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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Jan 11. 2022

사고 또 사는 마음에 대하여

뭐가 그렇게 더 사고 싶은지,



  나에게는 끊이지 않는 욕구가 있다. 그 유명한 어떤 심리학자의 말에 따르면 누구든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 단계의 더 높은 욕구의 단계로 간다던데 나의 이 욕구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온다. 내가 고치고 싶은 욕구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것은 바로 “소비 욕구”이다.




  그것을 물욕이라고 말하기엔, 나는 돈과 재물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먹고살 만큼만 벌면 됐다 싶은 사람이다. 나의 소비 욕구라는 것은 아주 소소한 것에서 발현되는데 그 뫼비우스의 띠는 아래와 같다.



< 옷 - 신발 - 화장품 - 건강식품 - 장보기>



  전에 본 유튜버의 후드티 추천 영상 중, 네이비색 후드티가 자꾸 머릿속에 떠올라 갑자기 핸드폰을 뒤적인다. 역시, 패션계의 다이소와 같은 무신X에 제품이 있다. 사이즈는 어떨까 하고 그 유튜버의 콘텐츠를 다시 본다. 음, 이 정도면 되겠군 하고 장바구니에 담고 나서 친구와 카톡을 하는데, 상단에 무신X 맨투맨 할인 최대 60%라는 광고를 본다. 바로 클릭하여 내가 장바구니에 담아뒀던 것보다 더 맘에 드는 건 없나 살펴본다. 한두 가지를 더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하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나중에 한 번 더 생각해 보려고 앱을 종료하고 하루를 보낸다. 충동구매를 막기 위한 내 나름의 방법이다. 저녁쯤 다시 장바구니를 열어 그 옷 위에 내 얼굴을 상상해본다. 여전히 그 옷이 사고 싶은지를 생각해 보고는 그중 가장 맘에 든 핑크색 니트를 골라 영혼을 끌어모으듯 쿠폰을 적용하여 구매를 완료한다. 시작은 네이비색 후드티였으나 끝은 핑크색 니트다. 어쨌든 마음이 든든해진다. 기분 좋게 인별그램에 들어간다. 광고는 무섭다. 또다시 광고에 이끌려 어그부츠를 보다가, 아냐 나의 스타일에 이건 안 어울려 하고 페이지를 덮는다. 그리고 속으로 ‘조아 한 번의 소비를 절제했어!’라고 스스로 뿌듯해한다. 그리곤 평소에 애용하던 빅사이즈 구두를 파는 사이트를 들어간다. 이미 신발에 꽂혔다. 전부터 사려고 생각 중이었던(뭐 그리 사려던 게 많냐고 진심으로 놀라는 집안사람이 있다) 통굽 부츠를 본다. 그리고 전에도 사려다 말았던 것 같은 이유의 고민에 빠진다. ‘분명 나는 통굽 로퍼가 있는데, 내가 통굽 부츠까지 필요할까? 근데 로퍼는 너무 커서 손이 잘 안 간단 말이지, 손이 잘 가는 통굽 부츠를 구매하면 그것도 좋은 소비 아닐까?’ 그런 합리화로 결국 내 로퍼는 나눔 장터로 분류되고 부츠를 지른다. 또다시 30분 정도의 행복감에 빠진다.





  화장하려고 화장대 앞에 앉았다. 립스틱, 컬러 립밤이 이미 5~6개가 있는데도, 매일 손이 가는 것만 쓴다. 다른 컬러를 도전해 보고 싶어 유튜브로 향한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엔 지속력이 좋은 게 제일 좋다. ‘지속력 좋은 립’으로 검색해 2~3개 정도의 유튜버의 제품 추천을 보고 내가 시도해 보고 싶은 색을 찾아본다. 마침 괜찮아 보이는 제품이 올리브X에 있다. 집 근처의 올리브X에 갈 때 한 번 테스트해봐야지 하고 일단 장바구니에 담아 놓는다. 그런데 오잉? 이미 내 장바구니에 있던 제품이 있다. 스킨 패드. 아 이것도 나중에 같이 세일할 때 꼭 봐야지 다짐하며 앱을 종료한다. 네이버 뉴스를 훑어보다가 비타민D 결핍이 코로나 19에 더 취약하다는 기사를 본다. 비타민D라면 한국인은 다 결핍되었다는, 햇빛으로부터 받는 비타민이 아닌가? 그게 면역력에 그렇게 중요하구나 싶어 바로 유튜브로 향해 약사의 유튜브를 본다. 약사가 강조하는 비타민D의 효능에 빨려 들어간다. 아 나는 꼭 먹어야 되네. 유튜브로 지금 내가 먹어야 할 단계의 비타민D를 파악하고 네이버에서 제품들을 살펴본다. 사람들이 많이 구매하고 나에게 적당한 비타민D를 구매하고 나니, 내일이 금요일이다. 주말 동안 집에서 한두 끼는 적어도 해 먹어야 할 텐데 싶은 생각에 야심한 밤 새벽 배송을 클릭한다.






  약 2주 정도의 사이클인 것 같다. 간혹 저 사이사이에 다른 제품들을 구매하기도 하는데, 어쨌든 끝없이 소비를 하는 나를 돌아볼 때면 참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사람은 뭐가 그렇게 끝없이 필요한 걸까 싶기도 하고, 때론 내 귀가 엄청 얇은가 하고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더 높은 단계의 욕구라고 해봤자, 조금 더 고급스럽고 좋은 재질로 만들어져서 값이 더 올라가는 정도일 뿐이라 돈만 더 쓰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그렇게 구매한 물건들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구매한 후, 받아보았을 때 맘에 들지 않으면 바로 반품을 하기도 하고, 엄청나게 만족하고 잘 쓰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잘 쓰느냐가 아니라 구매에 대한 빈도수와 멈추지 않는 소비에 대한 것이다. 참 많이도 산다. 한 번은 나도 대체 내가 얼마나 물건을 사는지 궁금해서 2주간 달력에 기록해본 적도 있다. 제품을 분류해보면 생필품도 있고, 선물도 있다 보니 내 기호 물품은 많이 안 사는 것 같은데 했지만, 많이 사는 것과 적게 사는 것의 기준조차 없다 보니 그것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나 스스로는 소비 욕구가 많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많이도 샀다고 네이버에서 축하를 해줬다.





  유튜브의 미니멀리스트로 사는 사람들을 보면 어쩜 그렇게 소비를 줄이고 살 수 있을까 대단해 보이고, 도리어 하나의 제품을 성실하게 사용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나는 절대 그런 마음이 되지 못할 것 같다. 또 어떤 사람들은 저축의 기쁨을 알게 되어 소비보다 모으는 즐거움에 빠졌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은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고 돈을 모으고 불리는 일에 혈안인데, 그것도 나는 딱히 즐겁지가 않다. 그러면서 현재 뫼비우스의 띠 같은 나의 소비패턴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나는 아직도 나만의 소비 가치관을 제대로 세우려면 멀었나 보다. 조금씩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포인트를 찾아가 봐야겠다 정도의 생각을 한다.







  아, 요즘 가장 사고 싶은 건 스마트폰 터치 가능한 색감 진한 컬러 장갑과 밝은 그레이 롱 울 코트이다. 예쁜 거 보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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