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유 앙로, <모국어 3>, 2019
갓난아기가 너무 크다. 엄마는 큰 아기를 안은채 졸고 있는 걸까? 지쳐서 고개를 푹- 수그린 걸까. 이 아이를 하루 종일 안고 있어야 하는 엄마의 가냘픈 어깨와 팔이, 아이를 곧 떨어뜨릴 것만 같아 위태롭다. 그림 속 여인은 아이의 존재에 잠식당해 자기 자신을 곧 잃어버릴 듯 녹아내린다.
육아는 힘들다. 정말 힘들다. 아이가 없는 내가 육아의 힘듦을 아는 이유는 작년, 독박 육아에 갇힌 언니를 도와 간접 체험을 했기 때문이다. 간접 체험으로도 진이 다 빠졌는데, 주 양육자는 얼마나 힘들겠는가. 이유 없는 조카의 울음이, 키즈 카페의 소란스러움이 모두 불편했고, 고생하는 내 마음을 몰라주듯 나에게 냉정하기만 한 조카의 표현이 보람 없는 노동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런데, 원래 육아의 성질이 그런 걸까? 조카가 떠나고 나니 유아차를 끌고 다녔던 무더웠던 여름날이 그립고, 물 웅덩이를 보면 ‘와와(water)’라 발음하며 좋아하던 조카의 목소리가 듣고 싶고, ‘꾹꾹이’라 부르며 함께 요리했던 창동 주공아파트의 그 부엌이 자주 떠오른다. 내 인생에서 다신 없을 분주하고 해맑았던 시간.
여인에게도 부디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시간은 흐르고, 아이는 결국 자라고, 기억은 추억이 되고 그 추억은 다홍빛으로 물들어갈 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