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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평김한량 Apr 20. 2016

교토 백 년 주택에서 생활해보기.

교토 호스텔 하루야 북에서 만끽하는 100년 전 교토의 향기.

일본에 방문하며 이젠 집에 대한 생각을 많이 바꾸게 되었습니다. 고베에서는 100년 전에 외국인들이 살았던 주택을 방문했었습니다. 그 결과 집에 대한 가치를 재조명하게 됩니다. 제가 살고자 하는 전원주택이 100년 동안 보전되면 어떨까 하는 즐거운 상상입니다.


이번에 교토에서는 100년이 넘은 집에서 묵게 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바로 호텔 하루야에서 100년 주택을 개조하여 숙박시설로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깨끗하고 아늑한 호텔이 아닌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에서 머물게 됩니다.



만화에서만 보던 그런 집을 찾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만 보던 그런 곳에서 머무는 경험은 특별합니다. 100년 전 당시 중목구조의 일본 주택은 크거나 웅장하진 않지만.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습니다. 교토 시내에는 이런 과거의 역사와 현재가 조화로움이 있습니다.


숙소 가격 역시 크게 비싸지 않아 머무는데 부담도 크지 않습니다. 잠을 자기 위해서 숙소를 찾아가게 되면 골목골목마다 예쁜 백 년 주택들이 우리를 맞이 합니다. 만약 빌라만 가득한 도시였다면. 결코 교토의 매력은 지금과 같지 않을 것입니다.

역사를 고스란히 살리는 개발을 보여주는 교토의 거리.


백년전 누군가 걸었을 이 거리..


10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골목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켜 줍니다. 우리는 그곳을 지나다니며 과거를 회상할 수 있게 됩니다. 아마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골목엔 사람들이 지나다녔겠지요.


저 역시 그 느낌을 느끼며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백 년 주택의 실내는 어떤 모습으로 되어 있을까요? 현대 아파트와의 차이점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약간은 복잡해 보여도 돋보이는 이 공간.


백 년 주택이 숨쉬는 공간


텔 하루야는 숙박업소로써 이용되지만. 완전히 리모델링하기보다는 최대한 백 년 주택의 가치를 살렸습니다. 그래서 실내는 좁기도 하고 어둡기도 합니다. 어쩌면 최신 호텔에 비해서 깔끔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새 건물에서 느낄 수 없는 손 때 뭍은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화장실 이용도 조금은 불편합니다. 왜냐하면 과거 집에서는 화장실이 모두 밖에 있었기 때문에 이 호텔 역시 그 방식 그대로 밖에 있는 건물을 이어 놓은 모습입니다. 2층에서 머무는 게스트 들은 1층에 내려와 화장실을 이용해야만 합니다....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는 현대인에게는 매우 불편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그러나 불편하지만. 아예 생활을 못할 정도로 불편한 것은 아닙니다. 과거엔 그런 것이 당연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입니다. 물론 최신식 화장실 설비가 되어 있어서 깨끗하고 편리하게 이용 가능합니다.

잘숙
중정은 절제미란 무엇인지 눈으로 보여준다. 일본인의 특유 문화가 신기하다.


가장 가까운 자연의 매력. 중정.


과거 일본 주택에서는 중정을 볼 수 있습니다. 단독주택이 보편화되었던 당시엔 작은 마당은 모두가 가지고 있었지요. 축소 지향적인 일본은 극도로 절제된 조경의 미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중정에 해당하는 작은 마당은 저희 집 설계에도 반영이 되어 있습니다. 일본은 극도의 절제 미라면. 우리나라의 주택에서 중정은 안마당에 해당합니다. 집을 'ㄱ' 자로 꺾고 그 안에 마당을 넣었으며. 집을 둘러싸고 있는 큰 마당을 추가로 하여 2중으로 조경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설계는 매력적입니다.

특히 겨울에 돋보이는 테이블.

일본에서는 탁자 아래에 전기담요가 있어서 다다미방의 단점을 보완합니다. 그래서 손님맞이 응접실에는 특이한 모양의 좌식 테이블이 있습니다. 아무리 추워도 테이블의 천에 몸을 넣으면 몸이 따듯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토 호텔 하루야 손님들은 저 공간에서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정보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이전에 고베의 사랑이네 민박에서도 비슷한 테이블이 있어서 이용했는데.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호텔이라고 믿겨지지 않는 공간. 그래서 매력적인 이곳.


손 때, 그리고 스크레치


하루야의 숙소를 보면. 과거 한옥과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동양권의 중국, 한국, 일본 삼국의 주택들은 특색이 있으면서도 비슷한가 봅니다.


100년이나 된 건물의 문을 보면. 정말 손때와 함께 스크레치로 인해서 세월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반면 지금 그런 목재를 구하려고 한다면. 어려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에 비해서 목재의 가격이 많이 올랐고. 이제는 목조가 아닌 대체재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건축자재 역시 미래에는 구하기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우리의 것을 아껴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래엔 희귀한 것들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부분입니다.

백 년 전 사람들이 살았을 이곳..


숙소의 방은 많이 어두운 편입니다. 왜 그런지 호텔 하루야에서는 리모델링을 하면서 실내는 어둡게 조명을 해두었습니다. 분명히 밝은 LED 전구가 있었을 텐데. 이렇게 은은한 빛을 발하는 느낌으로 방이 꾸며져 있었습니다.


일본 주택은 역시 방음에 취약하기 때문에 투숙객이 이동할 때마다 소리를 고스란히 듣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백 년 주택에서는 구조적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런 단점을 안고 갈 수 있는 사람은 이용하겠지만. 만약 부담이 된다면 이용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다행히 저는 귀마개를 이용해서 잠을 잘 잘 수 있었습니다.


어둡고 불편해 보이지만.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은 간절하기만 하다.


다시 방문하고 싶은 낡은 집.


만약 다시 한 번 교토에 방문하면 저는 이 백 년된 건물에서 자게 될까요? 대답은 Yes.입니다. 일단 이곳의 분위기를 보면 새 건물에서 느낄 수 없는 느낌이 납니다. 그래서 하루를 묵기만 해도 매력에 빠져듭니다. 비탈진 계단을 보면 정말 위태로워 보이고. 1층에만 화장실이 있는 것도 불편합니다.


무조건 편리하기만 해야 한다는 아파트와는 달리. 이런 불편함 조차 감수하고 싶은 매력은 무엇일까요? 무엇이든 빨리빨리 해야 하고. 과거의 것보다는 새것을 쫓는 우리에게 무언가 이야기해주고 싶은 집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력이라는 것은 바로 특별함에서 시작됩니다. 우리가 집을 지을 때. 무조건 싸고 빠르게 지을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스토리를 담고 과감하게 특징을 부여해야만 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만약 우리나라에 이런 건물들이 즐비하다면 재개발을 통해서 모두 빌라로 변신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스토리 없는 새 건물이 아니라. 한 번 머물면 잊히지 않는 이런 공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앉아서 생각에 잠겨보는 아내의 모습. 백 년 주택은 우리에게 또 다른 추억을 선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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