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이야기 2
2020년 1월 초 퇴사 직후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갔다. 4월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퇴사한 후라 뭐든 다 좋았고 신났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집어삼켰고, 결혼식은 8월로 미루게 되었다. (당시 많은 예비부부가 겪은 일이지만 양가 집안과 상의하여 날짜를 다시 잡고, 각종 예약 취소와 변경이 너무 큰 스트레스였다.) 그런데 그 와중에 해외 사업을 하시는 시부모님께서 일을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셨다. 외국어는 실무와 곁들여 함께 배워야 한다고 설득하셨다. 친정부모님께도 잘 가르쳐 보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나는 결혼을 미루고, 시부모님과 일을 하게 되며 퇴사 당시 계획했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주위 사람들이 하나같이 걱정하는 부분. 맞다. 나는 그 부분 때문에 인생에서 정말 큰 스트레스를 겪었다. 많은 인생을 산 것은 아니지만, 특별히 모난 것 없이 두루두루 잘 지내왔던 나는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역시. 시부모님과 일을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원래 계획은 결혼식 직후, 시부모님과 함께 해외로 가서 일하는 것이었다. 출국해서 최소 5년간 한국에 들어오지 않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신혼집으로 쓰려고 했던 집은 임대로 주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언제 출국할 수 있을지 모르고, 신혼 보금자리마저 마땅하지 않으니 나의 스트레스는 두 배 세 배 가중되었다.
더 이상 함께 일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되었다. 그 무렵 시부모님께서는 출국을 서두르셨다. 나는 출국하기 전에 그만두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계획은 없었다. (계획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던 시기였으니까) 남편과 상의해서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남편이 100% 나의 편에 서주는 것이 든든했다. 그렇게 시부모님과 거의 1년을 일했고, 퇴사했다. 그때 나는 서른셋이었다.
나의 서른셋은 ‘온전히 쉼’이라고 표현하면 알맞을 것 같다. 초반에는 무조건 아무 생각하지 않고 쉬면서 멘털을 회복했고, 중반에는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해보았으며 후반에는 다시 계획이라는 것을 세워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