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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Mar 09. 2022

싱어게인을 보며 드는 생각

feat. 뮤지션


  최근,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잘 보지는 않는 내가 푹 빠져서 보았던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싱어게인. 이전에 방영했던 케이팝스타나 슈퍼스타케이, 미스트롯 등등 다른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전혀 보지 않았는데, 싱어게인 시즌1에서의 이무진의 “여보세요” 한 소절을 시작으로, 다음 화는 언제 나오나 손꼽아 기다리며 보았다. 회식으로 1차 밥, 2차 술, 3차 노래방으로 가는 우리 민족에게 노래를 잘하는 것은 참 큰 매력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출처: 무한도전





  기본적으로 내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를 보지 않는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먼저는 순위를 뽑는다는 에서다. 내가 아는 사람 500 중에 이름을 가린   사람과 통화를 하게 되었다고 치자.  사람의 이름을 가렸어도 목소리 만으로도 누구일지   있을 정도로 목소리는 모두가 다르다. 심지어 가수들은 목소리뿐만 아니라 잘하는 장르도 모두가 다른데  사람들을  줄로 세워 우열을 가린다는  억지라고 생각했다. 마치 미술로 따지면 정물화랑 추상화, 일러스트를 같이 놓고 순위를 매기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이 취향대로 피드백을 하는 점에서 기분이 나빴다. 사실  번도 제대로 프로그램을  적은 없지만 종종 뜨는 짤들만 봐도  분위기를   있을  같았다. 한국의 음악문화가 오직 케이팝만 있다 전제를 두고 하는 말들, 이슈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듯한 그들의 평가내용을 들으면 화가 났다. 그리고  평가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듯한 참가자들의 표정을 보며 심사위원의 생각이 모두의 생각은 아니야! 하고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번쯤은 고음을 멋있게 불러줘야 노래를 잘하는 것처럼 인정해주는 대한민국의 음악문화가 싫어서 오디션 프로그램은 아예 보지도 않고 걸렀다. 낮게 읊조려도 얼마나 좋을  있는데! 그랬던 내가 싱어게인을 보았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싱어게인을 보면서 다양한 장르 음악을 하는 무명 가수들이 자신의 음악을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프로를 참여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동일한 마음이 나에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없었다. 특히 시즌 1에서 이승윤 가수(1 가수. , 순위를 매기는  싫다면서 순위를 말하고 있는 이중적인 나의 모습) 했던 , 싱어게인에 출연하게  계기가 마지막으로 내가   있는 사력을 다하고 그래도 안되면 그만두려고 했다는 말이 너무도 와닿았다. 뮤지션이 들어주는 사람 없이,  음악의 팬이 없이 음악을 한다는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줄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마치 천운과 같다는 나도 지금껏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아무도, 이름 모르는 가수의 공연을 찾아가지 않는다. 그저 티브이에 나온 가수가 유명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고,  100 있는 곡이 좋은 곡이구나라고 무의식 중에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싱어게인의 또 다른 좋았던 점 한 가지는 그곳의 심사위원들은 참가자들에게 조금 먼저 그 길을 간 선배로, 같은 가수로 생각하고 진심을 다해 피드백을 해주는 모습이 참으로 좋았다. 그런 진심이 담긴 조언들을 통해 자기 음악에 대해 더 고민하는 가수들을 보면 다음 무대가 기다려졌다. 내 음악만 하다 보면 주변이 잘 안 보이거나, 자신을 객관화할 수가 없어서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어떤 부분을 신경 쓰면 더 멋져 보일 수 있는지 길을 잃을 때가 많다. 그래서 어떤 게 내 매력 포인트인지 잘 모르는 뮤지션들에게 그 포인트를 알려준다는 것은 참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었을 것 같다.







  물론 싱어게인에서도 여전히 그들을 1, 2등으로 순위를 나누었고 그건 여전히 싫었지만 어쩔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공부도 1등이 있어야 하고, 시험도, 각종 콘테스트도 순위가 있는  당연한 우리나라에서는 1등을 뽑는 방식을 아예 없앨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1등이 사라지면 프로그램의 극적인 요소도  하겠지 하고 생각하며 동시에 나도  대한민국 음악문화에 조금은 적응한 걸까 하는 씁쓸한 생각도 든다. 1위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이들이 좋아한다는 뜻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많은 이들의 취향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음악에 정답이라는 것은 없지만, 유행과 대부분의 취향이라는 것은 존재하니까 말이다.








   가수들의 마음은 어떠한 걸까, "무명"이라는 타이틀로 나오는 마음은 어떠할까. 그리고 그렇게 티브이에 출연한 후에 달라진 대우를 느끼면서 그저 좋기만 할까? 혼란스럽지는 않을까? 기회가 주어져도, 주어지지 않아도 나는 하던 것을  뿐인데. 그렇다면 대체 기회라는  뭘까? 나는  스스로 어떤 마음의 태도로 나를 대하는가? 나에게 기회가 주어지던, 그렇지 않던 나는 나를 똑같이 대할 수 있을까? 나의 음악과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은 어떻게 적당히 섞어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낼  있을까? 이게 싱어게인을 보며 하게  생각들이다. 여전히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만 가득하지만 예술이라는 것은 정답이 없음에 그 매력이 있으니,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천천히 최선의 답을 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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