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최양숙
비탈을 가진 너와
넝쿨을 가진 내가
길이란 길 다 돌아와
쌓아가는 오막살이
이렇게
아픈 더듬이
밤새도록 감아서
최양숙 시인의 ‘다시,’를 다시 읽습니다. 제목에 쉼표가 붙어 있어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일단 마음을 가다듬듯 한걸음 쉽니다. 제목과 함께 종장이 종결어미가 아닌 활용어미로 끝나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이는 상황이 현재진행형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즉 다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시간 상황인 것입니다.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이면서 우리 이웃, 아니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지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비탈과 누군가에게 기대야 사는 넝쿨이 만나 살림을 차린 모양이군요.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며 ‘길이란 길 다 돌아와’ 만난 인연이라 서로 애틋할 것 같습니다. 오막살이 쌓아가며 시작하는 삶이 만만찮겠지만 왠지 잘 이겨낼 걸로 보입니다. 자신의 ‘아픈 더듬이/밤새도록 감아서’ 비탈의 불안정한 현실을 품는 정성이 미더워서입니다. 비탈은 넝쿨을 붙잡아주고 넝쿨은 비탈을 끌어안고 다시,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서로가 아픔을 함께하고,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줌으로써 하나가 되는 생의 풍경입니다. 한 행으로 구분한 종장의 첫 음보 ‘이렇게’는 단순한 접속어 역할만 하지 않습니다. 독자에게 각자 나름의 기억을 불러일으키게 하여 동일화의 영역으로 이끌며 공감대를 넓혀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