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부장님, 저는 검은색으로 회사에 해악을 끼치려는
7000원 다이어리, 캘린더, 패키지 제작불가, 저 퇴사하겠습니다
또 다이어리다. 지난주 내내 부장의 고함에 시달리다가, 문득 '아 내가 이렇게까지 존중 없이 일을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고 또 들었다.
그리고 어제, 또다시 옆부서와 다이어리로 회의가 열렸다. 실무자인 나만 빼고.. '회의 안 들어와도 된다'는 카톡만 남긴 채 과장과 팀장, 부장까지 회의에 들어갔다.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는 모르겠다. 부서원의 말에 따르면 '잘 만들어달라'라는 당부 정도였다고 한다.
이어 팀장은 '네가 고생 좀 해줘'라고 말했다. 고작 다이어리 하나 검정으로 했다고(심지어 정해진 것도 아니었다) 고함에 업무배제에 태도지적까지, 지칠 대로 지쳤다.
어차피 늘 퇴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팀장에게 말했다.
"저 퇴사하겠습니다."
내 말을 듣던 팀장은 '어디 갈 곳도 안정해 놓고 나가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아냐, 차라리 부서 이동을 해달라고 해라' 라며 말을 이어갔다.
"나는 이직할 때마다 다음회사를 정해놓고 옮겨갔어"
아.. 예.. 나에 대한 존중은 하나도 없는 회사에서 뭘 하겠나. 1년째 삭제 못하고 있는 서비스 관리자 계정(이관을 받을 부서를 알아봐 준다고 하고 결국 지금까지 이어짐), 검정을 사용했다고 상갓집 만들 속셈이냐며 고함치던 부장, 아무것도 공유되지 않는 팀의 소통방식, 철자도 모르고 만들어야 했던 로고, 사이즈도 모르고 만든 입간판 등.. 사이즈라도 알고 싶다며 도움을 청했던 부장에게 '사이즈 정돈 네가 알아서 맞추라'는 계 황당무계한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업무 목표를 설정할 때는 '네가 만든 콘텐츠 읽지도 않는다'라는 말을 듣고만 있어야 했다.
팀장에게 말하고 난 뒤, 부장에게 갔다. 부장은 자기가 '그거 조금 혼냈다'라고 나가는겠다고 하는 거냐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왜 나가려는 건데"
검은색과 상갓집에 관한 이야기도 일부 작용했고 이후에 하신 근태 지적 부분도 얘기를 했다.
"그거 조금 그랬다고 나가겠다고?"
듣다 못한 나는 말을 이었다.
"부장님 그건 언어폭력이었지 않나요?"
또 부장은 언성을 높이며 '어디가 언어폭력이었는지' 말하라고 난리를 부렸다.
이어서 주고받은 이야기는 검정보단 회색에 가까웠다.
-중요하지 않은 부분들이지만 간단하게 적어보자면, '네가 아티스트도 아니고 너는 니 디자인 대해 수정하라고 할 때,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라고 하기에 나는 '충분히 수정이야 있을 수 있는 거고, 이유를 얘기하시면 맞춰서 바꿔드리는 거다.''네가 언제 그런식으로 말했냐', '검정으로 제작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면 어떻게 할거냐 라고 말한적 없다' 등등-
서로의 입장이 달랐고 소통방식에 차이가 있었던 부분은 맞는 것 같다.
이어 나는 마지막에 이거 하나는 꼭 말씀드려야겠다고 했다.
"저는 회사에 해악을 끼치려고 검정을 고른 게 아니었다고 이점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나도 우리 회사 좋아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