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 이광

by 이광
지하철 게첨 시.jpg



몇 년 전 서울 지하철에 소개된 졸시입니다.


문 밖엔

늘 헤쳐 온 파도가 넘실댄다


바다도 뭍도 아닌

여기는 작은 선창


그물질

지친 몸 부릴

배를 댄다


집이다

<현관> 전문



현관은 집의 요소 중에서도 도착했을 때의 안온감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현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아직 집에 도달한 것이 아니다. 현관 앞에서 고꾸라져 잠든 술꾼의 예는, 집의 장소성 중에서 가치가 높은 곳이 현관임을 말해준다. “배를 댄다// 집이다”고 했을 때, 이미 심리적으로 집안에까지 다다른 것이다. 집과 배턴 터치를 하는 곳이 현관인데, 그 터치의 순간에 바깥이 무화되면서 휴식의 몽상에 잠기게 된다. 단시조의 절제된 형식 내에서 핵심적 이미지를 통해 삶의 극화된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ㅡ염창권 교수의「해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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