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生신입에서 퇴사까지

퇴사 이야기 1

by 해냄

스물여덟. 지금 생각해보니 참 어렸다 생각되지만 그 당시 나는 나보다 나이 많은 신입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마치 곧 청첩장을 돌릴 것 같은 그런 나이. ‘여덟’이라는 글자가 보여주는 성숙함. 그런데 입사 1년 후, 나와 동갑인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신입’에 대한 나의 편견이었다.


나는 스물여덟 8월, 첫 직장에 신입사원으로 취업했다. (혹시 이 글을 보는 이십 대 후반의 취준생이 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직장생활 중 특별한 단점도 없었고, 지나고 보니 두세 살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늦게 입사한 만큼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능력과 나이가 비례할 것이라는 주변의 기대치에 맞추어 일했다. 돌이켜보니 나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일했던 것 같다. 타인 민감도가 88%로 나왔던 나의 성격검사는 정확했다.


그렇게 입사 1년 차가 지났을 무렵, 회사의 내외부적인 일들로 인해 ‘아니, 내 연차에 어떻게 이런 일을 감당해?’라고 생각되었던 일들을 맡게 되었다. 업무 특성상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늦은 밤에 퇴근을 했고, 집에서는 다섯 시간 남짓 잠을 자고 씻고 나오는 게 전부였다. 하루는 회사 생활 중 처음으로 늦잠을 잤다. 부랴부랴 준비해서 회사 앞에 도착하니 10시 무렵. 심장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났다. 그런데 회사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표님을 만났다. 대표님은 “요즘 업무 때문에 많이 힘들지? 늦잠 잘 수도 있지. 고생이 많아.”라며 다독여주었다. 내가 누구인지, 나아가 내가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다니! 다행히도(당연한 것이지만) 회사에서는 예상을 훨씬 웃도는 금액의 성과급으로 보답해주었다. 그러니 버틸 수 있었지.


입사 3년 차. 이젠 웬만한 업무는 소화할 수 있었다. 이 말은 꽤 중의적이다. 지난 1년 간 과속 성장을 하니 그만큼 한계도 빨리 느끼게 된 것이다. 업무 디테일에 차이는 있지만 크게 보면 꽤 틀에 박힌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매우 빨랐고, 하루하루 의미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규모가 크지 않아도 좋으니 내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일을 하고 싶었다. 구체적으로 그게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내가 좋아하고 흥미를 가지는 것들 중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마침 나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더 늦기 전에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통번역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말에 남편은 지원을 약속했고 나는 회사에 퇴사 사실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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