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이 또한 나름 '미라클'한 모닝
평생의 밤부엉이로 살 던 내가 요즘 새벽 6시 기상을 목표로 미라클 모닝에 도전 중이다. 김유진 변호사의 책'나의 하루는 4시30분에 시작된다'를 읽고 나도 해보자며 도전 중인데, 예상밖의 난관이 있으니... 그건 바로 우리 아이들의 미라클모닝이다.
AM5:50
알람을 해놓고 일어나 조용히 앉아 할 일 들을 펼쳤다. 따뜻하게 끓인 보리차도 옆에 두곤 오늘 아침 계획한 일을 살핀다. 오늘은 신문을 읽고 노션을 공부해보고 윤지영 선생님의 '초등 자존감 수업'을 들춰볼 예정이다.
부스럭 부스럭... 통통 통통 ...
어머, 벌써?!? ㅠㅠ
AM6:10
노션으로 이것 저것 정리하고 있을 즘이었다. 부시럭 이불을 펄럭 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소중한 인형을 안고 통통통통 걸어나온 막내가 거실소파에 철푸덕하며 몸을 던져 요란하게 앉는다. 곧 첫째도 둘째도 스물스물 걸어 나온다.. 거실로 나오는 내 걸음 소리가 너무 컸나. 물 끓이는 소리가 요란했나. 내 노트북의 타자 소리가 너무 컸나. 아니 왜 벌써 깼니 얘들아....에휴... 아마도 아이 셋 모두 잠귀 밝은 날 닮은 탓인가 보다.
AM6:.30
내가 노트북을 펼쳐논 식탁으로 모여든 아이들은 배고프다며 카스테라를 꺼내 먹기 시작한다. 키 큰 첫째가 높은 찬장에서 접시를 꺼내 동생들에게 촥촥 나눠준다. 내가 마시려고 끓여 논 따뜻한 보리차까지 한 잔씩들 곁들인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카스테라와 따뜻하고 구수한 보리차의 조합이 마음에 들었는지 '으흠~ 으흠~' 감탄을 연발한다. 입에 카스테라를 물고 차를 마시면 빵이 스르르 사라진다며 입을 꼭 다물곤 그 느낌들을 느껴본다. "진짜 진짜!!!" ㅎㅎ 막내가 신나서 떠든다. 그러가다는 한 쪽 궁둥이를 들고는 방귀를 부우욱 뀐다. 막내는 뱃심이 좋은지 진짜 방귀소리가 찰지다. 다들 방귀소리 하나에 신나게 깔깔거린다.
나는 참 하고 싶은 게 많은 엄마다. 그래서 필명도 '(하고싶은거) 다해'로 지었다. 하고싶은 건 많고 시간은 부족하니 아침 일찍이라도 내 시간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애를 써보지만 항상 내 생각처럼 흘러가진 않는다. 나 자신은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지만 아이들은 내 마음대로 통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내 생각처럼 움직여주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화부터 났다. 내 계획이 다 망가지는 것이 짜증이 났다.
첫째가 올해 열 살이니, 내 삶이 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은지 이제 십 년쯤 되었나 보다. 십 년쯤 지나니 이제 나의 날카로움도 많이 무뎌졌다. 아이들한테 화내 봤자 틀어진 계획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화내고 나서 미안한 마음에 내 마음이 더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또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화내고 짜증 내며 아이들 마음에 상처 줘 봤자, 결국은 그 마음을 달래는 나만 고생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이제는 한숨 한 번 쉬고 그냥 그러려니 한다.
아이들 아침 운동하는 것 보며, 막내가 옆에서 그림 그리는 것 봐 가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어떻게든 상황에 맞춰 또 오늘 아침을 이렇게 보낸다. 출근 전에 글 하나 쓰고 시작하다니 이만하면 충분하다며 나 자신을 다독인다. 오늘 나의 미라클 모닝은 내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았지만 새벽부터 아이들과 웃을 수 있는 또 다른 의미로 나름 미라클 한 모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