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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바닥 Sep 05. 2023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이 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따라 하지 않기로 했다.

내 글은 뚜렷하기보단 흐릿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 많은 정보를 빼곡하게 쌓는 글 보단, 적당히 엉성하게 빈틈을 만들어 자유롭게 생각하는 글이 좋다.


우스운 비유를 들어 글을 적는 이유도 이와 같다.


인스타를 켰다. 최근 글쓰기를 자주 해서일까? 교보문고가 광고에 떴다.


' 책 광고겠지 '


광고 릴스를 클릭했고 약간은 의아했다. 영상에선 유명작가가 시청자의 글을 코칭해주고 있었다. 시청자는 에세이를 썼고,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글엔 '그 시기, 그때'와 같은 불분명한 단어들이 있었다.


작가는 말했다.


 "여기서 그 시기, 그때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무 정보가 글 속에 없네요. 이런 글쓰기는 좋지...."


광고의 제목은 좋은 에세이를 쓰는 방법이었다. 영상 속 유명작가는 독자에게 공감할 수 있도록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작가에 대한 빼곡한 정보를 모두 채워 넣는 것, 그게 좋은 에세이 일까?


의문에 빠졌다. 유명작가는 연달아 책을 베스트셀러에 올린 실력파(?)였다. 보고 있으니, 흐릿한 인상을 한 내 글이 생각났다. 역시 보편적으로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글을 좋아할까?


오뚝한 서사, 똘망한 결말, 도톰한 에피소드를 가진 글.


 살펴보니, 그런 종류의 글들은 브런치에서도 꽤나 인기가 많았다.


'내 글도 이렇게 바꿔야 하나'

흐릿하고 빈틈 많은 글을 쓰고 있어서 마음에 더 걸렸다. 글의 인상을 바꾸는 건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성형외과 의사가 됐다.


 '여기서 이렇게 스토리 집고, 서사엔 보톡스 좀 넣읍시다. 그리고 에피소드는 더 깊이 있어 보이게 필러를...'

 

장시간의 수술 끝에 글이 완성됐다. 확실히 보기 좋게 깔끔한 일반적인 글 됐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읽고 또 읽어봐도 이전의 흐리멍덩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하지만 나는 글을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아마, 영원히 작가의 서랍 안에서 잠들 테지.


수술이 끝난 글은 너무 완벽했지만 너무 일반적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글과 함께 인쇄해서 올려놓는다면, 나는 분명 저 글이 내 글임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좋은 글쓰기라는 게 뭐 별거 있을까? 내 색깔, 내 생각, 그리고 내가 주고 싶은 인상이 있다면 그게 바로 좋은 글쓰기지.


오늘도 내 합리화는 흔히 말하는 '좋은 글쓰기'와는 멀어지는 길을 택했다. 그래도 어쩌겠어, 이게 내 글인걸!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이 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따라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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