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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31살 내 나이 평범하게 1억을 모았다. (완결)

1억에서 5천까지, 생각보다 쉽게 끝난 1억 천하.

by 손바닥

그동안 자산에 관한 이야기를 적지 않았다. 왜냐면 내 잔고가 1억에서, 7천으로, 7천에서 5천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지난 글에서는 "하고 싶은 걸 배우기 위해" 이 돈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그 이후에 100만 원이 훌쩍 넘는 디자인강의를 2개나 들었고, 그 외 자잘하게 20~50만 원쯤 하는 강의도 여러 개 들었다. 배우고 싶은데 마음껏 돈을 쓴다는 건 참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배움을 돈으로 쉽게 산만큼 빠르게 잊히는 것도 맞았다.

그래도, 돈으로 배움을 산 경험은 참 좋았다. 자산이 많이 줄어버린 지금도, 매일같이 강의를 듣고 싶어서 온라인플랫폼을 왔다 갔다 하니 말이다.


일단, 이 이야기를 정리하기 위해, 내 자산이 왜 5천으로 줄었는지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BULZ라는 종목이 크게 수익이 났었다. 약 2천만 원가량의 수익이었다. 그밖에 다른 종목들도 수익이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고민 끝에, 엄마에게 약 2천500만 원 정도를 증여했다. 보통 증여는 부모가 자식에게 해주는 거지만, 자식이 부모에게 증여를 할 수도 있다. 수익금에 대한 세금이 아깝다는 명목이었지만, 사실 고생한 엄마에게 한 번도 주지 못한, 내 마음이었다. 생활금 한번 제대로 낸 적 없고, 여행 한번 맘 편히 보내드린 적이 없었다. 언제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몇 년 전 엄마가 시골에서, 내게 "죽으면 바람에 유골을 흩뿌려달라"라고 말했다. "바람을 타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해외도 가고, 가고 싶은 곳들 다 가보게"


그 말은 농담처럼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꽤나 생생하게 기억난다. 나는 엄마에게 자유로움을 줄 수 없다. 그렇다고 마음껏 해외에 돌아다닐 수 있게 만들어줄 수도 없다. 엄마의 제한된 자유에는 분명, 자식이라는 발목과 말 못 할 집안사정이 있었다. 꽤나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엄마에게 많은 자유를 허락해주지 못했다.


내 마음속에 있던 작은 죄책감을 덜어내 보고자, 엄마에게 증여를 했다. 엄마는 별 말이 없었고, 요즘엔 꽤나 자주 주식 잔고를 쳐다보신다. 엄청 티 나게 좋아하진 않으시지만, 주식 잔고 속 남아있는 돈을 확인하실 때마다 나를 찾으신다.


1억은 그렇게 7천이 됐다. 7천도 뭐 금방 모으면 1억이 다시 뒷줄 알았는데, 정말 쉽지 않았다. 전에는 크게 개의치 않았던 것 같은데, 한번 1억이라는 숫자를 보고 나니 돈 모으는 게 이렇게나 힘들었구나를 실감했다. 그래서, 공격적인 주식투자를 해보겠다는 마음에 4천만 원을 대출받았다 -내 경솔함의 시작-

공격적인 주식투자를 한만큼 리스크도 꽤나 크게 입었다. 2천만 원의 손해를 보고, 아직까지 물려있는 종목이 있다 -마음이 많이 아프네- 지금은 '언제 손절을 하고, 돈을 다시 모으지?'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7천이 5천이 된 순간이다.


1억이 있다 없으니, 사람이 이렇게나 돈걱정을 하며 옹졸해지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나는 지금 백수가 되었다. 다달이 들어오던 6천만 원 언저리의 연봉 또한 없으니, 지금은 괜히 개털 털털털이 된 기분이다. 돈 생각을 하면 빨리 취직도 하고, 외주도 뛰어야 할 것 같다.


1억이 주는 자유와 만족감을 찾겠다고 해놓고, 금세 1억은 5천이 되어버렸다. 1억이 5천이 되어가며 느낀 건, 생각보다 돈은 빠르게 없어지기도 하고, 빠르게 생겨나기도 한다는 점이다. 한번 1억이라는 숫자에 연연하며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니, 오히려 처음 1억을 모았을 때보다, 1억이 없어진 지금 더 불안함을 느낀다.


동시에 깨달은 건 1억이 있어도, 삶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1억이 없어도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자유롭다는 거다.


아무래도 나는 아직 자유를 만끽할 준비가 덜된 사람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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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1억에 관한 이야기는 이걸로 끝내는 게 맞을 것 같다. 왜냐면 내게 1억이 없으니, 지금은 1억과 자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내가 1억을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매번 글로 풀어낼 수 없으니, 다음번 1억을 다 모았을 때, 새로운 이야기와 함께 시작하는 게 맞아 보인다.

참, 아직 회수 못한 유튜브 떡밥에 관한 이야기는 외전으로 풀어내며 마무리지어볼 생각이다.

덕분에 시작한 유튜브는 아직도 재밌게 하고 있다. 분명, 수익에 연연하지 않겠다 해놓고 돈이 5천만 원으로 줄어들고 직장을 잃으니 수익이 나길 바라고 있다.

참 인생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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