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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Apr 19. 2023

내가 생각보다 별로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 해본 적 있나요?



  나라는 사람이 그럭저럭 이 사회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면서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불현듯이 나라는 사람이 사실은 내 생각보다 되게 별로면 어쩌지 라는 불안감에 휩싸이는 생각말이다.




  얼마 전에 집들이 겸 친한 동생들이 집에 놀러 왔다. 집안사람(남편)과도 모두 잘 아는 사이이고 자주 보는 멤버들인데, 집에 올 때마다 거의 매번 1박을 하고 간다. 수다도 떨고 맛있는 음식도 (시켜) 먹고, 그리고 각자가 즐겨보는 프로그램들을 서로 소개하기도 하고, 닌텐도 게임을 하기도 하면서 다들 하고 싶은 걸 실컷 하다 간다. 모두가 아주 편안하고 제 맘대로 인 시간이다. 오랜만에 그런 시간을 보내고는 잠자리에 누웠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출처: 대학일기





‘내가 어떻게 말할까 신경 쓰지 않고 맘 편히 말하고, 내 속을 진짜로 보여주는 사람들은 이 친구들 밖에 없는 것 같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핵인싸의 MBTI(ENFP)를 가진 나의 성향이 변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자주 한다. 같이 일하며 만나는 사람, 연주를 하며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조심한다. 머릿속으로 말을 많이 고르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노력한다. 꼰대가 되지는 않을까 말을 아낀다. 남들에게 사고가 유연하고 마음이 넉넉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가면을 쓴다.








  가짜얼굴, 가면. 그 말이 가진 어감이 좋지는 않다. 무언가 나쁜 것을 속으로 감추고 있는 것 같고, 솔직하지 못한 것은 잘못된 것 같다. 하지만 가면을 쓰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만약 세상에 사람들이 가면을 쓰지 않고 살아간다면 수없이 서로 싸우고 상처받는 일이 많을 것이다. 가면을 씀으로 남을 배려하고, 분위기를 맞춰 웃어 넘기기도 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진다. 세상엔 서로 좋고 편한 사람들, 나랑 비슷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가면을 쓰고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때때로 내가 작아지고 있는 게 느껴진다. 나는 편안하고 유쾌하면서 속 깊은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을 그렇게 대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멋져 보이는 가면을 쓰고, 오히려 사람들과 을 두는 사람이 되었다. 모두에게 친절하고 선을 넘지 않으려고 너무 애쓰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나를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다. 여전히 나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고 유쾌한 사람이고 싶기 때문에 말을 고르며 할 말들을 삼킬 것이다. 가면을 쓰지 않은 내 모습 때문에 누군가가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해서, 나를 나쁘게 보지 않았으면 해서 가면을 점점 더 두껍게 쓴다. 그러면서 점점 나답지 않은 내가 된다. 스스로도 답답해진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향해 노력하면서, 동시에 솔직한 나의 본모습이 적당히 섞여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렇다면 적당히는 얼만큼인 걸까. 그게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내가 너무 작아졌다고 느껴졌으니 나는 가면을 조금 벗어보려고 한다. 나답게 사람들을 대하기 위해서 말이다. 가면을 조금만 더 얇게 쓰고 조금은 내가 비치도록 노력해 볼 것이다. 사실 가면을 너무 얇게 써서 사람들이 내 본모습에 실망하고 떠난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자꾸 가면으로 숨어버리는지 모르겠다.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 같아 두려운 것일까? ‘되고 싶은 나’와 ‘솔직한 나’가 너무 달라서 창피한 걸까? ‘솔직한 나’가 실수할까 봐 두려운 것일까?





출처: 최고심





  세상에 완벽한 사람도 없는데 나는 자꾸 완벽해지고 싶어 한다. 그래서 더욱 가면을 쓴다. 요즘은 잘 완성된 방송보다 오히려 기술력도 부족하고 무언가 허술한 일반인들의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더욱 매력을 느끼게 한다던데 왜 나는 자꾸 완벽해지고 싶을까. 좀 더 자연스러워지자. 나를 좀 이해해 주자. 남에게 너그럽듯이 나에게도 좀 너그러워지자.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자. 생각보다 나에게 단점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을 기꺼이 인정해 주자. 생각보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해 주자. 그리고 조금만 가면을 벗어보자. 가면이 무거워서 내가 더욱 짓눌려 나를 잃어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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