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박성민
온 가족 둘러앉아
된장국 먹는 저녁
별들을 떠먹이려고
허리가 휜 초승달
숟가락
입에 문 문고리
밤새 집이 배부르다
숟가락은 우리가 평생을 사용하는 가장 친숙한 도구입니다. 일본은 젓가락만 있어도 되고 중국도 젓가락 위주에 숟가락은 곁들이지만 국을 즐기는 우리 음식 문화는 숟가락을 먼저 쥡니다. 숟가락을 놓았다 하면 식사를 마쳤다는 뜻이고, 때론 한 사람의 죽음을 완곡하게 표현할 때도 쓰이지요. 시인은 숟가락 하나로 산업화 시대 이전 우리네 정겨운 삶의 풍경을 복원합니다.
초장에서 바로 ‘온 가족’이 등장하며 요즘 흔히 얘기하는 ‘혼밥’의 시대와 대비를 이룹니다. 초장의 ‘둘러앉아’에는 밥상에 대여섯이 붙어 앉은 광경이 펼쳐지며 가족 간의 화목한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어지는 중장을 보면 부족한 살림에도 자식들 배곯게 하지 않으려는 부모의 심중을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허리가 휜 초승달’은 엄마가 아이에게 밥 한술 떠먹일 때 비스듬히 기운 숟가락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동화 속의 한 장면을 담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문장입니다.
종장에 들어서자 문고리에 걸어둔 숟가락을 통해 밥상에서 잠자리로 시공간이 이동합니다. 여닫이문 걸쇠를 잃어버리고 나면 숟가락이 대신 빗장 역할을 하곤 했지요. 종장의 후구는 따로 한 연으로 독립하여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대가족 시대엔 한 방에서 여럿이 칼잠을 자는 게 예사였습니다. ‘밤새 집이 배부르다’라는 결구는 증가 일로에 있는 일인가구 시대의 허기진 밤과도 대비를 이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