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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May 01. 2022

조수석에 앉게 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조수석에 대한 의미부여



  면허는 땄지만 여전히 조수석이 익숙한 나는 어떻게 하면 운전자를 잘 배려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을 자주 한다. ‘그저 운전석 옆자리지, 조수석이 무엇이 특별하다고 안내서까지 필요한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운전석, 조수석, 회장님 자리라고 말하면 다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자리와 역할이 분명한 것이다. 운전자 옆 조수석, 말 그대로 운전자를 돕는 조수가 앉는 자리로서의 조수석. 조수석에 오래 앉아본 내가 조수석에 이제 막 앉게 되는 모든 분들에게 몇 가지 팁을 드려볼까 한다.





조수석에 앉은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먼저, 조수석에 앉을 땐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 몸을 앞으로 기울이거나, 팔을 올리는 경우 운전자의 시야가 방해될 수 있다. 때때로 운전자는 오른쪽 사이드 미러를 보아야 한다. 조수석이 꽤 뒤로 밀어져 있지 않은 이상, 우리가 앞쪽으로 몸을 기울이면 운전자가 사이드 미러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가끔은 핸드폰을 가슴 근처까지 들고 보는 것도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운전자가 오른쪽으로 꺾어야 할 때나 차선을 바꿀 때는 특히 더 조심해야 하고, 이것도 저것도 잘 모르겠다면 어쨌든 앉아서 앞쪽으로 몸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좋다.






  두 번째로 운전자가 길을 잘못 들은 것 같거나, 신호를 보지 못했을 때. 그러니까 운전자의 실수가 보였을 때 너무 호들갑 떨지 않기. 이건 나도 잘 안 되는 것인데 내비게이션을 잘못 보고 고속도로에서 나가야 하는데 운전자가 계속 직진을 했을 때 으악! 안돼! 하는 등의 큰 호들갑은 운전자를 놀래게 해서 사고가 날 수 있다. 조수석 자리 역시 운전석과 마찬가지로 앞자리라서 차가 갑자기 끼어들거나 하는 위험한 상황이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게 되기도 한다. 그러면 옆에 앉은 운전자는 더 놀랄 것이다. 물론 운전자는 기본적으로 침착함을 유지하겠지만, 공포영화를 보면서 옆사람이 놀래면 더 깜짝 놀라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조수석에 앉을 땐 더 조심해 주는 것이 좋다. 깜짝 놀라는 표현은 줄이고 “옆에 조심하세요.”정도의 편안한 말투로 운전자에게 이야기 해주자.




출처: 신서유기





  다음으로는 차에서 무언가를 먹게 될 때와 관련이 있다. 조수석에 앉은 우리가 무언가를 먹을 땐 반드시 운전자에게도 물어보자. “이거 먹을래?” 말고, “옥수수 뻥튀기 먹을래?”라고 구체적으로 무얼 먹는지 얘기해 주면 더 좋다. 운전자는 계속 전방을 주시해야 하니까 우리가 손에 무얼 들고 있는지 운전자는 알 수 없다. 정확하게 뭐를 먹을 건지 말해주는 게 좋다. 만약 묻는 말 없이 혼자 먹게 되면 운전자는 이 사람이 지금 뭘 먹는지도 궁금하고, 내 차에서 허락 없이(?) 음식물을 먹음으로써 실례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꼭 물어보고 먹는 게 좋다.





  그리고 운전자가 먹겠다고 해서 같이 먹게 될 때 운전자의 먹는 속도도 맞춰주는 게 좋다. 한입 먹고 마는 음식이면 상관없지만 대부분은 여러 번 반복해서 운전자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게 되는데 너무 빨리 권하거나 너무 천천히 권하면 운전자는 불편해진다. 운전자의 입을 보며 타이밍을 맞춰주는 게 제일 좋겠지만 그러기 민망한 상황이라면 내가 먹는 속도에 맞추어 한 입씩 번갈아 가며 먹으면 좀 쉽다. 나 한입, 운전자 한입. 이런 속도로 말이다. 그리고 운전자가 턴을 해야 한다거나, 차선을 옮겨야 한다거나 하는 등의 상황에선 음식을 주지 말고, 최대한 직선 코스에서 편안히 운전할 수 있을 때 먹을 것을 나누는 것이 좋다.











  마지막은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조수석 팁. 아주 편한 사이에 조수석을 타게 됐을 때, 우리가 운전자에게 자도 된다는 “수면 허용”을 받을 때가 있다. 일반적으로 옆사람의 기쁨도 전염되고 슬픔도 전염되기 마련인데, 졸음 기운이 가득한 차 안에서 운전자가 조수석에 앉은 사람에게 자도 된다고 하는 것은 아주 큰 배려이다. ‘나도 피곤하지만 너라도 피곤을 풀어’라는 운전자의 무언의 애정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럴 때는 고마움을 표현한 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면 되는데, 그때 운전자의 피곤함과 졸음을 흡수해라. 눈을 감고 나의 피로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피곤한 기운을 느끼고 그것을 빨아들여 나의 수면으로 운전자가 상쾌해질 수 있도록 최대한 운전자의 피곤함을 빨아들여 주는 것이다. 기쁨도 나눠지고 슬픔도 나눠지는데, 졸음도 나눠지지 않으란 법이 있겠는가. 이런 말을 덧붙이는 것도 좋다. “제가 당신의 피곤함을 다 가져갈게요.” 운전자도 큰 배려를 했으니, 우리도 그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





  운전자들 중에는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운전자의 기호와 상관없이 조수석에 앉게 되는 우리는 그 차를 아무런 수고 없이 타게 되는 것임을 기억하자. 운전자에게 고마움을 잊지 말고, 운전자가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잘 도와주어 베스트 헬퍼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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