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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May 07. 2022

피아노 연습 꿀팁

피아노를 선택한 당신. 피아노를 좋아하는 타입입니다!







  뮤지션의 숙명인 레슨. 연주와 창작만으로는 수입이 불규칙하기에 많은 뮤지션들이 레슨을 한다. 내가 레슨을 받을 때 나의 선생님들은 강도가 높고 스파르타 식의 유형으로 가르치는 선생님들이었다. 그게 또 나에게 잘 먹혔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런 선생님이 될 재목은 못돼서 막상 내가 가르치는 입장이 되니 천사 같은(?) 선생님으로 가르치게 되었다. 학생마다, 선생님마다 맞는 스타일이 다르니, 어떤 것에든 제자 입장이 된다면, 나는 어떤 선생님이 잘 맞는지도 생각해보고 선택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출처: 나 혼자 산다




  학생과의 첫 만남. 첫 레슨을 할 때 가장 긴장되고 어색한 시간이 펼쳐진다. 학생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걸 배우고 싶어 하는지 첫 만남에서 최대한 캐치해야 앞으로의 레슨 방향이 정해진다. 학생들도 처음 와서는 하고 싶은 것을 정확히 말하지 못할 때가 많다. 피아노를 배우러 왔는데 어떤 걸 배우고 싶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당황스러운 게 당연하다. 하지만 피아노 레슨 안에도 다양한 방향이 있으니 그 길을 찾아야 한다. 잘 모르겠어도 괜찮다. 나도 나를 모를 때가 많다는데, 앞으로 배우고 싶은 걸 모르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렇게 당황하는 경우 보통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를 물어보거나, 피아노 레슨을 받아야겠다고 뽐뿌 온 영상을 보여달라고 한다. 그러면 거기에서부터 배우고 싶은 스타일을 유추해본다.







아래에 내가 만나본 여러 유형의 학생들과 그에 맞는 연습방법을 적어보았는데 읽어보면서 나는 어느 타입인지 생각해보고 연습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A 빨리빨리형



  레슨 1주 차, 2주 차쯤 지나면 금방 성격이 나온다. 안타깝게도(?) 악기를 배우면 숙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데(악기는 연습만이 살길이다. 엄청 대단한 뮤지션도, 초보자에게도 말이다.) 숙제를 얼마나 했는지부터, 숙제 검사를 할 때와 새로운 곡을 나갈 때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보면 성격이 보인다. 대부분의 레슨 생들이 손이 잘 굴러가는 곳은 빠르게 치다가 갑자기 어려운 곳에 도달하면 자신의 속도를 이기지 못한 채 틀린음을 치거나 갑자기 천천히 연주를 한다. 대체로 성격이 급하거나 목표지향적인 한국사람들의 특성이 피아노를 칠 때도 나오는 것인데 이럴 땐 꽤 독특한 꿀팁이 있다. 그것은 천천히 걷는 것이다. 피아노 잘 치는 방법에 천천히 걷기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조금 더 천천히 걸으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게 되고 그게 자연스럽게 연주에도 나온다. 나도 이 덕을 많이 보았다. 천천히 걸어 버릇하니 연주가 느긋해졌다. 마음의 자세가 연주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최근에는 연주가 너무 느려져서 다시 약간 빨리 걸으려고 노력 중이다.






B 용두사미형


  또 어느 정도 피아노를 쳐본 학생은 악보를 따라 몇 번 치다 보면 금방 악보의 패턴을 읽고 연주하기도 한다. 오늘 처음 보는 악보인데 말이다. 물론 그 와중에 손이 안 돌아가는 곳이 한두 군데씩은 발생한다. 이렇게 곡에 대한 파악이 빠른 경우, 스스로 연주가 잘 된다고 느끼기 때문에 몇 번을 반복해도 계속 같은 부분에 문제가 생기는 걸 잘 인지하지 못한다. 나도 이 유형에 속하는 편인데 전체적인 파악이 빠르고 섬세한 부분에 대해 놓치는 게 많은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시험을 봐도 분명 아는 문제인데 실수로 틀리기도 하고, 어떤 글을 읽을 때도 “아, 이거, 아는 거야.” 하면서 대충 읽고 건너뛰기도 한다. 넓고 크게 이해는 잘하지만 섬세함이 부족한 편인 사람들이다. 이미 다 파악했기 때문에 연습도 잘 안 하게 된다. 그러면 진도를 처음 나간 날과 검사를 하는 날의 상태가 비슷하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잘 안느는 것 같다. 이럴 때 해결책은 녹음을 해서 들어보는 것이다. 사람이 녹음을 한다고 하면 일단 마음과 손가락이 긴장이 된다. 그래서 잘 된다고 생각했지만 녹음을 해보면 틀리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게 된다. 두세 번 동일하게 녹음을 하면서 계속 같은 부분이 틀린다면 녹음한 것을 굳이 다시 듣지 않아도, 내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 파악이 될 것이다. 그러면 그 부분을 색깔 펜으로 표시하고, 스무 번이고, 오십 번이고 될 때까지 연습한다. 그리고 한마디 앞부터 연결해서 연습한다. 그리고 전체를 다시 연주해본다. 아마 또 안될 것이다. 오십 번 부분 연습을 해서 잘 됐었는데 다시 전체를 연주하면 같은 부분에서 막힌다. 그럼 전체를 또 스무 번이고, 오십 번이고 친다. 그러면 감쪽같이 안 되던 부분이 보수된다. 그런 식으로 매번 연습을 하다 보면 전체곡을 완벽하게 칠 수 있는 섬세함도 길러질 것이다.





C 조심조심형


출처: 에비츄


  또 어떤 학생은 아주 천천히 음을 하나하나 다 파악하고 나서야 음을 누르는 타입도 있다. 이런 사람은 연습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아주 훌륭한 연주가가 될 수 있다. 빨리빨리형과는 반대로, 처음 악보를 읽는 것도 전체적인 파악도 느리다. 대신 섬세하고 정확하다. 자신이 틀렸던 곳에 대한 인지가 있고, 그 부분을 잘 기억하고 있다가 다음번에는 안 틀리려고 매우 노력한다. 이런 학생은 새로운 진도를 나가서 처음 보는 악보에 대해서는 손이 너무 느려서 답답할 지경이지만, 숙제를 해온 결과를 보면 매우 완성도가 높게 연습을 해온다. 꼼꼼하고 정확하고 기억력도 좋은 편이다. 돌다리를 반드시 두드려 보고 건너는 타입. 이런 사람들에겐 초반에 전체적인 파악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면 좋다. 왼손 반주의 패턴이 비슷하거나, 몇 번째 마디쯤에 내려간다거나, 오른손의 멜로디가 반복된다거나 하는 등의 규칙을 초반 몇 달 동안은 레슨 생에게 설명해 준다. 규칙을 알고 나면 연주가 조금 더 쉬워지기 때문에 전체적인 파악을 하려는 눈이 레슨 생에게도 조금씩 생길 것이다.

혼자 연습하는 경우엔 이렇게 하면 된다. 연습을 여러번 하다 보면 손 모양의 규칙이 보일 것이다. 그 규칙을 더 빨리 찾는 훈련을 하면 된다. 초보자의 경우엔, 악보의 음표가 어떤 음인지 찾는 것도 느릴 수가 있다. 그렇다면 도레미파솔라시도 모든 음의 자리를 외우려고 하지 말고, 몇 개의 음을 선택해 그 자리만 외우고 나머지는 외운 자리와 비교해서 찾는 훈련을 하는 게 더 도움이 된다.(보통 나는 도, 솔을 시킨다) 그러면 조금씩 음을 찾는 속도도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하고 싶은 곡이 확실해서 지금 본인의 실력에 비해 너무 어려운 곡인데도 그 곡을 고집하는 옹고집형, 수업시간에 와서 연습을 하는 벼락치기형, 열심히 연습하고 왔는데도 선생님 앞에선 긴장돼서 연주가 잘 안 되는 개복치형, 이해는 빠르나 손이 못 따라오는 이론형, 수업보다 수다를 떨러 오는 관계지향형 등 여러 성향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러나저러나 어쨌든 내 생각은 학생이 원하는 연주, 하고 싶어 하는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잘 살펴봐주는 것이 선생님으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너무 어려운 곡이지만 그게 너무 하고 싶어서 결국은 해내는 경우도 보았고, 수업시간에만 연습을 하는데도 그걸 너무 행복해하는 사람도 보았다. 모두에게 일률적인 정답이 아닌, 즐거운 취미와 행복한 음악을 즐길 수 있다면 그 길은 어떻게 가든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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