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전봉준
-가시
권갑하
사초史草의 손톱 밑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못물로 갈앉은 역사 불꽃처럼 깨운다
분연히 어둠을 긋고
스러져 간
유성
하
나
제목 아래 부제로 적힌 가시’가 눈길을 붙잡습니다. 가시는 주로 식물의 줄기나 밤송이 같은 열매에 뾰족하게 돋친 걸 말합니다. 생선의 잔뼈도 가시라 부르고 나뭇결에서 삐져나온 거스러미도 가시라 하지요. 속 썩이는 대상을 두고 눈엣가시라 하듯 가시는 흔히 부정적 존재로 비유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보는 이의 관점에 따른 것이지 가시 입장에서는 자신을 보호하고 상대에게 경각심을 주는 역할에 충실한 것입니다.
손톱 밑으로 파고든 가시는 실낱같이 작지만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게 합니다. 당대의 역사에서 전봉준은 그런 존재였습니다. 혁명은 실패로 끝났으나 백성들의 역사의식을 ‘불꽃처럼 깨운’ 인물이었지요. ‘분연히 어둠을 긋고’ 그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집니다. 그러나 동학의 정신마저 사라진 건 아니었습니다. 혁명 실패 후 동학군들은 항일 독립군으로 활동했고, 그 정신은 3.1 만세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초장과 중장은 한 행으로 띄워놓고, 종장에서 특히 후구의 행갈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각 행의 끝말이 그리는 곡선은 마치 유성이 떨어지는 궤적을 연출한 듯합니다. 시인은 유성처럼 최후를 맞이한 녹두장군 전봉준의 불꽃 같은 생을 기리며 글자의 형태까지도 정성을 들인 헌시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