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이 없는 생활의 회복.
오늘도 하루 해가 저물었습니다. 아내와 산책을 하다가 해가 저무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어둑어둑 해지면 산책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서울 같으면 새벽까지 길을 걸어도 문제가 없겠지만. 이곳 양평의 어느 마을은 7시가 넘기 시작하면 벌써 어둑어둑 해집니다.
요즘에 밤이 되면 방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이전 같으면 야식도 생각나고 친구를 종종 만나기도 하겠지만. 이곳에서는 책을 읽거나 잠을 자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이곳에 글을 쓰는 것도 길게 쓰긴 어렵습니다. 원룸이라 한 사람이 불을 켜면 한 사람은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이죠.
누군가는 귀촌은 삶을 포기하는 부분이 크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번아웃 없이 잠을 충분히 자는 지금의 삶에 만족합니다. 하루에 8시간을 꼬박 채워서 잠을 잔다는 것은 왠지 호사 중의 호사인 것 같습니다. 번아웃 대신 충분한 잠. 이것 역시 선택 사항입니다.
주변이 모두 어두워졌으니 잠을 자야 합니다.
지금 저희가 있는 원룸에는 TV가 없습니다. 나중에 집을 짓더라도 TV는 외딴 공간에 배치할 생각입니다. 없어도 살 수 있는 도구인데. 괜히 있으면 밤새도록 TV를 보고 싶어 지는 것이 사람의 습성인가 봅니다. 연예인 소식을 몰라도. 드라마를 아예 안 봐도 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요즘 언론에서는 번아웃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불빛은 우리의 편리를 위해 탄생했지만. 반대로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 부분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주변이 어둑어둑하니 왠지 잠을 자야만 할 것 같은 기분. 괜히 노곤 노곤한 저녁 여덟 시 반입니다.
개굴개굴...
오늘도 이렇게 잠이 듭니다.
모두 굿 나이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