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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중요성

잃어버린 10년과, 내가 생각하는 글을 쓰는 이유

by 손바닥

기록의 중요성은 체감하지만, 기록하지 않는 30대를 보내고 있다. 20대 시절엔 블로그를 참 열심히도 했다. 대학교 졸업 전까지, 블로그 방문자수를 키워가는 행복을 느끼며 열심히 글을 썼다. 흔히 말하는 애드포스트까지 달고, 종종 광고 포스팅까지 받으며 쏠쏠한 용돈벌이로 운영했다. 그러다가 대학을 졸업한 뒤, 광고 대행사를 거쳐 카드뉴스를 제작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블로그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었다.


회사를 4년 넘게 근무하면서 2천 건이 넘는 양의 카드뉴스를 발행했고, 온전히 홍보를 위해 집중하며 살다 보니, 퇴근 후에는 블로그를 쳐다보는 일조차 싫어졌다. 그때당시까지만 해도 '온라인'의 홍보 콘텐츠를 주로 만드는 디자이너를 지칭하는 말이 없었는데, 요즘은 콘텐츠 디자이너라고 부르고, 생각보다 많은 회사에서 인력을 구하고 있다.


당시까지만 해도, 내가 물경력 일까 참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제와 보니 시장이 변하는 한가운데 서있는 디자이너였을 뿐이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나는 블로그를 일로 하게 되면서 기록에 흥미를 잃었는다. 그래서 졸업 후부터 지금까지 10년! 간의 기록 공백이 있다. 참 아까운 일이다. 꾸준히 기록하는 삶을 살았다면, 지금쯤 인플루언서(?)가 되었을지도..ㅎㅎ

당시까지만 해도 파워블로그라는 말이 성향 했고, 내 블로그는 파워블로그까진 아니어도, 상위노출이 보장되는 블로그였다. 지금은 모든 글을 비공개로 돌리고, 아예 관리를 접어서 글을 적어도 노출되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다시 기록을 시작해야 할 의미를 못 느껴서 그냥저냥 시간만 흘러 보내고 있다. 물론 노출과 상관없이 블로그를 쓰는 행위는 매우 중요하지만, 나는 늘 '보이는 것'에 대한 갈망이 있는 사람이라, 흥미를 잃기 충분했다. 조회수와 노출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늘 이야기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의 동기는 '조회수와 노출'에 있다.


물론 기록에 의미가 조회수와 노출에만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어떤 선택과 무엇을 느끼며 살아왔는지를 적는 거니 말이다. 나는 지난 10년 어렴풋 내 선택들을 기억하지만, 그래서 무엇을 느꼈는지는 흐릿하다. 기록하지 않았더니, 무슨 생각을 가지고 어떤 선택을 내렸는지가 모호하다. 분명 '생각이 있었는데, 무엇인가를 느꼈는데' 이 부분이 흐릿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블로그를 그만두고 가끔 브런치에 와서 힘들 때마다 글을 썼고 그 기록들이 약간이나마 남아, 지금의 나를 조금씩 지탱해주고 있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원체 기록이라는 건, 꾸준하게 남기고 싶어지는 마법 같은 녀석이라, 한번 하기 시작하면 완전히 끊어내기가 어렵다. 하지만 블로그라는 매체에 흥미를 잃었고, 대안할만한 다른 매체를 찾지 못해 부유하듯 떠돌았다. 유튜브가 유명해지고, 개인의 영상을 접하면서 블로그의 역할을 유튜브가 대신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일상을 올리는 브이로그, 어딘가 다녀오거나 맛있는 걸 먹고 남기는 리뷰들, 결국엔 '글'로 전하던 일들이 '영상'으로 바뀌었을 뿐, 기록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작년에 영상으로 내 생각을 몇 건 남겼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그 영상을 켜보니, 그때의 내가 참 반짝반짝 빛내며 '내 생각'을 말하고 있었다. 기록이라는 건, '생각'을 정리해 줌과 동시에,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을 제공해 준다. 글을 쓸 때면 정리되지 못했던 부분들이 테트리스처럼 맞춰지고,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믿음과 확신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글을 마무리할 때면 '앞으로 어떤 [글을] 남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글을 쓰면서 현재를 정리하고, 미래를 꿈꾼다. 그리고 글을 읽으며 과거를 회상하고, 인생의 후회를 덜어낸다. 기록이 가진 힘은 "현재와 미래, 과거"를 정리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나는 또 다른 잃어버린 10년을 만들기 전에, 30대~40대로의 성장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

그게 블로그가 됐던, 브런치가 됐던, 유튜브가 됐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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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영상으로 생각을 남기는 건 참 좋긴 하다. 그때의 그 생각을 한 이유에 + 현장감이 더 들어가서, 나중에 다시 보면 공감이 훨씬 잘 된다. 하지만, 역시 그렇듯 '나'라는 존재가 너무 밖으로 많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다. 그래서인가, 유튜브를 찍을 때면 '내'가 드러나길 바라지 않으면서 '나의 생각'을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란다.

참 모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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