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김경옥

by 이광

김경옥


먼 길 가신 후 자주 보러 오시네


힘내라 길 잃지 마라


도와줄 건 뭐 없니


다시는


걱정 마시래도


또 오시는


아버지



환하게 떠오른 달을 보면 돌아가신 부모님 얼굴이 떠오릅니다. ‘호미도 날히언 마라난 낫같이 들리도 업스니이다’라고 시작하는 고려가요가 생각납니다. 농경사회의 일상 도구인 호미를 아버지로, 낫은 어머니로 비유하여 어머니의 더 큰 사랑을 읊고 있습니다. 호미의 날이 낫보다 무딘 건 사실이나 호미에겐 낫과는 다른 역할이 있지요. 위 작품은 호미의 손길 같은 아버지의 사랑을 노래합니다.


초장의 후구 ‘자주 보러 오시네’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을 암시합니다. 필자의 짧은 소견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의 농도는 짙어질지언정 그 빈도는 점차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자주 보러 오신다는 건 그만큼 그리움의 빈도가 잦다는 말이지요. 아버지는 생전에 화자에게 들려주던 말씀과 더불어 오십니다. 중장 ‘힘내라 길 잃지 마라’는 화자에게도 한때 힘든 시기가 있었음을 짐작케 하고, 아버지의 격려에 힘입어 잘 이겨낸 듯 보입니다. ‘도와줄 건 뭐 없니’라는 후구에서는 아쉬운 사정을 잘 내색하지 않는 자식을 염려하는 아버지의 심중이 그대로 읽히는군요.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면서도 걱정이 앞서는 건 부모들의 한결같은 마음입니다. 종장 후구 ‘또 오시는//아버지’에는 그렇게 말을 걸어오시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합니다. 자식의 밤늦은 귀가를 기다리던 아버지가 밤하늘의 환한 달로 떠 있습니다. 어두운 밤길을 비춰주는 달빛은 앞으로도 오래오래 자식의 달그림자로 함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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