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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Apr 20. 2019

나만의 취향에 집중하는 시간

좋아하는 장소만이 나를 기쁘게 하니까 


어떤 주제를 갖고 지속한다는 것은 '열정'이 필요합니다. 열정을 갖고 글을 쓰려면 몇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충분한 시간, 생각, 그리고 좋아하는 마음입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을 무조건 빨리 하고 싶은 마음에, 이왕이면 큰 돈을 벌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저는 닥치는대로 자격증을 땄고 일부 제가 보유한 자격증 중 데이터 베이스와 관련한 자격증이 있었습니다. 제 관심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일단 취직을 하고 보자는 심정으로 당시 유망하다는 자격증은 모조리 취득했던 경험이 생각납니다. 덕분에 금융사 데이터베이스 엔지니어로 잠시 취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약 1개월간 연수를 받았는데 그 당시는 할 만 했습니다. 교육을 받으며 버티다보면 얼마든지 제 취향과 관심사도 변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안되는 것은 없다는 다짐을 하며 무작정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래밍을 다시 배우고 공부하였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3개월만에 결국 전 포기를 하고 지금의 회사에서 6년 이상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당시 제가 그만둘땐 제 자신에 대해 참 실망감이 몰려 왔습니다. 


'왜 나는 이것밖에 할 수 없는 것일까.'


이 사회에 제대로 버텨 나가지 못하는 기분을 그때 처음 느끼게 되었습니다. 퇴사를 하며 개운할수도 있겠지만 전 좌절감을 더욱 맛보았던 것 같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제가 관심있는 분야에 맞춰 지금의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 취향은 서비스나 제품 등 뭔가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분야를 좋아하는데 다행히 지금 팀에서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가고 있는 단계입니다. 문득 제가 과연 이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데이터베이스 엔지니어로 버텼다면 정말 행복했을까? 라는 궁금증이 머릿 속을 멤돌더라구요. 물론 하나하나 배우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역시나 저는 늘 주저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관심사와 취향 때문이죠. 


내가 '좋다'라고 말하는 이면에는 상당히 복잡한 것이 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획', 'UX' 분야를 좋아합니다. 당연히 '여행'도 좋아하죠. 그 이면에는 새로운 것을 풍부하게 보고, 융합하는 과정을 즐거워 하는 제 마음도 숨어 있고 뭔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있습니다. 어릴적 아빠와 폐품으로 로봇을 만들었던 순간, 엄마와 손잡고 서울에 상경해 여의도 공원을 갔던 순간, 이런 개인적인 추억도 모두 긍정적인 자취로 남아 저만의 취향으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이것은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저만의 추억이나 취향이죠. 


저는 이 취향이 열정을 지속하는데 중요한 발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든 그렇지만 뭔가를 시작해서 마무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지간한 열정없이는 사실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첫 여행책인 '직장인을 위한 7일의 스페인'을 집필했을 때 집필 기간만 4년이 걸렸고 '소곤소곤 라오스' 집필할 땐 루앙프라방을 얼마나 많이 갔는지 누군가 라오스에 부동산을 투자하냐고 물어볼 정도였죠. 이렇게 한 권의 책을 만들기까지 미저리처럼 끈질기게 주제를 파고드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제 취향의 여행이었고, 제가 좋아하는 나라니까 가능한 일이었죠.


살면서 우리가 우리 자신의 취향에 이끌려 살아가는 날이 얼마나 될까요? 식사 메뉴를 정할 때도 타인의 의사를 살피게 되고 여행지를 선택할 때도 주변 환경을 고려하게 됩니다. 점점 살면서 개인의 온전한 취향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지는 셈이죠. 하지만 여행하는 시간은 대부분 개인의 취향에 집중합니다. 여기에 더해 여행에 대한 글쓰기는 더 깊이있게 본인의 취향에 따라 글을 쓰는 것이죠. 본인이 말랑말랑한 감수성을 좋아하는 취향이라면 여행에 심금을 울리는 에세이 한 편이 나올테고, 먹는 것을 좋아한다면 먹는 이야기로만 편집이 되서 글이 써지겠죠. 저는 제가 처한 상황에 따라 글이 달라지더라구요. 제가 객관적인 보고서를 많이 써야 하는 상황이면 저의 여행 글 역시 객관적인 데이터를 많이 넣어 쓰는 글이 나오고, 결혼을 하여 먹는 것에 관심을 기울일 땐 다른 나라의 식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더라구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시면 저는 다녀오신 여행, 그리고 여행을 쓰는 방식에서 정답이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의 모든 결정들이 결국 우리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결정들이고 그 경험들을 편집하여 나타내는 방식이 우리가 보고 싶은대로 본 결과니까요. 개인이 좀 더 나만의 취향을 알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라도, 결국 나에게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여행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여행'이라는 스승을 통해 창조적인 경험과 인생을 배워 나가고 있습니다.

@traveler_jo_

* book_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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