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다들 한 번씩은 해보았을 거다. 시험을 잘 못 보았을 때, 무언가 실수를 했을 때, 무언가 잘못된 걸 알았을 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를 때 등등.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어느 순간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 작품에서도 많이 다루어졌었던 일종의 타임 리프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여느 다른 타임 리프 영화와는 다르게 서사의 논리성이나, 작품 전체의 치밀한 전개에 초점을 두고 있지 않다. 대신 공간과 계절의 정서,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우리네의 일상적 삶을 공감하는 동시에 시간의 긴요함까지 소소하게 아우르고 있다.
보통 우리가 봐왔던 타임 리프 영화들은 작품의 스케일이나 논리성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둔 나머지 타임 리프라는 소재 자체가 영화 속 하나의 테마나 주제가 되어버린 경우가 많다. 심지어 순전히 장르적인 쾌감을 목적으로 제작된 SF오락영화들도 이러한 경우가 많으니 배보다 배꼽이 더 켜져버린 경우이다. 하지만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타임 리프 그 자체만을, 정서를 함축하고 공감하는 데만 쓰이게 하고 작품에 한 부속품에 불가하지 않은 소재로만 이용한다.
주인공 마코토는 한정된 타임 리프 능력을 다 고만고만한 데다가 철없이 쓴다. 가령 노래방에서 시간이 다 됐을 때, 친구를 좋은 인연과 이어주고 싶을 때, 친구에게 고백받은 난감한 상황을 되돌리고 싶을 때 타임 리프 능력을 쓰는 것은, 우리가 볼 때 저 귀한 능력을 남용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부자가 될 수도 있고, 과장하면 세계정복까지 할 수 있는 저 타임 리프 능력을 너무나도 순수하게 사용하는 주인공의 행동을 통해, 이 영화가 타임 리프 능력, 시간의 긴요함을 상당히 가볍게, 그것도 감미롭게 다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갑작스런 내레이션의 난입, 과감한 생략도 있지만 음악 연출이 너무나 환상적이어서 옥에 티로 보이진 않고, 상황을 전개하고 배열하는 데 있어서 관객의 이해를 도와주는 여러가지 장치들도 보인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사건이 일어나고 서사가 전개되는 공간은 변하지 않는다. 집, 학교, 기차역, 박물관, 야구장, 노을과 공원 등. 영화 속에서 변하는 것은 오로지 조각나고 재배열된 시간 뿐이다. 여기서 하나 알아보자면, 영화 OST의 제목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주인공 마코토가 자신에게 딱 하나 남은 타임 리프 능력을 사용해, 치아키를 만나러 갈 때 나오는 배경음이다. 마코토는 자신에게 힘들게 고백했던 그 순간 치아키의 나머지 대답을 듣고 싶었고, 타임 리프로 인해 아무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았던 처음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귀한 능력을 쓴다. 이렇게 연출된 장면에서, 결국 '끊임없이 변하는 시간'은, '변하지 않는 것들'을 위해 기꺼이 소비된다는 의도를 어느정도 유추해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 현재, 미래를 구분짓고 넘나드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지금 내가 있는 공간, 내 앞에 있는 사람,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피어나는 정서의 순간이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거기다가 마지막 부분 그 명대사,
"미래에서 기다릴게." 상투적인 일본 로코물이나 순정만화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그 장면은 진짜 감미롭더라. 애니메이션 청춘물의 낭만의 정수를 담고 있는 것 같았다.
7월 13일 나이스 데이, 맑은 하늘, 오늘은 목요일입니다. "한치 앞도 모르는데 미래를 어떻게 예측해" Time wait for no one.
<시간을 달리는 소녀> 오프닝 시퀀스를 비롯한 초반 도입부의 일부분이다. 시간, 공간, 계절, 여름의 정서를 그리고 청춘의 테마를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당신이 말해준 그 여름, 다시 이 계절이 돌아와요."
평점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