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우스 디자이너의 정량적 목표 산출 고민기
비가 많이 오늘날입니다. 오늘도 제 회사생활에 대한 글을 적어봅니다.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여러 힘든 점들이 많지만, 지금 이 순간 느낀 쓸쓸함을 몇 자 적어보고자 컴퓨터를 켰습니다. 저는 회사에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이 단 1명도 없습니다. 그만큼 외로움과 쓸쓸함을 안고 일하지만, 워낙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해서 별다른 탈없이 4년 8개월째 근속 중입니다.
유달리 기분이 별로였던 오늘, 이유는 아침부터 시작된 '업무 목표 평가 조사' 때문이었습니다. 말이 좋아서 조사지 '자신이 1년간 진행할 업무의 정성적, 정량적 평가 지표'를 작성해 검토를 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같은 디자이너라면 이해할까요? 디자인에 정량적 목표를 도입할 수 있을까요? 모든 연차를 다 따지자면 이제 5년 하고도 8개월째 사회생활 중이지만, 디자인에 정량적 목표를 들이대는 상사를 만날 때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물론 모든 비즈니스엔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디자인에도 분명히 목표가 존재하죠. 다만 그 목표가 가시적이지 않을 뿐입니다. 가시적인 목표, 수치적인 목표일수록 상대를 설득할 때 유리합니다. 결국 이번 업무 목표 평가 조사는 디자이너인 제게 너무 불리한 조건이라는 겁니다.
디자인을 정량적으로 풀어서, 업무 매출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산식을 만들고 그 산식에 따라 매출 기여도를 작성하는 것이, 이번에 제가 작성해야 할 '업무 목표 평가조사'입니다.
이상적으로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1천만 원의 매출이 보장된 프로젝트에 디자이너로 참여했다고 생각해 보죠. 그렇다면 여기서 기획비, 사업준비비, 인건비, 부대비용 등 등을 제외하고 오로지 디자인에 필요한 비용을 역산출해서 내가 받은 월급보다 몇 퍼센트의 비율만큼 회사가 이득인지를 계산한다면 얼추 산식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프로젝트가 많을수록, 회사를 위해 더 높은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늘 그렇듯 상황은 이상적이지 못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부서는 지원부문으로 실질적으로 매출을 불러오는 부서가 아닙니다. 거기에 최근 발령되어 이동한 부서는 '홍보팀', 말 그대로 '회사의 홍보를 위해 돈을 사용하는 팀'입니다.
이런 곳에서 과연 정량적 평가를 할 수 있을까요? 그것도 디자인을 가지고 말이죠. 아무리 봐도 한탄밖에 안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동료들은 어떻게 정량적, 정성적 목표를 작성할지 궁금해졌습니다. 하지만 디자인 업무를 하는 사람은 1명도 없고 다들 회계, 사업기획, 예산을 하는 사람들이라 물어봤자 도움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힌트라도 얻어볼까 싶어, 오늘은 점심이라도 같이 먹어보려고 했습니다.
보통날엔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식사를 하거나 아니면 부서원들끼리 나가서 먹습니다. 저는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거나, 같이 일을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보통 혼자 먹습니다. 오늘은 같이 먹어보려고 동료들이 타는 엘리베이터를 따라 탔지만 차마 같이 먹자고 말할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같이 업무를 하지 않으니 얘기할 이유도 없고, 얘기를 한다고 이해를 받을 수도 없으니 말이죠.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가까워져 봤자 서로 공통적으로 얘기할 게 없으니 멀어지더군요.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지만, 떨어지지 않는 입과 멀어지는 거리 때문에 돌아서서 다시 혼자가 됐습니다.
같이 밥 먹을 동료 한 명 없다는 건, 업무에서 이해받을 수 없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근처 카페에 홀로 왔습니다. 조심스럽게 아까 하던 업무 고민을 이어갑니다. 이렇게 이해받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정량적으로 디자인을 설명하고 이해받을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져만 갑니다.
회사에서 메인으로 진행하고 있는 일은 SNS 마케팅, 콘텐츠 기획, 콘텐츠 디자인 업무입니다. 여기서 뽑아낼 수 있는 정량적 수치는 노출과 도달률이겠지만, '도달된 사람들이 회사로 유입되어 구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계산할 수가 없습니다.
페이스북에서는 픽셀이라고 하는 도달 - 노출 - 유입을 측정하는 웹도구를 삽입해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라고 표현하는 게 맞습니다. 부서에 건의해 봤지만 it 서버를 열어줄 수 없고 it팀에 요청을 하기엔 그쪽에 일이 너무 많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결국 노출과 도달은 있어도 유입은 없는 반쪽자리 지표입니다.
반쪽자리 지표와 가시화시킬 수 없는 디자인 성과, 약하기만 한 무기를 들고 회사에 '내 성과를 보여주러' 가야 합니다. 막막하군요.
일단 커피를 한잔 시키고 마저 고민을 해봐야겠습니다.
주변에 조언을 구한 결과 외주업체의 비용견적을 기반으로 제가 만들어내는 디자인 산출물의 가격을 측정하고 그 가격만큼 회사에 기여하고 있다고 작성해 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한 달 동안 기본적으로 만드는 콘텐츠는 이렇습니다.
1. daily 콘텐츠
매일 뉴스기사의 헤드라인을 정리해 발행하는 콘텐츠
난이도 : 1
뉴스기사헤드라인이 추출된 엑셀파일을 일러스트에 연결 > 자동 콘텐츠 생산, 콘텐츠 발행
월별 템플릿 신규 제작 1건
월 최소 20~23건
2. 회사 서비스 소개 콘텐츠
회사의 서비스 중 핵심적으로 고객에게 필요한 내용을 담은 콘텐츠
난이도:3~4
주제선정> 키워드선별(유입률 측정)>본문작성> 디자인제작> 콘텐츠 발행 및 바이럴
월 1건
3. 지역별 동향 콘텐츠
지역별로 세워진 신설법인의 수, 기업의 상호명 변동 수, 법인 변동 수, 법인 회생 수 를 기록한 콘텐츠
난이도 2
지역 데이터 추출 신청 > 엑셀 파일 일러스트 연결 > 자동 콘텐츠 생산 + 생산 후 디자인 보정 > 콘텐츠 발행
월 4건
4. 회사 산업 동향 소개 콘텐츠
데이터 산업을 기준으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시장 내 키워드를 선별해 작성하는 콘텐츠
난이도: 5
레퍼런스 서치> 키워드선별(유입률 측정)>주제선정> 본문작성
> 주제 관련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인제작
> 발행 및 바이럴 > 사후 유입 확인
월 2건
5. 유입 목적 콘텐츠
직장인을 대상으로 무차별적 유입을 유도하는 논타깃 콘텐츠
난이도:1~2
주제선정> 키워드선별(유입률 측정)>본문작성> 디자인제작> 콘텐츠 발행
월 1건
6. 뉴스레터 발행
발행콘텐츠에 기반에 유입고객대상 뉴스레터 발행
난이도:3
콘텐츠 선별 > 본문 수정 > 디자인 수정 > 뉴스레터 발행
월 1건
고정적으로 나가는 콘텐츠는 8건에 daily 콘텐츠 20건 정도 되네요. daily 콘텐츠는 단순 반복업무라 (만들어진 템플릿에 글씨를 바꾸는 것 그마저도 일러스트가 자동으로 연결해 해결) 가격을 매기기가 애매하네요. 템플릿 제작은 월별로 하고 있으니, 템플릿 제작 1건 일별 타이핑으로 나눠서 가격을 내야 할 것 같습니다. 대충 디자인 비용만 산정해 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절대적인 수치는 아닙니다.)
1. daily 콘텐츠
월별 템플릿 - 30,000원
타이핑 수정 - 1건 10장, 1장당 2,500원 >25,000원
25,000원*20= 500,000원
2. 회사 서비스 소개 콘텐츠 / 5. 유입 목적 콘텐츠
일러스트로 이뤄진 콘텐츠 표지와 내용 - 1건 10~12장 내외
1장당 25,000원 > 250,000원
250,000원*2= 500,000원
3. 지역별 동향 콘텐츠
고정 템플릿 - 30,000원
타이핑수정 - 1건 4장, 1장당 2,500원 > 10,000원
10,000원*4=40,000원
4. 회사 산업 동향 소개 콘텐츠
일러스트레이션 - 50,000원
일러스트로 이뤄진 콘텐츠 내용 - 1건 10~12장 내외
1장당 45,000원 > 450,000원
450,000원*2 = 900,000원
콘텐츠 디자인비로 194만 원 정도가 계산되네요. 산정된 비용은 제가 크몽을 비롯해 카드뉴스를 제작해 주는 외주업체의 가격들을 비교해 측정한 적정가입니다. 외주업체 견적서까지 받은 뒤 이제 본격적으로 업무 성과 목표 조사를 작성해 봐야겠군요. 이런, 이미 점심시간을 넘겼네요. 정량적 목표산출은 2편에서 다뤄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