 '가등급' (1등급) 에코필을 사용하여 완벽 기밀을 목표로 투자했습니다.
E. 외벽은 일본에서 보고 온 세라믹 사이딩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바탕이 되는 부분의 외벽에는 스타코플렉스를 사용하여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에도 크랙이 가지 않도록 했습니다.
F. 바닥 단열에는 압출법 XPS 100mm 혹은 그 이상이 예정되었습니다.
G. 도어는 기밀이 우수하고 방범이 잘되는 코렐 도어입니다.
H. 다락과 계단에는 하늘 창을 뚫어 하늘의 별을 보거나 빠른 환기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역시 우수한 기밀과 단열성능을 갖추고 있는 3중 유리입니다.
만약 위의 스펙대로 시공하려고 했다면 1억 원대에 집을 짓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등급을 1등급으로 맞추고 감리를 세우더라도 직영공사에서는 오직 '자재값'과 '인건비'만 추가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단을 늘리거나 줄이더라도 나무값만 상승할 뿐이었습니다. 나무 가격은 (2*6 기준) 30cm (한 자)에 4600원 정도밖에 하지 않습니다. 만들고 싶은 집을 모두 시도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제약을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로써 저희 부부가 계약하는 과정까지 투명하게 공개했습니다. 직영공사에 대한 결과는 모두 저희 부부가 책임을 져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공부하고 준비한 과정만으로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견적서를 읽기 위한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 더 자세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양평 김한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귀촌과 전원주택에 대한 이야기. '아파트를 버리고 전원주택을 짓다'는 현재 브런치에서 독점 연재 중입니다. 매거진을 구독하시면 무료로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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