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브런치 무비패스

 실화를 모티프로 영화화가 진행될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도 이야기라고 본다. 영화적으로 꾸밈을 더해 극의 유연함을 살릴지,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다큐적인 시선을 가져 이야기의 담백함을 정직하게 가져올지, 그것은 연출자가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재심>의 경우에는 전자인 것 같다. 실화에 꾸밈을 더해 아주 멋지고, 감동적인 극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현우(강하늘 역)의 재심을 성사시키기 위해 준영(정우 역)이 고군분투하는 영화 전체의 과정은, 우리사회의 부조리한 면면을 고발하는 동시에 제도에 의해 희생당한 한 인간의 가치- 휴머니즘을 지키고자 한다. 이렇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에는 특유의 담백함과 먹먹한 감정이 깃들어있다. 재료는 아주 좋다. 누구나 기대할만한 소재이고, 이야기이다. 하지만 영화는 우리의 기대와는 살짝 다른 방향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먼저 꾸밈이 많다. 굳이 손 댈 필요가 없는 부분까지.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이야기의 담백함마저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는 점이었다. 실화에 존재하는 휴머니즘의 가치와 듣는 이로 하여금 반향을 일으키는 감정들을 그대로 안아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인위적으로 재창조하고 정복하려 한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감정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정복하려 하는 순간, 관람하는 표정이 변할 수밖에 없었다. 아쉽다.

그 다음으로, 주인공 두 명을 제외하곤 캐릭터가 너무나도 일차원적이다. 단순한 캐릭터들로 듬성듬성 뻥 뚫려있는 이야기의 구멍을 대충 메우려 하니 나중에 가서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굉장히 버거워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이야기가 극의 인물들을 신경쓰지 못 했으니 인물들 또한 역시 이야기를 충실하게 받쳐주지 못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나 스토리 전체의 엉성함과 부실함을 감추기엔 벅차보인다는 말이다. 연기하는 배우들이 고생을 했을 것 같다.

영화에 대해 좋은 말만 쓰고 싶지만 그러기에 아직은 내 글쓰기 역량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그래도 배우들의 연기, 실화 본연의 묵직함과 담백함에 기대감을 품고 있다면 <재심>을 만나보기엔 충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