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사랑
곽호연
바늘귀
한번 물면
놓을 줄을
모르고
바늘이
가는 길을
졸졸졸
따라가는
지독한
실오라기 같은
그런 사랑
없나요
쉽게 읽히면서 바로 공감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좀 더 깊이 음미하면 사랑의 이중적인 면모에 접근할 수도 있지요. 사랑은 충만한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파멸로 이끌고 갑니다. 정도가 지나쳐 두 눈을 멀게 만드는 비극이 생기기도 하지요. 이 작품에서 사랑의 주인공은 실입니다. ‘바늘 가는 데 실이 간다’라는 속담처럼 실은 바늘과의 숙명적인 관계를 이어갑니다.
초장은 일편단심이란 말과 같이 한 편의 순애보를 연상시키는 반면 ‘한번 물면/놓을 줄을/모르’는 집착도 보여줍니다. 애인의 변심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폭력을 행하는 건 사랑이 빗나간 무서운 집착이지요. 중장 또한 순종이라는 고전적인 미덕과 그에 반하는 맹목적인 추종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화자는 구태여 부정적인 측면은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신뢰와 지지가 사랑의 바탕이기 때문이지요. 바늘과 실이 이루어내는 바느질은 상처받은 생을 한 땀 한 땀 꿰매어줍니다.
시인은 종장을 맺으며 지독한 사랑의 실재를 묻고 있습니다. 그런 사랑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전제로 한 질문 아닐까요. 어려운 현실 속에서 변함없이 자신을 온전히 바치는 사랑의 실재를 우리는 보아 왔습니다. 자기애를 뛰어넘는 진정한 사랑이지요. 시인의 질문에는 스스로 답을 구하리라는 다짐이 깔린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