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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Mar 25. 2023

전세계약 방법은 왜 학교에서 안 가르쳐주나요

'이사'로 나의 한계점을 시험해 본다



  요즘 이사가 더 힘들다고 느껴지는 것은 집을 구하는 세입자가 믿고 집을 구할 수 없게 된 현재의 부동산 시장 때문도 있을 것이다. 돈을 내는 사람이 내가 사려는 물건에 내용물이 들어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빌라왕”과 같은 전세사기, 깡통전세가 판을 치는 요즘, 내 보증금을 지키는 방법을 스스로 알아봐야 하는 이 이상한 세상에서 나는 무사히 이사를 했다. 2023년 3월, 이사를 하면서 중요하게 체크했던 항목들을 공유해볼까 한다.






   

이사 전


  전세에서 전세로 이사를 했다. 이전에 살던 집은 이미 5년째 거주 상태였다. 2년 전세만기 이후에 특별한 요청 없이 묵시적 계약연장(집주인도 만기 2개월 전까지 별말 없고, 세입자도 딱히 이사 갈 생각이 없어 2년 만기 이후에 특별한 요구가 없다면 자동 연장된다)이 추가로 3년째 되고 있는 상태였다. 이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집주인에게 3개월 전 통보를 했다. 5년째 되는 2월 20일에 이사를 하겠다고. 묵시적 계약연장이 되었을 땐 최소 3개월 전에 통보를 하면 집주인도 전세금을 빼줘야 한다. 이 부분도 카톡이나 문자, 통화 녹음으로 증거를 남겨두었다.





집을 보러 다닐 때


  수압, 옵션 등의 집 내부에 대한 조건들은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니, 그것은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될 것 같다. 그것 말고 요즘 세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전세보증보험이 가능한지를 물어보는 것이다. 요즘 전세사기가 많아 은행에서 HUG안심대출이라는 대출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통 집이 안전한 지를 세입자와 부동산 측에서 알아보지만 HUG안심대출로 대출을 받으면 은행에서도 그 매물이 안전한지, 대출을 해주어도 되는지를 체크해준다고 한다. 은행의 심사까지 거쳐 대출이 가능한 경우에만 대출이 되기 때문에 이 매물이 안전한지 점검도 하고, 대출도 함께 받을 수 있어 편했다. 집이 맘에 든다면 “HUG안심대출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시길.



  어디까지가 옵션인지, 관리비는 가스, 전기, 수도세, 주차비 포함인지를 체크한다. 막상 기존 세입자의 물건이 빠지면 별로인 경우도 있다. 그러고 나서도 그 집이 어느 정도 맘에 든다면 기존세입자의 허락하에 동영상을 찍어두면 좋다. 나는 이번에 사진, 영상 하나 찍어두지 않아 입주 직전까지 괴로웠다. 16일에 기존 세입자가 나간다고 했고 우리는 20일에 입주하는 것으로 부동산과 이야기를 마쳤다. 사이에 4일 정도의 공실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16일에 세입자가 나가면 실측 측정을 위해 빈 집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하루 전날인 19일에 입주청소를 미리 해두려고 했다. 이 내용을 부동산과 집주인과 미리 얘기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나는 16일에 기존 세입자가 나간다고 해서 당연히 집주인이 돈을 빼준 줄 알았다. 그래서 '아 이 집주인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그게 아니었다. 집주인은 우리에게 돈을 받으면 그 사람들에게 전세금을 돌려주려고 하고 있었고, 기존 세입자는 전세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짐도 다 안 빼고, 집 비밀번호도 안 알려주고, 전출신고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 집에 있지도 않았다.



  사실 나는 기존세입자가 16일에 나가니까 그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그 날짜 이후에 실측을 하자. 집 구조가 잘 생각이 안 나고 어떻게 생겼었는지 잘 기억이 안나도 조금만 참자. 하고 미뤄둔 상태였는데, 기존 세입자가 그렇게 나오니 너무 화가 났다. 결국 20일 당일에도 은행이 문을 열고 우리가 기존 집 전세금을 돌려받고 집주인에게 보낼 때까지, 그리고 집주인이 그들에게 전세금을 줄 때까지 그들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집주인이 해주겠다던 부분도배도 입주 후에 해야만 했고, 입주청소도 2시간이나 뒤로 밀리고 포장이사도 2시간이나 딜레이 되어서 금액이 추가되었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기존 세입자가 부동산 측에 ’왜 우리가 나쁜 사람인 것처럼 말씀하세요 ‘라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나 보다.



  따지고 보면 사실 1차적으로 잘못한 것은 부동산 측이다. 정확한 설명을 우리에게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16일과 20일 사이에 모든 일정을 잡았던 것이기에 부동산이 잘못한 것은 맞다. 하지만 기존 세입자들도 실측만 하게 해 달라는, 입주청소, 도배만 하게 해 달라는 부동산의 요청도 다 무시하고 전화를 안 받는 건 너무 인정이 없는 모습이었다. 전출신고만 안 하면 되지, 이렇게까지 권리를 행사하는 건 너무하다 싶었다. 애초에 16일에 나가는 것도 그들이 집주인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만약 그 사람들이 안 나가고 있는 게 집 내부상태가 의심스러워 우리가 계약을 안 하겠다고 하면 전세금을 못 받는 것일 텐데 왜 그러는 걸까. 심지어 이사 당일 입주청소를 하러 오신 분들이 밖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도 문을 안 열어 줬다. 그리고 전세금을 받고 나가면서 그분들한테 '거기 더러워서 청소 일찍 안끝날텐데~' 하며 비꼬듯 말했다고 한다. 정말 가끔 1000분의 1 확률로 그런 이상한 세입자들이 있다고 하던데 기가 막히게 우리가 당첨됐다.



   

출처: 치즈덕






계약서를 쓸 때


  특약. 기본 전세계약 내용 이외에 특별하게 추가하고 싶은 내용을 작성한다. 이번에 이사하는 게 네 번째였는데 아직도 이 특약에 무엇을 넣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상태였다. 너무 사소한 것까지 넣는 게 구차해 보일까 봐 정말 중요한 내용만 요청했다. ‘안심대출이 나오지 않을 경우 가계약금 전액을 임차인(집주인)이 반환한다’, ‘전입신고 1일 후까지 임차인은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등기부 등본 내용 상에 변화가 없어야 한다’라는 항목과 같이 돈이 낀 중요한 내용들 말이다. 하지만 앞에서 얘기한 대로 16일과 20일 사이에 부분 도배를 마친다라던가, 입주청소를 하루 전에 한다라던가, 입주 후 전기, 수도, 가스, 에어컨 등에 실 생활에 지장을 주는 매물 자체의 문제가 생겼을 때 임차인이 해결한다 라는 내용을 자세히 기입해 둘걸 그랬다는 후회를 많이 했다. 16일부터 20일까지는 이사 스트레스와 걱정이 극에 달했다.



  그리고 계약서를 쓴 이후, 바로 근처 주민센터에 가서 확정일자를 받는다. 확정일자는 전입신고와 다르게 계약서만 있으면 바로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계약이 실효되기 전에 혹시나 그 집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그 일자에 실제로 계약을 했다는 증명서가 되는 것이다. 계약~전입신고 사이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 확정일자를 미리 받아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특이한 사항은 이번 집주인은 4명이었다. 이런 경우는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찾아봤는데 계약 시 4인이 다 오지 않더라도 위임장만 잘 챙겨서 가지고 오면 괜찮다고 한다. 등기부 등본을 보니 같은 성씨가 2명씩이었다. 아마 가족들인 것 같았다. 계약서를 쓸 때는 3명이 왔다.



  다세대 주택인지 다가구 주택인지?

아파트나 개인 주택인 경우엔 상관없지만 빌라나 오피스텔이라면 다세대 주택인 것이 안전하다. 다세대 주택과 다가구 주택의 차이점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세입자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내용은 집주인과 관련된 사항이다. 다가구는 건물 전체의 주인이 한 명이고 건물 전체를 한 번에 경매, 매매하게 되기 때문에 보증금을 돌려받는 데에 순서가 생긴다. 그러나 다세대 주택은 각 세대가 독립되어 한 건물 안에서도 각 매물마다 집주인이 다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 개별 세대가 동등한 지위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이사한 집은 다세대 주택이었다.


 





   

입주



  입주 당일이나 다음 날에도 등기부 등본에 변화가 없는지 체크를 해보면 좋다. 이사하면서 정신이 있다면 당일에 체크를 해보면 좋다. 마음먹고 사기를 치는 경우엔 입주당일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전입신고는 당일에 처리되지만 근저당설정은 하루 후에 처리되기 때문에 이를 악용해서 사기를 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확인차 전입신고를 한 다음 날 한번 더 확인해 보는 것도 안전한 방법이다.


당일 확인 방법(3:15부터):

https://youtube.com/watch?v=EqOC9oLUerI&feature=shares




  입주청소하시는 분들도 좀 이상한 분들을 만나 당황스러웠다. 창문이 손이 안 들어가서 반밖에 못 닦으니 안 닦겠다는 말에 처음엔 의아했는데 당연히 해줘야 할 청소를 안 해주는 거 아닌가 하는 불신이 생겼다. 다행히 이삿짐센터에서 창문을 빼줘서 창 청소를 했는데, 창문을 빼주니까 이거 한 달이면 다시 금방 더러워져요!라고 불평하질 않나, 이거 이러면 제시간에 못 끝내요 하질 않나. 아니 청소를 안 하실 거면 돈을 받지 마세요…









  그렇게 많은 우여곡절 끝에 이사를 마쳤다. 글을 읽는 분들에게 겁을 주고 싶지 않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이사를 준비하시길 바란다. 권리를 잘 주장하되 무례하지 않게, 서로의 편의는 어느 정도 이해해 주면서 인정 있게 이사하시기를 바란다. 우리가 이사를 하면서 사기를 조심해야지, 지나친 권리 주장을 해야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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