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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다해 Nov 05. 2020

우리 엄마 차례예요

한국과 미국의 다른 봉사 문화


미국은 학교에  파티나 행사가 많다. 밸런타인데이 파티, 어머니날 파티, 아버지  파티, 핼러윈 파티, 추수감사절 파티, 크리스마스 파티, 학기말 파티  온갖 기념일이나 행사에 파티를 한다. 파티라고 해서 대단한 행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옷을 맞춰 입거나 관련된 만들기나 게임을 하기도 하고 간식을 나누어 먹고 간단한 노래나 율동을 연습해 부모들에게 보이는 시간을 갖는다. 파티는 주로 반대표 엄마와 선생님의 주도로 계획이 되고 다른 엄마들이 물품이나 자원봉사를 지원해서 이루어진다.  초등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스쿨버스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엄마들이 자주 만날 일이 없어 반대표 엄마가 주로 이메일이나 signupgenius라는 사이트를 통해 지원자를 받고, preschool에는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러 오기 때문에 복도 벽에 지원자 모집 종이를 붙여 놓고 지원자를 받는다. 선착순이기 때문에 원하는 항목을 하려면 서둘러 지원을 해야 한다.

온라인 sign up sheet 인 signupgenius


둘째가 Preschool에 다니던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파티 행사 봉사자 모집을 위한 게시물이 복도 벽에 붙어 있었다. 그 날 따라 늦게 데리러 가는 바람에 남아있는 항목이 '파티 날 동화책을 읽어주기'뿐이었다. '아, 참여하긴 해야 하는데...' 내 영어로 가서 애들에게 책을 읽어 주려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래도 남은 게 이것뿐이니 어쩌겠냐며 일단 참여자 칸에 아이 이름을 적어두었다. 4세 아이들에게 알맞은 동화책이 무엇인지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그래도 잘 모르겠어서 도서관에 들러 사서에게 조언을 구해 책 한 권을 골라 파티 전까지 외울 만큼 읽기 연습을 했다. 4살짜리 아이들이니 어른들처럼 내 영어를 들어주려 애쓰지도 않을 테고, 내 마음의 스크래치 따윈 생각지도 않고 비웃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준비하면서 계속 이 책이 혹시 너무 지겨우면 어쩌나, 누가 질문이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파티 날이 되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준비한 만들기를 하고 다른 엄마들이 준비한 간식을 먹고 댄스타임도 가졌다. 나는 내 순서가 언제일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여러 가지를 하다 보니 시간이 지체되어 이미 하교시간이 되었다. 선생님은 책 읽어주기 순서가 있다는 것을 잊으시고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수업을 파하셨다. 나는 다행이라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둘째와 교실을 나오려는데 둘째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우리 엄마가 책 읽어줘야 하는데 친구들이 다 집에 갔다는 것이다. 선생님께서 그 모습을 보시고 너무 놀래 미안하다고 선생님이 잊어버렸다고 사과하시며 아직 안 가고 교실에 남아있던 친구들 2명과 우리 둘째 그리고 선생님까지 앉으시고는 나보고 책을 읽어달라고 하셨다.


'아.. 그냥 넘어갈 수 있었는데... '


피하고만 싶은 엄마 속도 모르고 눈물 뚝뚝 흘리고 우는 아이를 보니 참 난감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하고 준비한 대로 아이들과 선생님에게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발음은 엉망이었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연습을 한 덕에 그래도 틀리지는 않고 끝까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제야 밝게 웃는 아이 얼굴이 보였다. 아이는 잘하는 엄마의 모습보다는 그냥 학교에서 자기와 함께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한국에 와서 '학부모'로서 놀랐던 것 중의 하나가 엄마들이 학교 행사에 정말 참여를 안 한다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하는 세미나에도 학부모회 임원들이나 몇 명 참여하고 대부분의 엄마들은 학교 행사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큰 애 1학년 때 벼룩시장을 한다길래 가족 모두 구경 갔는데 한산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가장 놀랬던 일은 녹색어머니 봉사자 모집을 할 때였다.


내가 담당하기로 한 날짜에 나갔다가 반대표 어머니를 만났는데, 자기는 5일 연속 녹색 봉사를 하고 계신다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으니 우리 반 녹색어머니 봉사자가 10명이 필요한데 나를 포함하여 5명만 지원해서 반대표 엄마가 5일 연속으로 나와 자리를 채우는 중이라고 하셨다. 정말 미국하고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미국에서는 학기 초에 반대표(룸 맘)를 할 사람 지원을 받는데, 한국과는 달리 꽤 여러 엄마들이 이 반대표를 하고 싶어 해서 선생님이 제비뽑기로 선정한다. 꼭 반대표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엄마들이 각종 행사에 자기만의 몫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다. 반대표 엄마가 학교 행사 지원자 모집 메일을 보내면 5-10분이면 모두 마감된다. 다들 앞다투어 내가 하겠다고 손을 드는 것이다.


미국에서 성인 3명 중 1명이 자원봉사에 참여한다고 한다. 평생 봉사활동이라는 것을 참여해 보지 않았던 나도 분위기에 휩쓸려 홍수 대비 제방 쌓기 봉사에 참여하기도 했고, 노숙인 배식 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각종 모금활동(fundrasing)에도 지지하는 의미로 소액을 기부하기도 하고, 작은 물품을 구매해 주기도 했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원래 봉사에 뜻이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곳에 살다 보니 그러한 분위기에 익숙해졌고, 이 사회를 함께 사는 사람으로서 내가 해야 할 나의 몫이라고 느꼈을 뿐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학교에도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교 행사에 참여하는 부모를 아이들은 굉장히 자랑스러워한다. 이런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봉사를 하고 기쁨을 느껴 또 봉사에 참여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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