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 관한 고찰 - AI 모델을 만들던 개발자의 생각

앞으로는?

by 불변하는 카린 Karin

앞으로는 ‘로봇 행동 교정’에 더 많은 GPU와 더 많은 사회적 비용과 에너지가 필요할 것입니다.


AI 모델을 직접 설계하고 구현해보면, 로봇과 에이전트 시스템이 직면하게 될 구조적 한계가 분명히 보입니다. 저는 특히 앞으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두 가지 리스크를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첫 번째는, 확률 기반 의사결정의 한계입니다.

대부분의 현대 AI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확률적 추론(probabilistic inference)에 기반합니다. 멀티모달 모델이든, 역할 분해(agentic workflow)를 적용한 시스템이든, 내부적으로는 결국 관측 데이터와 사전 분포를 바탕으로 가장 그럴듯한 선택지를 추정한 뒤, 이진적(0/1) 혹은 제한된 액션 스페이스에서 결정을 내립니다.

문제는, 이 구조가 항상 일정 확률의 오류를 내포한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AI는 구조적으로 “가끔 틀릴 수밖에 없는 시스템”입니다.

개발자가 설정한 임계값, 비용 함수, 보상 구조에 따라 탐지·분류·행동이 결정되는데, 이 판단이 틀렸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social cost) 은 생각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응급 대응 로봇이 상황을 오인해 방어 장치를 잘못 작동시키는 경우,

청소 로봇이 중지 명령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만드는 경우,

AI 기반 필터링 시스템이 중요한 정책·행정 정보를 잘못 우선순위에서 배제하고, 그 결과 사람이 검증 없이 이를 정책에 반영해 더 큰 비용을 초래하는 경우,

이 모든 것은 “확률적 판단 오류 + 자동화된 실행” 이 결합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리스크입니다.

최근 화제가 된 고가의 휴머노이드 가정용 로봇이, “요리를 하라”는 지시를 받고 후라이팬에 재료를 쏟아붓고 바닥에 떨어뜨려 오히려 더 큰 정리 비용과 시간을 발생시킨 사례도, 이 문제를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의도는 맞았지만, 행동 계획(planning)과 실행 제어(control)의 미세한 오류가 현실 세계에서는 곧바로 손실로 이어집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앞으로 ‘로봇의 행동 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for agents)’, 혹은 ‘AI 넛지(nudge) 설계’ 같은 개념이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단순히 “정답 확률이 높은 선택”이 아니라, 실수했을 때의 비용까지 포함해 의사결정을 설계하는 프레임워크가 필요해집니다.

두 번째는, 자원 공급(resource provisioning)에 대한 문제입니다.

AI와 로봇은 전력과 연산 자원에 전적으로 의존합니다. 전기가 끊기면 시스템은 즉시 멈추고, 수행 중이던 작업도 중단됩니다. 이는 배터리가 방전되면 알람이 울리지 않는 시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현재는 배터리 백업이나 UPS 같은 방식으로 이를 보완하지만, 점점 더 복잡해지는 에이전트형 AI 시스템과 로봇은 단순히 “전기를 더 넣는 문제”를 넘어서는 자원 설계를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고성능 GPU(예: 차세대 50xx 시리즈) 스펙을 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연산, 중단 내성(fault tolerance), 에너지 효율적인 추론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입니다.

앞으로는 단순히 “더 똑똑한 AI”가 아니라,

실수의 비용을 구조적으로 줄이는 의사결정 설계,

자원 제약 하에서도 안전하게 동작하는 시스템 아키텍처,

이 두 가지가 로봇과 AI 에이전트의 실제 사회적 도입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I는 점점 강력해지고 있지만, 그만큼 통제, 비용, 자원 설계는 더 정교해져야 합니다.

기술의 진짜 성숙은 성능이 아니라, 실패를 다루는 방식에서 드러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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