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주선도 쏘는 나라 맞아?(2)
미국에서 한국 아줌마들끼리 모여 앉으면 그런 이야기를 하곤 했다. 도대체 이 나라가 진짜 선진국 맞냐고. 성격 급한 한국사람들이 보기에 삼 일이면 끝날 것 같은 도로공사를 한 달씩 길을 막아놓고 하고 세탁기 고장 나면 기사를 1~2주씩 기다려야 한다. DMV(운전면허 관리국)이나 민원행정처리는 어찌나 느린지 정말 한숨 나온다. 아직도 대부분 집 키를 들고 다니고, 집주인에게 매달 월세를 내기 위해 개인수표(Personal check)를 우편으로 보낸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올 때쯤엔 그래도 애플 페이도 사용하고 처음 갔을 때에 비해 좀 변하긴 했었지만, 미국이라는 나라는 참 변화가 느린 나라 같다.
미국에 간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하루는 남편과 은행에 돈을 입금하러 갔다. 워낙 다들 차 타고 움직이다 보니 간단한 음식 픽업이나, 전화 주문 픽업, 약국의 처방약 픽업, 은행 ATM 등도 드라이브 스루(drive-thru)가 잘 되어 있다. 마침 우리가 방문하는 은행도 드라이브 스루 ATM이 있어서 차를 몰고 ATM 앞으로 갔다. 남편이 카드를 넣고 버튼을 누르니 입금 투입구가 열렸다. 난데없이 남편이 돈을 봉투 채로 투입구에 넣는 것이 아닌가?? 말릴 새도 없이 투입구의 문이 닫혀버렸다. '어머! 어떻게 해!' 너무 깜짝 놀라 뭐 하는 거냐고 남편에게 물었더니, 원래 이렇게 하는 거란다. 이렇게 넣으면 은행원이 돈을 세어 내일 정도 통장에 찍혀 입금이 된다는 것이었다.
"뭐라고????? 반자동 시스템이야?? 이 봉투가 순서대로 차곡차곡 쌓여?? 입금이 실시간으로 안된다고?? 봉투 순서 섞이면 어떻게 해?....."
너무 황당해서 나의 질문은 끝이 나지 않았다. 90년대 고등학교 시절부터 한국에서 자동 계수되어 실시간 입금되는 멀쩡한 ATM을 쓰던 나로서는 실로 문화충격이었다. 엄청 오래된 기계 이야기 같지만 나는 저 ATM을 2010년-2013년까지 썼다. (그 정도면 오래된 건가...ㅎㅎ)
이 방식의 입금이 너무 이상하고 불안해서 검색을 통해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은행카드를 넣고 봉투에 입금을 하면 카드 정보와 시간, 내가 ATM 기계에 입력한 금액이 봉투에 프린트되어 은행원이 확인 후 입금이 완료(Clear)된다고 한다. 미국 중부 시골을 떠난 2013년 이후로 다시 저 방식의 ATM을 보지는 못했다. 저 방법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았던 나는 주로 직접 창구에 가서 은행일을 봤다. 변화가 느린 시골 그곳에 아직도 저 ATM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 나라가 정말 우주선 쏘는 나라가 맞나 싶은 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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