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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바닥 May 28. 2023

남들이 하는 걸 해라-콘텐츠를 만들 때 명심해야 할 것

그래야 남들이 좋아한다, 그 뒤에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 된다.

얼마 전에 회사에서 연수를 다녀왔다. 사실 회사에서 보내주는 연수라 함은, 간 김에 푹 쉬고 와라가 내포되어 있다. 우리 회사는 신용평가회사이기 때문에, 사실 디자이너인 내가 선택해 들을 수 있는 연수가 많이 없다. 연수 목록을 샅샅이 찾아본 결과 "동영상 편집과 유튜브 기획"이라는 수업을 듣기로 했다. 


(여담으로, 회사에서 가끔 모션그래픽-영상작업의 일종이지만 사람이 움직이는 영상이 아니라 그래픽이미지가 움직이는 영상- 작업을 한다. 영상 작업에 별 흥미가 없었지만 4년간 강제로 영상과 동고동락을 한 결과, 이제는 어느 정도 영상편집을 할 줄 아는 디자이너가 되었다)


수업은 3일간의 컷편집(프로그램 강습)과 1일의 유튜브 크리에이터 스튜디오 대표가 와서 설명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모션그래픽이라면 이골이 나게 했기에, 수업을 따라가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4일간의 실습은 꽤나 즐겁고 리프레쉬가 되는 시간이었다. 


편집 수업을 마치고, 유튜브 크리에이어 스튜디오 대표님이 오셔서 "유튜브 영상 기획"에 대해 설명하는 날이었다. 상위노출이 되는 방법, 어떤 콘텐츠를 기획해야 하는지, 무슨 검색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등 깊이 있는 설명이 이어졌다. 확실히 유튜브 세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는 걸 실감할만한 강의였다. 




대표님 강습 중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남들이 하는 걸 해라"라는 말이었다. 디자이너인 내게 꽤나 충격적인 문장이었다. 늘 새로운 것, 늘 크리에이티브한 것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 잡혀 살던 내게 저 문장은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남들이 하는 것"은 문장 그대로 "남이 이미 만들어놓고 생성하는 콘텐츠들"을 공부해서 같은 유형의 콘텐츠를 만드라는 말이었다. (요즘 논란이 되는 그대로 베끼기가 아니라, 보고 공부해서 내 것에 적용해라 라는 뜻) 


디자인일을 하다 보면, 늘 기획을 동반해야 한다. 그리고 기획을 하기 위해선 철저한 시장 조사가 필요하다. 이 시장 조사에는 소비자 분석, 경쟁사 분석, 산업 분석이 내포된다. 이때 고려해야 할 가장 큰 부분은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아이템(기획)이냐"의 여부이다. 이미 시장에 있고, 그 사례가 "매우 성공적인 사례"라면 그 아이템은 피해야 한다. 디자이너에게 이미 성공한 사례란, 더 이상 더 나은 크리에이티브를 끌어내기 어려운 것 과도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일을 할 때도, 유사사례의 레퍼런스 찾기를 피해오기도 했다. 예를 들자면 떡볶이 브랜딩을 하는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면, 기존 떡볶이 집들과 달라야 하기 때문에 - 이미 성공한 떡볶이 프랜차이즈를 모방하는 것- 의도적으로 떡볶이집 브랜딩을 찾아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내 디자인의 크리에이티브가 이미 시장의 것과 똑같거나 유사해서 새로움을 잃을게 염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의에서 유뷰브 크리에이터 대표님은 달랐다. "남들이 하는 걸 해라, 그래야 남들이 좋아한다."라는 말을 강조했다. 그 말은 어쩐지 내 가슴속에 콕 박혀버렸다. 강의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저 문장은 내 머릿속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항상 남들과 "달라야지만" 경쟁력이 있다 생각했던 내 식견이 얼마나 좁은 지를 알려준 문장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시장에서 그 아이템이 성공한 이유는 남들이 "그 아이템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봐주고, 남들이 사랑해 줄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아이템이 어느 정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남의 시선"을 끌지 못하는 "아이템은 실패"로 밖에 기억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대는 발전했고, 정보는 넘쳐난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만, "항상 새롭기는" 어렵다. 나는 언젠가부터 "새롭지 않으면" 미완성된 아이템이라 여겨 출발선 상에 놓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떠올려보아라, 이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도 적다.


우리는 스티브잡스가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혁신을 끌고 올 아이템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인류역사를 넘겨보아도, 그런 "완전한 새로움"을 선사하는 인물은 한 세기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하다. 


그러니, 새롭지 않다고 주저하지 말아라. 남들과 같다고 이 "아이템"이 실패할 거라 단정 짓지 말아라. 같기 때문에 더 잘될 수 있고, 같기 때문에 더 잘 소비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끝으로 대표님은 이 문장을 하나 더 덧붙였다. 

"남들이 하는 걸 해라, 그래야 남들이 좋아한다. 그 뒤에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 된다


어쩌면 저 문장은 우리가 콘텐츠 생성자 -디자이너를 포함한,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 로서 성공하기 위한 발판 같은 문장이지 않을까? 마치 유명한 그 말처럼 말이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사람들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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