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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해 Jan 17. 2016

하나와 앨리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와이 슌지의 영화들은 음악 연출이 탁월하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도 그렇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와 함께 음악이 연출되는 과정을 한 번 비교해서 분석하는 것도 재밌겠다고 느꼈다. 나는 2004년에 개봉한 <하나와 앨리스> 보다 2015년에 개봉한 <하나와 앨리스:살인사건> 을 먼저 보았다. 최근 작품이 원작의 프리퀄이더라.  스토리가 이어진다. 2015년 작품을 작년에 보았고 2004년도 작품을 오늘 보았다. 두 개의 영화 모두 별 기대 없이 보았지만, 뜻밖에도 이 영화들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리즈 중에 하나로 자리매김하였다. <하나와 앨리스>는 거창하게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영화에 특별한 의미부여나 분석 같은 것도 딱히 필요가 없어 보인다. 메시지가 없는 영화랄까, 아니 내가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사소한 것에 주목한 영화일 수도 있다.


처음 <하나와 앨리스>의 시나리오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 단편으로 제작되었다. 그 후에 이와이 슌지 본인이 각본, 감독, 음악까지 맡아 장편 영화화되었고, 10년 남짓 후에 프리퀄 애니메이션, <하나와 앨리스:살인사건>까지 제작되었다. 때문에 이 시리즈에 대한 이와이 슌지의 나름의 애정은 꽤나 깊은 것으로 보인다.


처음 줄거리만 봤을 땐 상당히 평범해보였다. 그냥 이제 고등학교에 들어간 여학생들의 일화, 삼각관계? 뭐 이런 거구나 했다. 하지만 영화로 보고 나니까, '글쎄 이렇게 독창적인 색깔을 가진 영화가 또 어디에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입이 닳도록 언급하는 이름바 '이와이 슌지 감성' 그리고 그만의 독특하고 실험적인 연출- 특히나 인물을 바라보는 다큐적 시선의 효과인 것 같다. 시나리오 원안, 각본과 연출, 그리고 사운드 트랙까지 모두 이와이 슌지 자신이 직접 맡아 다재다능한 예술가의 면모를 보여준 점도 이 영화가 특별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 같다. 전반적으로 영화의 모든 작업을 창작자 본인이 직접 하고 있으니, 시퀀스마다의 감정을 완벽히 꿰뚫고 있으면서, 시퀀스마다의 영화의 주제를 확실히 전언하고 있다. 이것은 사랑이기도 하고 우정이기도 한, 혹은 한 가정에 관한 개인적인 것이기도 하다. 애틋한 감정임은 확실하다. 하나와 앨리스, 미야모토 선배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짜여진 이야기 구조에서, 각각 독자적인 시퀀스들이 다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시절에만 나올 수 있는 이야기들' /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 이라는 공통분모는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감정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주는 감각적인 운드 트랙으로, 각각의 시퀀스는 작고 아기자기한 <하나와 앨리스>의 세계관을 차곡차곡 채워나간다고 말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그대로 보았던 다채로운 색감의 동네도 영화에 그대로 나오더라. 굉장히 반가웠다.


'화이트 이와이 월드'의 대표작_ <하나와 앨리스>, 아직 한 번밖에 안 봤지만 제대로 음미하고 싶은 영화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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