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바닥 Sep 07. 2023

오른다는 행위

방향은 속도보다 중요하다.

계단을 오른다. 엉덩이와 종아리에 힘이 들어간다. 다리가 아프다. 속도는 느려지고 점점 지쳐간다. 계단을 올려다보니 아직도 출구까진 한참 남았다.


어느새 같이 출발했던 친구는 나보다 한참 앞서 계단의 저 끝까지 가버렸다. 친구의 그림자가 계단아래로 길게 드리운다. 나는 그 그림자의 끝을 밟으며, 조급한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연신 다음계단을 밟았다.


드디어 출구에 도착했다. 여긴 내가 사는 동네가 아니었다. 친구가 사는 곳이었다.

' 아, 빠르게 오르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방향이 틀렸는지도 몰랐구나'

나는 다시 아득한 계단밑에 서게 되었다. 친구의 응원소리가 아주 낮은 곳까지 울려 퍼졌고, 나는 때론 그녀가 얄밉기도 했다.



오른다는 행위

방향은 속도보다 중요하다.


작가의 이전글 음소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