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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다해 Jan 25. 2021

여름방학 3개월을 뭐하며 보내지?

선생님이 미쳐갈 때즘 방학이 시작되고 엄마가 미쳐갈 때즘 학교가 개학한다

주마다 다르지만 미국 학생들은 보통 6,7,8월에 두 달 반에서 세 달 정도 여름방학을 갖는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9월(어떤 주는 8월 말)에 새 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5월 말이나 6월에 종업식(졸업식)을 하고 더운 여름 긴 휴식의 시간을 보낸다. 고학년 아이들은 좀 낫겠지만, 저학년이나 프리스쿨 아이 엄마들은 이 긴 여름 방학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이 많다. 방학전 아줌마들끼리 모여 마음을 다잡고(?)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며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집에서 세 달 내내 아이들과 갇혀만 있다가는 집이 폭발하든 엄마가 폭발하든 무슨 일이라도 날 것 같기 때문이다. 미국 아줌마들은 그런 말을 한다. 선생님이 미쳐갈 때즘 방학이 시작되고 엄마가 미쳐갈 때즘 학교가 개학한다고...


방학 동안 아이들은 섬머 캠프(summer camp)에 많이 간다. 캠프라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흔히 생각하는 3박 4일 가서 자고 오는 그런 캠프는 아니다. 물론 기숙 과정 캠프도 있기는 하지만 보통 고학년부터 참여 가능하고 그 가격이 상상을 초월한다. 일반적으로는 지역의 과학 캠프, 수학캠프, 야구 캠프, 축구 캠프, 미술 캠프, 체조 캠프, 연극캠프, 발레캠프 등 각자의 흥미에 맞는 캠프에 참여한다. 여름방학 특강 학원 정도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유명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운영하는 캠프는 예약도 치열하다. 열정이 많은(?) 엄마들의 경우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여름 내내 1~2주 단위로 캠프를 가득 계획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열정만 많은 게 아니라 돈도 많아야 한다.

섬머 캠프 카테고리, 지역 잡지 홈페이지에는 섬머 캠프 리스트가 마련되어있다. 종류가 정말 어마어마하다.

저렴한 가격의 캠프라면 역시 공립학교 섬머 캠프를 들 수 있다. 아래 그림은 큰 아이가 다니던 학교의 여름 캠프 일정표였다. 매일매일 주제가 있고 그 주제에 맞는 활동을 했다. 스케줄 표는 거창해 보이지만 학습지 한 두 장 하다 사실 그냥 재미나게 놀다 왔다. 시간도 9-12시로 짧았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편인 우리 아이들은 일부러 익숙한 곳이 좋을 것 같아 학교에서 하는 섬머 캠프에 보냈었다. 


꼭 해당 학교 재학생만 등록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한국에 사는 친구들도 여름방학에 미국에 놀러 가 공립학교 캠프에 들어갈 수도 있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영어 배운다고 ESL 클래스에 가서 외국인끼리 엉성한 영어만 하는 것보다, 아이가 도전적이고 붙임성이 있다면 괜찮은 동네의 공립학교 섬머 캠프에 등록하면 정말 재미나게 놀면서 영어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가격이 저렴한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이메일함에서 찾아낸 큰애 학교의 섬머 캠프 일정표

사설 캠프들은 학교의 캠프보다 프로그램이 훨씬 알차다.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원하는 주제를 깊게 배울 수 있고 평상시 많은 시간을 내기 어려워 심화학습하지 못했던 것을 배울 수 있는 과정들도 많다. 주 단위로 커리큘럼이 공개되어 있어 보통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이 있는 주간을 골라서 등록한다. 


여름방학엔 VBS여름 성경학교를 빼놓을 수 없다. 여름 성경학교는 보통 3-5일 진행되는데 교회마다 스케줄이 조금씩 다르다. 내가 아는 아들 넷 엄마는 온 동네 교회들의 여름 성경학교에 일정 맞춰 여기저기 돌아가며 보내기도 했다. 보통은 예약을 받아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에, 참여하고 싶다면 한 두 달 전 미리 알아보고 신청해 두는 것이 좋다. 미국의 여름 성경학교는 보통 엄청 재밌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딱딱하게 기도, 성경공부만 하는 게 아니고 게임, 물놀이, 만들기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한다. 그리고 비영리 기관인 교회에서 선교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라 가격이 저렴하다. 한국교회에서는 보통 식사도 제공하기 때문에 학부모회 엄마들이 엄청 고생을 많이 하시기도 한다. 기독교뿐 아니라 불교, 천주교, 유대교 모두 이런 비슷한 프로그램들을 갖고 있다.


우리 교회에는 지역에서 유명한 여름 캠프가 하나 더 있었다. 교육열 높은 한국 엄마들 답게 지역 고등학교 선생님들을 모셔 방학기간 동안 특강과정을 개설했었다. 한국에서야 현직 선생님이 과외, 학원강사를 하는 것이 금기시되지만, 미국은 전혀 관계가 없다. 해당 과목 선생님들을 모셔서 하는 과정이라 인기가 많았고 지역 학생들이 많이 참여했었다. 역시 한국 사람들은 거기 가서도 학원 과정을 만들다니 대단하다.






Tip. 미국애들도 과외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애들도 과외한다. 본문에 언급한 것처럼 미국에서는 현직 선생님이 과외를 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본인이 다니는 학교 선생님에게 과외를 받기도 한다. 나도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한국 같으면 난리가 날 일이다. 


 예체능 과외는 공부 과외보다 훨씬 흔한데, 악기 레슨을 위해서 선생님 집으로 가거나, 선생님이 집으로 오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태권도 학원에 매일 가고 얼마나 내는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주 1회 호신술 단체수업 참석하는데 190불/월 정도(약 20만 원) 들었었다. 발레 수업도 한국에 비해 엄청 비싸다.


교육열 높은 인도, 중국, 한국 엄마들은 Kumon 수학을 많이 시킨다. 우리나라의 구몬과 같은 연산 학습지다. (발음은 쿠몬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선생님이 주 1회 집으로 오시지만 미국 쿠몬은 선생님이 계신 센터(학원)로 학생이 직접 간다. 가서 일주일치 점검도 받고 새로운 진도도 배우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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