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홍사성
잠시
기다렸더니
금세 지나갔다
긴 장마라 한들
무엇이
다르겠는가
비 그친
저녁 하늘에
무지개 한참 섰다
공교한 수사는 써본 적 없다는 작가의 시론처럼 ‘본 대로 느낀 대로 편하게’ 쓴 작품입니다. 그만큼 독자에게도 편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쉬운 글이라고 녹록하게 보아 넘길 것은 아닙니다. 복잡다단을 겪고 난 단순함이 깊이를 이룬 글이 여기 있습니다.
초장은 누구나 살면서 곧잘 부딪히는 일에 대해 풀어놓았습니다. 소나기처럼 잠시 피하면 지나갈 일이 어디 한두 가지던가요. 금세 지나갈 일을 두고 아등바등하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중장 또한 우리에게 좀 더 느긋한 시선을 권합니다. 장마든 소나기든, 길든 짧든 다 지나간다는 것이죠. 기다림의 정도가 다를 뿐입니다. 종장에서는 작가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비를 내리고 그치게 하는 자연의 섭리는 우리에게 무지개를 보여줍니다. ‘한참’이란 말이 눈길을 끄는군요. 기다릴 때 흔히 쓰는 말인데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도록 무지개 또한 한참 서서 기다렸다는 것입니다. 맑게 갠 하늘의 무지개는 기다림에 대한 아름다운 보상으로 나타납니다.
작품을 읽는 동안 다윗 왕과 솔로몬의 일화로 잘 알려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경구가 머릿속을 맴돕니다.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다는 종교적 의미뿐만 아니라 처세의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실패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눈앞의 성공에 교만하지 말자는 뜻도 읽힙니다. 건데 그게 생각대로 잘되지 않는 거지요. 수양이라는 기다림의 과정 또한 따라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