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재발한 자궁근종 치료기(1)
자궁근종수술을 했다. 1년 전에 자궁에 혹이 11cm나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집 앞 대학병원에서 수술날짜를 잡았다. 수술을 결정하기까지 걸린 시간 단 2주, 속전속결로 결정을 내리고 치료를 받았다.
자궁근종은 흔한 질병이긴 하지만, 수술까지 가는 경우가 드물고, 수술을 하게 될 경우 몸에 무리가 많이 가는 질병이다. 나의 경우엔 거대근종이었다. 보통 병원 3~4군데를 돌아보고, 유명 선생님을 찾아 여러 번 진단을 받아보고, 수술방법(로봇, 복가경, 개복...)에 대해 많은 안내를 받은 뒤 수술을 결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다니던 대학병원에서 바로 수술을 결정했다. 수술방법은 의사 선생님이 로봇을 추천했기 때문에, 로봇수술로 결정했다.
이제 와서, '좀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흔히 말하는 '명의' 분들을 찾아가며 진단을 받아봤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 자궁근종이 재발했기 때문이다. 수술한 지 1년 만에 재발이라니, 다시 자궁근종 수술을 할 생각에 아득해졌다. 담당의 선생님께 몇 번이고, '또 재수술을 해야 하냐'라고 원망 어린 목소리를 보내니 -사실, 병의 재발은 의사 선생님의 탓이라기보단, 아픈 내 몸 탓인 게 크다- '그럼 호르몬 치료를 해보자'라는 답이 돌아왔다.
비잔이라는 피임약을 먹은 지 약 8개월, 갑작스러운 부정출혈과 아랫배 통증을 경험하고 있다. '아프면 빨리 지체 말고 병원에 와라'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지만 애써 '괜찮을 거다'라는 생각을 하며 병원 방문을 미뤄왔다. 결국 부정출혈까지 경험하고, 다음 주 화요일에 병원을 가기로 예약을 잡아놨다.
오늘은 하루 종일 '자궁근종'에 대해 검색했다. 인터넷에서는 '자궁근종이 생기는 이유', '자궁적출을 할 수밖에 없던 사연', '자궁근종 재발 62%' 등등 온갖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리고, 나처럼 몇 년 안에 재발해 다시 수술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 한 번이 아니라, 5번 이상도 다시 수술한 사람도 있었다. 계속 병과 관련된 글을 읽다 보니, 그동안 내가 '잘못' 살아와서 병을 키운 것 같았다. 심지어 '나도 3~5번 재수술을 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으로 걱정이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한번 시작된 걱정은 타고 타고 타올라서, 생각 전체를 태우고 나를 우울함에 빠트렸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계속해서 나와 비슷한 사례들을 찾아 헤맸다. 그렇게 3 시간 넘게 남들의 병을 읽고 있으니, 갑자기 아랫배가 쑤셔왔다. 이윽고 생각은, '처음 수술을 할 때 잘 알아보지 못하고, 너무 빨리 병원을 결정한' '나'에게 화살을 돌렸다.
하지만, 그 당시를 생각해 보면 최선의 선택이었다. 내 근종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고 있었고, 생리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생리를 할 때면, 아이를 출산한 산모보다 빈혈수치가 높게 나왔고, '이 정도면 당장 수혈을 해야 할 수준'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향했고, 거기서 바로 수술을 결정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꽤 아팠어서, 병원을 자주 다녔다. 병원을 많이 다니면서 느낀 건 아픈 몸의 결론은 결국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외상에 의한 거면 수술만 하면 돼서 치료가 쉽고, 외상이 아니라 안에서 생겨난 질병이라면, 관리와 치료에 시간이 길게 걸린다는 점이었다. 어차피 어느 병원을 가던 수술을 해야 하는 게 같다면, 차라리 빨리 수술하고 관리와 치료에 힘쓰고 싶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다니던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결정했다. (그리고 수술을 여러 차례 했다면, 한번 수술을 한 병원을 쭉 다니는 편이 좋다. 그래야 합병증이나, 치료 후 관리 시 모든 상태를 고려하며 처방을 받을 수 있다)
병명을 인터넷에 검색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안 좋은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
'안 좋은 예후'와 '왜 우리 병원으로 와야 하는지'에 대한 글을 읽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 병원 선택지'를 얻게 된다. 그 와중에 누가 '그 병원에서 어떻게 치료받았더니 좋아졌더라'라는 글을 발견하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병원 정보를 얻어간다. -한때는 나도 그 줄에 함께 섰었으니, 할 말이 없다. - 정보의 홍수에 살다 보면, '어떤 게 옳은 판단이고, 좋은 정보' 인지 헷갈리게 된다. 그래서 정보의 옥석을 가리기 위해, '병원투어'를 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결국 명의를 찾으면 좋겠지만, 시간만 보내다가 병을 키우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오늘의 내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아프면 병원을 가서, 담당선생님의 의견을 경청하고, 치료에 힘썼어야 했는데, 인터넷에 병명을 검색하고 겁을 잔뜩 먹으며 치료를 미뤘다. 결국 걱정만 산더미처럼 커지고, 첫 번째 수술을 선택했던 나에게까지 화살을 돌렸으니, 1년 선택과 치료과정을 부정한 것과 같았다. 치료에는 의사와의 신뢰관계와 환자의 믿음이 중요하다. 플라시보 효과라고 들어본 적 있지 않은가? 긍정적인 믿음이 있다면, 가짜 치료법도 효과를 발휘한다.
인터넷의 발전이 삶의 편의성을 크게 올린 건 맞지만, 건강에 대한 소모적 걱정도 크게 올려놓은 것 같다. 아프다면, 인터넷에 검색하지 말고 병원에 가자. 병은 인터넷이 해결해 주는 게 아니니 말이다.