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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향문 Jun 17. 2024

가만보니 나는 또라이

내가 미쳤다고 이걸 직업으로 삼아버렸을까. 그런 생각을 자주했다. 글 쓰는 걸 좋아한 적은 없다. 남들처럼 글로 위안을 받고 어쩌고 하는  감정, 느껴본 적 없다. 남의 글, 잘 안 읽는다. 


나는 그냥 썼다. 잘쓴다고 하니까, 잘하는 거니까, 쉬우니까, 썼다. 나는 내 글이 좋았다. 

어느 지점에선 뚝. 뚝. 끊어지고. 그런가하면 끊길 듯 말듯 이어지다 이어지나, 이어지는 건가, 아닌가, 맞나보다 구렁이 담넘어가듯이 다음문장으로 휘리릭 자 다음문장입니다 짠. 하고 흘러가는 게 좋았다. 그냥 그게 재밌었던 거다. 지금도 봐. 얼마나 재밌냐고. 재밌는 건 재미로 남겨둬야 했다. 재밌는 건 내 돈으로 해야 재밌는 거다. 남의 돈으로 재미를 볼 작정을 하니 재미가 없는 거다. 자꾸 눈치를 보게 됐다. 눈치를 봐야 했다. 글을 쓰면서 얻은 거라곤 아직 내가 남의 눈치보는 것을 즐길 정도의 또라이는 아니라는 사실 정도였다. 


그런데 참 기가막히다. 말로는 그렇게 재미없고 싫다면서, 로또만 되면 평생 글 따위 안 쓸 거라고, 이참에 영어 공부 열심히 해서 이민이나 갈 거라고 큰소리나 땅땅 쳐대면서, 한편으로는 딱 한 달만 아무것도 안하고 글만 썼으면 싶다. 일 년만 아무도 없는 섬에서 글만 쓰고 싶다. 마음으로는 이미 지리산에 작업실 하나 얻었다. 아홉 시간동안 밥도 안먹고 글쓰다 겨우 쉰다고 누워서 하고있는게 또 글쓰는 짓거리라니. 가만 보니 나는 또라이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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