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귀하게 여겨야지

병동에서의 시간은 어렵기만 하다

by 여행하는 기획자

병동은 신축 건물이다. 그래서인지 엘리베이터, 화장실, 병실까지 모두 깨끗하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집 내 방보다 더 깨끗하다. 어떤 통로를 사이로 본관과 이어져있는데 같은 병원이 맞을까? 할 정도로 본관과 신축 건물은 차이가 크다. 조명, 바닥, 벽면에 붙어 있는 그림까지 모두 다르다. 아름답고, 화사한 병동이라면 오래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일분일초라도 더 있고 싶지 않은 장소이다. 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3-4개월간은 도무지 이 병동에서의 시간들이 믿기지 않았다. 큰 병치레 하나 없이 살아온 우리 가족이 이렇게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으러 와야 한다는 사실이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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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나마 이 공간에 새로 생긴 편의점을 구경하거나, 빵집을 다녀올 땐 여기가 병원인지 대학교 지하 1층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돌아다니는 환자들을 보면 환자복을 입고 있을 뿐이지 다들 매우 멀쩡해 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옆에 본관에 있는 사람들이 깁스를 하고 있거나, 얼굴에 붕대를 감고 있어서 그런지 훨씬 더 큰 환자처럼 보인다. 게다가 5층에는 휴식 공간까지 있는데 탁 트인 전망을 바라보면 쉴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가 병동이긴 병동이구나, 싶을 때가 있다. 그것도 생사가 오가는 병동 한가운데 내가 와있구나. 싶을 때가 있다. 그건 다름 아닌 본격적으로 잠자리게 들 때이다. 평생 돈을 아끼기만 한 엄마는 1인실 대신 4인실을 가자고 졸라 이번에도 4인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렇게 한 공간에서 단체로 잠을 자보긴 참 오랜만이라 뒤척이기 시작했다. 잠도 안 오고, 그저 심란하기만 했다. 새벽 1시에 깨고, 4시에 깼는데 갑자기 방송이 울려 퍼졌다.




"코드블루, 코드블루"


생전 '코드블루'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 보았다. 그래서인지 이 단어의 무게도 모르고 왜 이 새벽에 이렇게 요란스럽게 방송 안내를 하는지 짜증스럽기만 했다. 나는 병실 안 세계와는 다른 세계에 살아 용어도, 방송도, 병실 보호자 침대도 너무나 낯설기만 했다. 몇 차례 코드블루 방송이 나오고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렸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30분 정도를 가리키는 것 같았다. 방송에, 사람들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어 잠깐 밖에 나가 화장실을 가려고 나섰다. 문을 여는데 어디선가 애달픈 소리가 들렸다. 어떤 50대 초중반의 여성분께서 서럽게 흐느끼는 울음이었다.


울음소리는 내가 누워있는 침대랑 너무도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화장실 가는 방향의 반대 방향이긴 하였지만 채 10 발자국만 가도 흐느끼는 분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궁금하긴 하였지만 그 광경을 볼 자신이 없었다. 왜 그 여성분께서 절절하게 눈물을 흘리시는지, 대충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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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션을 하나 두고 한 사람의 생사를 목격한 순간이었다. 핸드폰으로 '코드블루'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내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무거운 단어였다. 모든 의료진이 총출동할 정도로 긴급한 상황일 때 코드블루라는 명령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끄럽다고 짜증 냈던 나 자신이 창피하게 느껴졌다.


한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반드시 생로병사는 짊어지고 가야 할 운명이라고 하지만 나는 예외라고 생각했다. 늘 이대로 젊음이 유지될 거라 생각하였는데 막상 엄마가 편찮으시고, 옆 파티션에서 삶과 이별을 목격하니 새삼 내가 너무 무디게 살았구나 싶었다. 병원에서의 시간은 내가 감당하기에 다소 무거웠지만 꼭 한 번쯤 내가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들을 자주 떠올리게 만들어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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